
지난 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첫 핵심광물 및 청정에너지 관련 장관급 회의를 주최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50개국 장관들과 산업 및 학계 관련 인사들이 모여 핵심광물의 중요성과 확보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IEA는 1973년 1차 석유 파동 직후 세계 석유시장의 안정 도모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모여 만든 기구이다. 이 기구가 석유, 천연가스 등의 연료(fuel)가 아닌 핵심광물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현재 에너지 산업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여준다.
에너지전환의 열쇠, 핵심광물
현재 세계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주목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시대에 핵심광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를 비롯한 에너지, 국방 및 경제 안보를 뒷받침하는 주요 산업과 기술에 사용되는 광물을 가리킨다. 이 광물들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는 깨끗한 미래의 에너지원들이 기존 에너지원들에 비해 광물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존 휘발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비교해보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리, 리튬, 니켈 등의 광물을 6배 정도 더 사용한다. 이는 대부분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때문이다. 풍력발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같은 양의 발전을 하기 위해서 풍력발전은 가스화력 대비 9배 정도의 구리, 니켈, 망간을 비롯한 광물들을 필요로 한다.
핵심광물 집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에 따른 지정학적 패러다임 변화
그렇다면 핵심광물들을 어디에 매장되어 있으며 어디에서 생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시스템에서 청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에서 나타나는 지정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보인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각 국의 산업구조에 따라 포함되는 “핵심광물”이라 일컬어지는 광물들이 조금씩 다르며 한가지의 원자재(commodity)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의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리튬과 니켈은 대략 50%가, 코발트는 무려 75%가 한 나라에서 (각각 호주,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생산되고 있다. 석유자원과 비교했을 때에도 훨씬 더 특정국에 생산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석유의 경우 상위 3개국, 즉 미국,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가 세계 석유 생산량의 총 45%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광물을 채굴한 이후에는 배터리 등에 사용하기 위해 후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공정 과정은 더더욱 한 나라에 편중되어 있다. 현재 리튬의 65%, 니켈의 45%, 코발트의 대략 80%가 중국에서 공정되고 있다. 첨단산업에 들어가는 자원인만큼 아직까지는 대체재 확보가 어려워서 수입국간의 핵심광물 확보 경쟁은 근미래에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정 에너지 시대의 에너지 안보 개념의 재정립 필요
기존 화석연료 시대의 에너지 안보문제에 비해 청정 에너지 시대의 에너지 안보문제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핵심광물 확보가 새로운 에너지 안보의 토대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미국 및 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의 개념을 재정립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간단한 공정을 거쳐 자동차 휘발유 등으로 바로 쓰이는 석유와 달리, 핵심광물은 배터리 혹은 태양광 패널 등에 들어가는 “원료”이다. 따라서 중국을 비롯한 핵심광물 생산 및 공정 주요국들이 수출통제 정책을 펼 시에 새로운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차질이 생길 수는 있으나 이미 사용되고 있는 전기차 혹은 태양광 패널 등은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50년 전인 1973년에 아랍 석유 수출국 기구 (OAPEC) 회원국들이 석유 금수조치를 발표하면서 석유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석유 가격 인상에 따른 휘발유 및 에너지 가격 인상은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오늘 핵심광물 생산 및 공정 주요국들은 석유 생산국들 만큼의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은 석유에 비해 다양한 대륙들에 퍼져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의지와 올바른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석유 시대에 비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후공정 문제는 기술 혁신과 정책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청정에너지 시대의 리더, 대한민국?
물론 치열한 고민과 정교한 외교전략이 선제되어야겠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있어서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주요 골자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통과된 지 1년이 되었다. 이 법안은 새로운 에너지 기술들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공급망 내재화 및 동맹국 중심의 협력 강화에 힘을 쏟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심의 공급망 탈피 정책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에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이차전지 기술과 자동차 산업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바이든 정부에서 핵심광물 외교정책인 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을 이끄는 호세 페르난데즈 (Jose Fernandez) 국무부 차관은 청정에너지 공급망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핵심광물 확보에 대해 앞선 고민을 통해 청정에너지 시대의 리더로 자리잡을 한국을 기대해본다.
-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이예진 선임연구원
- lilly.lee@columbia.edu
- 저작권자 2023-10-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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