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나로호 성공과 우주강국의 꿈 (2)

나로호의 성공은 미래 한국 우주개발의 새 장을 열 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성공으로 한국은 자력으로 우주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것은 물론 새로 부상하고 있는 우주산업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새 국면에 접어든 국내 우주개발 상황과 실무자들의 현장 이야기, 미래 전망 등을 밀착 취재했다.

나로호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 약 10년 간 구슬땀을 흘린 실무진은 항우연 연구원 150여명을 비롯, 러시아 연구원 150명, 협력업체 직원 200명 등 총 500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1, 2, 3차 발사 과정의 실무를 진두지휘하면서 끊임없는 좌절감 속에서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으며, 마지막 성공을 이끌어낸 것. 나로호 발사 성공을 확인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이 본격적인 우주과학시대의 첫 발을 디뎠다며 큰 기쁨을 표명했다.

나로우주센터 책임자인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역시 2000년 나로우주센터 건립서부터 지금까지 나로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나로호 성공이 확인된 후 그는 지난 10여 년간의 과정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국형 발사체에 국민 이목 집중

이 두 사람의 심정은 함께 일한 실무진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그러나 고통이 컸던 만큼 성과도 컸다. 한국의 실무진은 해본 적이 없는 로켓 만드는 일을 러시아 실무진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갈 수 있었다.

▲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인 실무자들이 나로호 상단 조립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 기술진은 백지 상태에서 수 차례의 걸친 실무과정을 통해 로켓 발사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 역시 소중한 경험을 했다. 삼성·현대중공업·대한항공·한화·두산 등 대기업, 중소 부품업체 등 150여개 기업 실무자들은 발사체 총조립, 부품 및 서브시스템 상세설계와 제작, 발사체 기술 개발 등을 맡아 그 임무를 큰 차질 없이 수행해냈다.

대한항공의 경우 나로호 개발 착수서부터 최종 발사까지 나로호 총조립에 참여했다. 한화그룹은 2단으로 돼 있는 추진기관을 담당했으며, 특히 2단 부분을 독자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발사대시스템 공사, 삼성테크윈과 두산DST는 각각 추진 분야와 시스템 분야를 담당했다. 

삼성테크윈은 추진 장치 중에서도 터보펌프를 맡아 제작했고, 두산DST는 관성항법유도장치시스템을 만들었다. 중견기업인 두원중공업은 발사체 상단을 구성하는 외부 기체개발과 제작을 담당했다. 한국화이바는 나로호 기체를 구성하는 특수 소재를 개발했다. 이 밖에 비츠로테크는 엔진 제작을, 탑엔지니어링은 지상 지원장비 제작업무를 수행했다.
 
백지 위에 쌓은 한국형 우주기술

나로호 발사가 중요했던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미래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내 실무진들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러시아 측에서 설계도조차 보여주지 않았지만) 러시아인들과 함께 일하며 나로호의 설계, 시스템, 제작, 시험평가 등에 관한 자료, 2만3천여 쪽을 작성할 수 있었고, 그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국형 발사체(로켓)’를 설계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추력 30톤 짜리 엔진은 이미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추력 75톤짜리 대형 엔진 개발을 자신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온 것 만큼 75톤 엔진을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해, 이것으로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항우연의 의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있어 핵심은 엔진 개발이다. 75톤급 엔진 4개를 한데 묶은 300t급 1단 추진체용 엔진을 개발해 오는 2021년 나로과학위성(100kg)보다 15배 더 무거운 1.5톤급 위성을 싣고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여기서 1.5톤급 위성을 목표로 한 이유가 있다.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아리랑 3호의 무게는 1톤으로 해상도 0.7m의 정밀 촬영시스템 등 첨단 시스템들 다수 갖추고 있다. 2021년이 되면 더 작은 크기 위성 안에 더 많은 기술을 집어넣을 수 있어, 1.5톤급 위성이면 거의 모든 기능을 커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1년 이 계획이 달성된다면 한국은 자기 기술로, 자기 나라에서, 자기 발사대를 통해, 자기가 만든 상업위성을 띄울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된다.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제작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것이 항우연의 입장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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