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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창섭 객원기자
2020-03-09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과정 규명 극저온전자현미경 이용해 원자 수준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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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사이언스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중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논문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사전 게재한 것으로 6일 정식 발표되었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들어가려면 먼저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해야 한다. 만약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면 감염되지 않고 바이러스는 사멸하게 된다. 따라서 특정 바이러스와 수용체의 결합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그러한 결합을 차단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에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를 이용해 인체 세포에 침투한다. ⓒ Jackson Laboratory

국내에 알려진 코로나19는 병증의 약칭이다. 공식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고, 그 유발 바이러스는 ‘SARS-CoV-2’라고 명명되었다. 학명만 놓고 보면 과거 '사스 바이러스(SARS-CoV)'의 두 번째 변종이라는 의미다.

1960년대에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의 명칭은 독특한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 때문에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에서 유래되었다. 원래는 사람에게 감염되면 일반적인 감기 증상을 유발하지만, 변종 바이러스인 사스(2003년)와 메르스(2012년)는 폐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을 일으켜 높은 치사율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SARS-CoV-2는 가장 최근에 밝혀진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으로 유전자 구조가 사스 바이러스와 79.5%,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일치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구강 점막과 폐를 통해 인체에 감염된다. 그 이유는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라는 수용체와 스파이크 단백질이 정확하게 결합해야 사람 몸속으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CE2는 심장 기능과 혈압조절에 작용하는 효소로 심장과 콩팥, 위장 점막 또는 폐에 많이 있다. 그중에서 혈류를 타고 가야 하는 내장기관보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열쇠, ACE2 수용체는 자물쇠 역할을 한다. ⓒ ProSci

중국 서호(西湖)고등연구원과 칭화대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지를 연구한 결과, ACE2 수용체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원들은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 Cryo-EM)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촬영했다. 생화학 연구 분야에 큰 진전을 이룬 Cryo-EM은 움직이는 생체분자를 순간적으로 동결한 다음, 고에너지 전자를 투사하여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생성된 수만 개의 2D 이미지를 결합하면 더 자세한 3D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ACE2 수용체에 결합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Cryo-EM 스캔 이미지. ⓒ Yan et al., Science
사스(녹색)와 코로나19(갈색) 바이러스의 ACE2 수용체 결합 구조 비교. ⓒ Yan et al., Science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대학교와 NIAID 백신 연구센터 공동연구팀도 똑같은 Cryo-EM 기술을 이용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스 바이러스보다 ACE2 단백질에 대한 친화력이 훨씬 높았다. 친화력이 높으면 바이러스가 수용체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에 코로나19의 높은 전염성을 설명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ACE2와 결합하는 과정까지 완벽하게 규명하진 못했다.

중국 연구팀의 새로운 연구는 더 높은 해상도로 스파이크 단백질 및 ACE2 수용체에 관한 영상을 얻은 것이다. 이러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분석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스 바이러스보다 더 높은 친화력으로 ACE2와 결합할 수 있는지 상호 작용을 담당하는 특정 아미노산 레벨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사스 바이러스는 매우 유사한 감염 과정을 갖지만, 약간의 차이에서 단백질 친화력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의 감염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진단법 및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창섭 객원기자
chsshim@naver.com
저작권자 2020-03-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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