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꿈’도 바꿨다

불안, 슬픔, 죽음 등에 대한 꿈이 더 많아져

코로나19가 우리의 꿈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심리학협회가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우리의 꿈에도 영향을 미쳐 꿈에 더 많은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에 의해 야기되는 불안, 스트레스, 걱정이 낮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밤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학술지 ‘드리밍(Journal Dreaming)’의 특별 세션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세계 각국 사람들의 꿈에 대한 네 가지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잠을 잘 때 꾸는 꿈은 종종 깨어 있는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반영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우리의 꿈에도 영향을 미쳐 꿈에 더 많은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게티이미지뱅크

예를 들면 전쟁, 자연재해, 테러 등이 일어난 후에는 불안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실제로 63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9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을 비롯해 2001년 9.11 테러와 같은 특별한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꿈에 대한 광범위한 변화가 보고되었다.

그런데 ‘드리밍’에 발표된 네 가지 연구는 코로나19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테러나 지진처럼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꿈의 변화가 관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새로운 연구들은 특히 여성들의 꿈이 남성들보다 코로나19에 의해 더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조교수인 디어드레 배럿 박사 등이 288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여성들이 간병, 실직 등 감염병 부담 더 많아

연구진은 온라인을 통해 응답자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꿈을 재조명해줄 것을 요청한 후, 그 결과를 코로나 이전에 행한 설문조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불안, 슬픔, 분노, 건강, 죽음에 대한 꿈을 더 많이 꾸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여성들의 꿈이 남성들보다 유행병에 의해 더 강한 영향을 받는 이유에 대해 배럿 박사는 여성들이 간병, 실직 등을 포함해 감염병의 부담을 더 많이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여성들의 꿈이 남성들보다 코로나19에 의해 더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ThuyHaBich(Pixabay)

한편 브라질 성인들의 꿈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분노, 슬픔, 오염, 청결 등과 관련된 단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징집된 간호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는 45%가 악몽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악몽 장애를 가진 일반 인구의 5%보다 9배나 높은 수치다.

캐나다 트렌트대학의 연구진이 2020년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에 기록된 대학생 19명의 세부적인 꿈 일지를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그에 의하면 캐나다 대학생들은 대유행 이전보다 동물, 머리, 음식, 바이러스 등과 관련된 꿈을 더 많이 꾼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러한 유형의 꿈들은 깨어 있을 때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주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의하면, 이처럼 생생하고 기괴한 꿈의 보고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한 이유에는 세 가지 요소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택근무 등으로 인한 수면 시간의 증가, 전염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공포감, 그리고 대중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소셜 미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수면시간 증가로 렘수면도 증가해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과 재택근무 등은 많은 사람들의 수면 시간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중국인들의 경우 총 수면 시간이 34분 증가했으며, 핀란드에서는 45%의 사람들이 이동제한 이후 잠을 더 많이 잔 것으로 응답했다.

그런데 수면 시간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꿈을 꾸게 된다. 이처럼 잠을 오래 자면 렘수면 또한 증가하는데, 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나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가장 생생하고 감성적인 꿈을 꾼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수면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취침시간과 기상시간 역시 늦어지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미국 대학생들은 취침시간이 30분 늦어진 대신 기상시간은 42분 늦어졌으며, 이탈리아에서는 각각 41분과 73분이 늦어졌다. 이처럼 수면 패턴이 올빼미형으로 변하게 되면 렘수면이 더 많아지고 악몽 또한 더 자주 꾸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당시 소셜 미디어 등의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전파된 음모론 등도 불안한 꿈을 증가시키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공포감을 조성하는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염병에 대해 더 많은 꿈을 꾸도록 유도했을 수 있다.

이번에 행해진 한 연구의 저자이자 ‘드리밍’의 편집자인 디어드레 배럿 박사는 “이 모든 연구들은 꿈의 연속성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라며 “정신분석학자들이 세운 기존의 가설처럼 그 꿈들은 보상을 위한 배출구가 아니라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느끼는 우려감과 일치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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