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못하게 하는 마법 지팡이는?

[금요 포커스] 투명 가림막으로도 부정행위 줄일 수 있어

최근 대학가에서는 2학기 강의도 계속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중간 및 기말시험은 대면으로 치르겠다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바로 1학기 때의 온라인 시험에서 발생한 집단 커닝 사건들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언택트 사회와 온라인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그를 받쳐줄 수 있는 도덕성과 윤리에 부작용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비대면 시대의 시험 방법에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시험을 볼 때 전혀 존재하지 않는 투명 칸막이를 해도 마치 진짜 칸막이를 한 것처럼 커닝 방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험을 볼 때 전혀 존재하지 않는 투명 칸막이를 해도 마치 진짜 칸막이를 한 것처럼 커닝 방지 효과가 있다는 것.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단순한 환경적 요소가 개인으로 하여금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UCSD) 심리학과, 캐나다 토론토대학 아동학연구소, 중국 항저우사범대학 심리과학연구소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5~6세의 중국 어린이 350명을 대상으로 네 번에 걸쳐 수학 시험을 보게 했다.

시험장에 여러 형태 커닝 방지 장치 설치

시험 문제는 그림 속에서 닭이나 사과, 검은색 사각형 등이 몇 개인지를 알아맞히는 비교적 쉬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두 문제는 난이도를 높여서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앉은 바로 옆 책상에는 정답이 적힌 답안지를 놓아두었다. 또한 감독자는 교실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가도록 조치했다. 즉, 시간에 쫓기거나 문제를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 언제라도 커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환경 속에서 시험을 치르게 한 것이다.

아이들과 답안지 책상 사이에 가림막이 없는 금속 프레임이 놓여 있다. ⓒ COURTESY LI ZHAO(HANGZHOU NORMAL UNIVERSITY)

대신 연구팀은 시험장 안에 여러 가지 커닝 방지 장치를 설치했다. 아이들과 답안지가 있는 책상 사이에 가림막이 전혀 없는 금속 프레임이나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가림막을 설치한 것. 그 같은 투명 가림막은 아이와 답안지 사이가 아닌 아이 앞쪽과 뒤쪽, 그리고 복도 쪽 창문 사이에도 설치됐다.

또한 투명 가림막 대신 마법 지팡이로 허공에 윤곽을 그린 후 ‘이젠 옆자리를 볼 수 없을 거야’라고 일러주거나, 가림막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경우 등 총 7가지 상황을 만든 후 부정행위 여부를 CCTV로 관찰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가림막을 전혀 설치하지 않은 경우 커닝을 하는 아이들은 약 60%에 이르렀다. 복도 쪽이나 답안지 위치와 상관없이 아이 앞뒤 쪽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경우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뻥 뚫린 금속 프레임을 가운데 놓았을 때는 27%, 마법 지팡이로 허공에 가상의 가림막을 한 경우에는 부정행위를 하는 비율이 26%로 떨어진 것.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것은 아이와 답안지 사이에 투명 가림막을 한 경우였다. 이때 아이들의 부정행위 발생 비율은 16%로 가장 낮았다.

‘넛지’의 힘을 잘 보여준 실험 결과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게일 헤이먼 UCSD 교수는 “우리 실험 결과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가 바람직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한 ‘넛지’의 힘을 잘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넛지(nudge)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단어로서, ‘타인의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또한 이 연구는 공간적 경계에 의해 도덕적 위반이 중단될 수 있다는 ‘도덕 장벽 가설’을 검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즉,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수 세기에 걸친 건축학적 가정을 확인해 준 셈이다.

예를 들면 공항에 밧줄로 쳐진 공간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곳임을 알려주거나, 사회적인 거리를 표시하는 원들이 사람들 간에 얼마나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연구진은 투명 가림막의 개념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요즘 같은 때에 손 씻는 사람들의 삽화를 그려놓거나 화장실의 변기에서 세면대로 가는 길을 페인트로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 씻기를 권장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버드대나 MIT, 예일대 등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도입한 ‘명예 서약’도 참고해볼 만한 방법이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학생들에게 커닝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는 명예 서약만으로도 커닝을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정직함을 장려하는 관행과 공간적 요소에 익숙해진다면 성장한 후에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습관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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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8월 1일8:55 오전

    재미있는 연구입니다. 칸막리로 가리지는 않았지만 프레임만 놓아도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만들어서 도덕을 지키는 바람직한 태도로 행동하나 봅니다. 컨닝은 공정하지 않은 범죄 입니다. 정학처리로 강하게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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