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조행만 기자
2009-10-07

첫 파도 뒤에 오는 해일을 조심하라 공포의 재앙 쓰나미에서 살아남기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환태평양을 둘러싼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진동하는 가운데 최근 화산과 지진의 땅으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만 모두 7차례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 이 지역 국가들을 재앙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 29일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했고, 곧이어 쓰나미가 덮쳐 180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그 이튿날인 30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파당시 인근에서 7.6 규모의 지진이 발생, 천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지역은 지난 2004년에 지진해일로 인해 28만 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역이어서 그 두려움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경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 근처 심해에서 진도 9.0의 강진이 발생, 무려 23만 여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온 마을을 삼킬 듯이 밀려온 해일은 높이 솟은 야자수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서 마을로 내리 꽂히고, 빠른 속도로 밀려들면서 마을을 집어 삼켰다.

그러나 이 엄청난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기적은 있었다. 주민 7만5000여 명의 시메울루에 섬이 바로 그 현장. 이 섬은 해저 지진의 진앙에서 불과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진앙에서 60km라면 시속 713km의 속력으로 달리는 지진해일이 도착하는데 불과 3-4분밖에 안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사람은 단 7명. 이는 본토 해안에서 겪은 참상에 비하면 거의 기적에 가깝다. 지진의 충격으로 섬 전체가 한쪽으로 1.2m가량 들렸을 정도의 가공할 해일에도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의 생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산자와 죽은 자의 교훈

반다아체 총인구의 약 5%가 죽고 10%에 이르는 4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도 가까운 거리에 있던 시메울루에 섬의 피해는 경미했다.

당시에 이들은 독일의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들은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당부를 잊지 않았고 그것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 지진의 진동으로 땅이 흔들리다 멈췄을 때, 섬사람들은 조상들이 들려준 경험담을 생각해내고, 살기 위해 전력으로 산을 향해 뛰었다.

1907년 이 지역엔 이미 해저 대지진으로 땅이 흔들리고, 큰 해일이 들이 닥친 적이 있다. 또 그 썰물이 빠져 나간 후, 다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쳤던 사실을 조상들은 후손들을 위해 틈나는 대로 생생하게 들려줬다. 후손들은 그 말을 잘 따라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

지진에 의해서 발생한 쓰나미는 그 전조 현상으로 땅의 흔들림이 먼저 있게 마련이다. 반다아체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거대한 해일이 덮쳐오기 전에 먼저 땅이 흔들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처음 진동을 느꼈을 때, “대피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있을 것인가?” 이것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숙명적 선택이다.

30m의 물 벽이 해안을 강타

첫 진동이 있은 후, 쓰나미는 713km의 속력으로 해안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속도와 힘의 변화가 생기는데 이런 변화는 곧 재앙으로 바뀐다.

수심 4천m의 깊은 심해에서 쓰나미의 속력이 빠른 이유는 해저 면과의 마찰력 때문이다. 마찰력이 적은 심해에선 비행기 속력이지만 대륙붕에 올라오면 그 속도는 자동차의 속력으로 낮아진다. 보통 수심 4,000m의 해양에서는 약 140m/초(시속 500km)로 매우 빠르고, 연안의 수심 125m에서는 속도가 약 35m/s로 느려진다.

해변에 도달한 쓰나미는 초속 10m(시속 40km)로 줄어들지만 사람의 달리는 속도보단 훨씬 빠른 편이다. 따라서 쓰나미를 앞에서 보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속력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따라 파도의 진폭이 급격하게 커진다. 에너지가 강한 경우에는 약 20m 높이의 물벽(水壁)을 형성하면서 해안 지역을 강타한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경우, 약 30m의 높이의 파도가 해안을 강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 벽이 생성되는 이유는 쓰나미의 운동에너지 손실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쓰나미 해파는 연안 지역에 이르러 굴절․회절․반사되고 지면과의 마찰로 파동에너지의 파형은 좁고도 높아진다. 특히 쓰나미 해파의 주기와 만(灣)의 고유 진동 주기가 일치하게 되면 공진(共振) 현상이 일어나 만의 안쪽에서는 더욱 큰 파고가 일어난다. 1946년 알류산의 우니막이라는 섬에 들이닥친 높이 30m의 물 벽이 18m 높이의 철근 콘크리트 등대를 일격에 무너뜨린 사례도 있다.



첫 파도의 배후를 조심하라

지진해일의 특성 가운데 또 한 가지의 숨은 비밀이 있다. 해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첫 번째 파도가 해안에 다다르기 전에 초동현상으로 평시보다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것.

반다아체 지역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처음에 파도가 밀려오더니 갑자기 빠져나가고 이어 강력한 해일이 다시 덮쳐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쓰나미로 인한 첫 번 째 파도보다 2번째 혹은 3번, 4번 째 파도가 가장 클 수 있다.

과학자들은 “초기의 지진 해일파가 작을 경우, 안심을 하고 다시 산에서 내려갔다가 큰 재난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 이유는 쓰나미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실수”라고 설명한다. 조상의 가르침대로 시메울루에 섬사람들은 큰 파도가 밀려오고, 뒤이어 오는 큰 파도를 조심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2004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국가들은 쓰나미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당시에 현지를 방문한 도쿄 대 지진연구소의 아베 가쓰유키 교수는 “저지대에 주민들이 살고, 방파제도 없는 가운데 해일에 무방비 상태이었다”며 “해안에서 진동이 느껴지면 무조건 고지대로 피하라고 한 권고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지역 사람들의 쓰나미에 대한 경계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피해를 입은 주변 국가 정부들은 조기경보체제를 갖추고, 주민들 역시 조기경보와 대피에 매우 협조적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일본 등 태평양 연안 26개국은 ‘국제해일경보체제 협력그룹’을 형성, 해안공학을 통해서 쓰나미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과학을 조롱하듯, 먼 심해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지진, 갑자기 해안에 들이닥치는 쓰나미에 인류의 힘은 아직도 역부족이다. 현재는 조상의 지혜를 잘 따른 덕택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인도네시아 시메울루에 섬사람들의 지혜가 더욱 중요한 생존의 비결인 것이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10-0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