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이강봉 편집위원
2010-03-31

중국산 자동차… 세계시장을 노린다 지리(吉利) 그룹, 18억 달러에 볼보 인수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볼보(Volvo)’는 원래 스웨덴 브랜드다. 원래는 자동차부품인 볼 베어링의 이름이었는데 ‘나는 구른다(I roll)’란 의미를 담고 있었다. 1926년 A. 가브리엘손과 G.라르손은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이 근무하던 SKF의 볼 베어링 제품의 이름을 따 ‘볼보’란 이름을 붙였다.

볼보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부상한 것은 1970년대다.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서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1979년에는 프랑스 르노에 출자해 승용차 부문을 독립시켰다.

1980년대 들어서는 경영다각화를 통해 자회사를 통합하고 지주회사가 됐으나, 경영악화로 1999년 포드자동차에 인수됐다. 주인은 바뀌었으나 안전한 차를 생산한다는 볼보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해 생산량은 약 35만 대.

▲ 볼보의 인수합병(M&A) 사실을 발표하고 있는 포드, 중국 지리(吉利) 그룹, 볼보 관계자.

이 볼보자동차가 이제 중국 차가 됐다. 미국 포드와 중국 지리(吉利) 자동차는 지난 28일 양사가 볼보의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18억 달러. 포드가 볼보를 인수한 가격인 64억5천만 달러에 3분의 1이 안 된다.

포드, 금융위기 이후 볼보 매각 추진

금융위기 이후 포드는 볼보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 해 12월 인디펜던트 지는 포드가 볼보를 중국 지리 자동차에 매각하는데 합의했으며, 양측이 동의한 매각 대금은 12억5천만 파운드(약 18억 달러)라고 보도한 바 있다.

최종 합의는 2010년 초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3개월이 지난 3월28일 마침내 M&A가 이루어졌다. 약 2만 명의 직원에 의해 운영되던 스웨덴 내 3개 자동차 생산라인 소유주가 미국인에서 중국인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외국 자동차업체를 인수한 경우는 여러 번 있지만, 이번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명 브랜드를 인수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번 M&A를 통해 중국 자동차 업계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 자동차는 중국 최대의 민간 자동차회사로 연간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0위를 기록했다.

지리 자동차의 모회사인 지리그룹(浙江吉利集团) 설립자 리수푸(李书福) 회장은 자수성가형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지리 자동차를 개발하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볼보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가에 따라 지리그룹은 물론 중국 자동차업계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업계 볼보 인수 대환영

지금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업계 반응은 크게 환영의 분위기. 중국 자동차타임즈는 특별기고를 통해 지리의 볼보인수를 환영한다고 밝히고 이를 통해 중국산 차가 세계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지리그룹은 P1, P2, P3 등 3개의 생산 공정과 함께 S40, S60, S80, C70, C30, XC90, XC60, V50, V70 등 9개의 생산 모델을 모두 인수했다.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약 2천개의 판매 대리점 망도 함께 인수했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 지리 그룹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올라 있는 볼보의 기술력이다. 볼보의 안전한 엔진기술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80여년 역사의 생산 공정과 R&D 능력은 18억 달러의 거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 볼보 트럭
경쟁업체들의 더 큰 고민은 중국 정부가 지리그룹이 확보한 거대한 생산·판매 라인을 지원함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볼보의 위치가 더 격상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그동안 공식 관용차로 사용해온 폭스바겐 아우디A6을 볼보로 교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009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1천379만1천대로 전년 대비 48%, 판매량은 1천364만4천800대로 전년 동기대비 46%가 늘어났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중국 자동차시장이 이처럼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지리그룹의 볼보 인수는 세게 자동차 시장이 미국·유럽에서 중국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볼보... 자유로운 독립기업으로 인정해야

그러나 지리 그룹 역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담스러운 것은 M&A 합의를 위한 조건들이다. 포드는 지리그룹의 볼보 인수와 관련, 6개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중 지리 그룹이 볼보를 지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기존의 볼보 생산설비와 R&D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볼보 노동조합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 같은 내용들은 과거 중국 상하이 그룹이 한국 쌍용 자동차를 인수할 때를 연상하게 한다.

쌍용차 인수 당시에도 쌍용차의 독립적인 가치와 노조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상하이 그룹의 철수와 함께 기술만 챙기고 내뺐다는 ‘먹튀 논란’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상하이 그룹이 쌍용차을 인수할 2004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은 달러에 투자해오던 이전까지의 관행을 바꿔 남아도는 달러를 해외 자원과 브랜드, 기업 인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중국 제품을 세계 최고의 일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 투자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기업의 볼보 인수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가 오고 있음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3-31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