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핵 전쟁 터져도 전 세계가 굶주린다”

역사 상 가뭄과 화산 폭발보다 식량 부족 현상 네 배 달해

핵 전쟁은 지구촌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뇌관의 하나로 꼽힌다. 핵 전쟁이 발발하면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와 럿거스대, 시카고대 및 포츠담 기후변화연구소 등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팀은 세계 핵무기 보유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 전쟁을 벌일 경우, 현대사에서 가장 최악의 세계적인 식량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제한된 핵 전쟁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지구 냉각과 강수량 및 일조량 감소는 ‘전 세계에 약 10년 동안에 걸쳐 식량 생산과 교역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1세기 후반까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 영향보다 더 큰 것이다.

핵 전쟁은 대량 살상만이 아니라 핵폭탄 폭발과 화재로 인해 방대한 양의 연기를 대기로 유입시켜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이에 따라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폭발로 버섯구름이 피어오른 모습. © Wikimedia

“핵무기를 제거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농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으나, 갑작스러운 냉해가 세계 작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파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 자에 발표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럿거스대(뉴브런스윅) 환경과학과 앨런 로벅(Alan Robock) 석학교수는 “이번 연구는 핵무기가 존속되면 전 세계에 비극적인 종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제거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해 준다”고 말했다.

로벅 교수는 “핵무기가 초래하는 결과는 매우 끔찍한데, 전쟁터 이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근에 시달려 죽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도 공동 연구를 발표한 로벅 교수는 만약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 전쟁을 벌이면 1억 명 이상이 바로 사망하고 세계적인 대량 기근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연구는 양국 합해서 4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인접국 사이에서 2025년도에 발생할 수 있는 핵 전쟁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핵 전쟁 후 5년 동안 전 세계 옥수수의 칼로리 생산량은 13%, 밀 11%, 쌀 3%, 콩은 17%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마드햐 프라데시 주에서 농부들이 선풍기를 이용해 벼와 왕겨를 분리하고 있는 모습. © Kevin Krajick/Earth Institute

핵무기 100개 터지면 지구 기온 1.8도 하강

연구팀은 이번의 새로운 연구에서 100개의 핵무기만을 사용했을 때 그에 따른 대규모 화재로 인해 500만 톤의 검은 연기(검댕이)가 대기 상층부로 주입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렇게 될 경우, 지구 기온은 섭씨 1.8도가 내려가게 되고 강수량은 8%가 줄어들며 일조량도 최소 5년 동안 감소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후 변화를 서로 다른 여섯 가지의 작물 모델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포함시켰다. 작물 모델은 칼로리 기준으로 세계 곡물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옥수수와 밀, 쌀, 콩 등 네 개 주요 작물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5년 동안 옥수수의 칼로리 생산량은 13%, 밀 11%, 쌀 3%, 콩은 17%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차의 총 손실(12%)은 역사상의 가뭄이나 화산 폭발로 인한 식량 부족보다 네 배가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파키스탄 간 핵 전쟁이 발발해 핵무기가 100개만 터져도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1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파키스탄 핵 전쟁 후 5년 동안 옥수수 평균 수확량 변화를 그림 도해. © ADAPTED FROM JÄGERMEYR ET AL., 2020

인도-파키스탄 핵 전쟁 발발 시 검댕이 1600만 톤 대기 유입

세계 식량 교역 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제한적 핵전쟁 발발 첫해의 식량 생산 손실분은 대체로 국내 식량 보유분과 세계 교역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년간의 식량 손실은 특히 식량 공급이 불안정한 국가들에서는 식량 부족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5년이 되면 옥수수와 밀의 가용성은 전 세계적으로 13% 줄어들고, 13억 명이 사는 71개 국에서는 20%까지 감소하게 된다. 전 세계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옥수수 생산량은 1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로벅 교수는 검은 연기 500만 톤 시나리오는 이미 10여 년 전에 개발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보다 더 크고 더 많은 무기를 확보하고 있고 잠재적 타격 목표도 더 크기 때문에, 양국 간 핵전쟁 발발 시 1600만 톤의 검댕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이전 시니리오에 비해 미치는 영향이 세 배나 더 크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더 많은 양의 연기가 뿜어지는 사태를 포함한 다수의 다른 시나리오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볼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별 식량 저장과 교역 거부를 비롯한 경제적 충격도 자세히 다뤄볼 생각이다.

이와 함께 더 많은 모델을 사용하고, 더 많은 농작물과 갑작스러운 극한 한파 및 일조량의 큰 변동성을 연구해 핵 전쟁이 주는 다른 영향들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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