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원리로 구분해 본 ‘코로나19’ 백신

[전승민의 백신 이야기] (5)첨단기술 경쟁 속 ‘전통 백신 기술’도 한 몫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백신 이야기’를 총 15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백신은 제조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뉘며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백신 제조법 중 가장 최신으로 꼽히는 유전공학 백신(DNA 혹은 mRNA 백신)은 정복하기 어려웠던 질병도 면역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핵산 백신이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은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와 함께 정리해 봤다.

코로나 백신 시대 연 ‘mRNA 백신’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데다 치료약도, 백신도 없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나 최근 다양한 종류의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GettyImages

코로나19 백신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일 것이다. 그 뒤를 이어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도 유명하다. 거의 동시에 개발됐으나 화이자가 승인을 더 빨리 받았다. 즉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다. 미국에선 현재 이 두 가지 백신을 주로 접종하고 있다. 거대 제약사가 개발한 만큼 생산과 유통 역량도 높아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이 두 백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두 가지 백신 모두 mRNA(유전정보전달물질)를 이용하고 있는 ‘핵산’ 백신이다. mRNA 백신의 원리 자체는 이전부터 논의됐지만,실제로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빠른 대응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과감히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항원’을 우리 몸속 세포가 생산하도록 ‘설계도’를 넣어주는 방법이다. 한 번 기술개발을 마치면 기존의 백신으로 예방이 어려운 새로운 변종이 등장했을 때 언제든 mRNA 구조를 바꾸어 즉시 새로운 백신을 개발, 투입하기 유리한 것도 장점이다. 물론 임상시험은 다시 거쳐야 한다.

mRNA 백신은 질병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몸에 넣지 않고 우리 몸속에서 본래 쓰이는 신호전달물질만을 주사로 맞는 방식이라 이론적으로는 일체의 문제 소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백신 속 mRNA가 코로나19 항원 생산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정확하게 세포에 전달할지를 확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계가 올바르게 됐다고 해도 합성과정에서 착오나 변형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사람마다 세포 형질의 미묘한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다. 또한, mRNA를 전달하기 위해 중간과정에 사용하는 지질 입자도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모든 부작용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부작용을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관건이며,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두 종류의 백신 모두 피로, 두통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나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사용승인을 받았다.

다른 단점은 유통이 불편하다는 점. mRNA는 높은 온도에 대단히 취약하다. 화이자는 영하 70도 이하, 모더나는 영하 20도 이하로 보관 및 운송해야 한다. 영하 70도 유통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화이자 측은 드라이아이스 등의 값싼 냉매와 함께 약 5,000개 분량씩 밀봉, 포장하면 25일 정도는 보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패키지에서 꺼낸 다음엔 일반 냉동고 등에서 5일 정도 추가 보관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세계 어디든 비행기를 통해 공급할 수 있어 보인다.

DNA 백신의 변형, ‘바이러스벡터’ 백신

코로나19 유행 이전 ‘DNA 백신’이라고 불리는 방법이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유전자 백신이라고도 불리는데, 병원체 중 항원 부분의 단백질 유전자를 떼어내서 만든다. 이 유전자가 들어오면 사람의 세포는 병원체에 대한 항원(코로나19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게 된다. 그간 실용화되지 않고 동물용 백신 개발 등에 쓰였다. 마찬가지로 유전자를 투입하기는 하지만, 그 전달과정에서 다른 바이러스를 껍질(벡터)로 이용한 것이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이 방식으로 개발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현재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주력 코로나19 백신으로 쓰인다. 얀센(존슨앤드존슨 자회사) 백신,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개발됐다.

DNA 방식의 백신은 본래 이론적으로 대단히 안전하지만, 바이러스벡터 방식을 채용하면서 다소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는 종류라고는 하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람의 몸에 주입하는 식이라 이 바이러스 자체에 면역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약물의 전달체를 적으로 보고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mRNA 방식 백신의 예방률은 보통 90% 이상인데, 바이러스벡터 방식은 상대적으로 낮아 아스트라제네카가 70.5%, 얀센의 경우 66.9%를 보인다. 바이러스벡터 자체에 대해 후천성 면역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얀센의 경우 두 번이 아니라 한 번만 맞도록 설계돼 있어서 편의성 면에서는 뛰어나다.

최근 안전성 문제도 이야기가 많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일부 환자들에게 혈전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얀센 백신도 같은 혈전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어 ‘바이러스벡터 방식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혈전 발생으로 생기는 위험과 비교해 코로나19를 예방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라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이 방식의 백신을 접종 중이다. 혈전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선 코로나19 감염시 사망률이 매우 낮은 젊은 층(30대 미만)은 아스트로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이 방식의 백신 보관온도는 섭씨 4℃ 정도로 냉장유통 시스템이 필요하다. 본래 DNA 백신은 온도변화에 강해 실온 보관도 가능한데, 바이러스벡터 방식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로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가능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바이러스용 백신. 인도혈청연구소는 HPV백신 제조에 쓰였던 ‘바이러스유사물질’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GettyImages

‘코로나19는 대단히 특이한 바이러스라서 최신 유전자 공학기술이 없인 백신을 만들 수 없다’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mRNA나 바이러스벡터 같은, 과거에 사용하지 않던 기술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거라는 우려다. 이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도 많은 바이러스 질환 백신을 개발해 왔으며, 코로나19 백신도 이런 방법으로 제조가 가능하다. 다만 기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하면 생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신의 방식이 주목받았다는 설명이 많다. mRNA나 바이러스벡터 방식, DNA 방식 등 이른바 ‘핵산 기반’ 백신은 항원의 유전자의 형태만 파악하면 합성할 수 있어 빠르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백신이나 재조합 백신으로도 필요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개발 기간이 길고 제조공정도 손이 많이 가므로 mRNA나 바이러스벡터 방식이 먼저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이런 ‘전통적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해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경우가 눈에 들어온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항원 단백질을 외부에서 만들어 주사로 맞는 ‘재조합’ 백신이다. 오랜 기간 의학계에서 사용해 온, 안전성이 높고 비교적 확실한 방법이라 기대가 되고 있다. B형간염 백신을 이 방법으로 개발했다. 코로나19 백신 중 이 방식을 채용한 것은 ‘노바백스’ 백신이다. 나방세포를 이용해 합성한 스파이크 단백질을 면역증강제와 섞어 필요한 후천성 면역을 확보하는 식인데,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 그대로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확실하고, mRNA나 바이러스벡터 방식에 비해 보관이나 취급도 유리하다.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영국과 유럽에서 사전심사와 순차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백신의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정부와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계약에 따라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가 자유롭게 국내 공급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받고 있다.

이 밖에 중국의 ‘시노백’과 ‘시노팜’ 백신도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이 두 종류 백신은 전형적인 ‘불활성화 백신(일명 사백신)’이다. 바이러스를 배양해 불활성화한 다음 주사로 맞는 방식이다. 이중 시노팜은 2021년 5월 8일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WHO(세계보건기구)의 긴급승인을 받았다. 전통적 백신제조 방식이 WHO의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은 시노팜이 처음이다.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나타난 효능이 기준에 부합하고, 79%의 예방효과를 보였다는 것이 WHO측의 설명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기술력은 둘째 치더라도 제조공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백신을 개발하면서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검증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는데다, 실제 생산, 유통된 경우도 품질에 대한 입증이 잘 되지 않고 있다. 터키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인구의 24%를 넘는 약 2,000만 명에게 중국 백신을 접종했으나 확진자가 도리어 크게 늘고 있다. 터키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스푸트니크V’를 다시금 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재조합백신의 일종으로 바이러스의 일부 입자를 흉내내 만든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백신도 코로나19 대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현재 인도혈청연구소가 VLP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백신이 이 방법으로 개발된 바 있다. 바이러스벡터 방식이 아닌, 순수 DNA 방식의 백신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노비오’가 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이 꽤 여러 종류다. 노바백스를 생산을 맡은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가 같은 원리의 ‘재조합백신’ 2건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아스트라제네카와 유사한 바이러스벡터 방식은 ‘셀리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의 제약사에서 바이러스백터를 사용하지 않는 순수 DNA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4688)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