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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8

정보기술(IT)과 문화기술(CT)의 행복한 만남을 위하여 유동환 (주)여금 대표이사/한신대학교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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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루한주의와 정보강국 한국


37년 전 기껏 해봐야 텔레비전이 최신 미디어로 주목받던 시대에 네트워크 시대에까지 영향을 미친 도발적인 선언 한 마디가 있었다. “미디어(Media)는 메시지(Message)다!”라고 말이다. 캐나다인이면서 미국 미디어팝 문화의 고승으로 칭송받았던 허버트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의 이 선언은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의 발전을 이끌어낸 신앙적 주문과도 같았다.


맥루한은 메시지란 미디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내용’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일반상식에 도전하여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고 선언하였다. 기술결정론자이자 미디어결정론자로 평가받은 그에게 매스미디어의 내용이란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테크놀로지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사실상 인간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내용이라기보다 그 매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맥루한은 마르코니의 전신의 발명으로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전기와 더불어 일어난 최대의 변화는 선형의 연속인 아날로그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사물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심과 주변이 순간적으로 이어져 유기적인 전체로 재편성되어 네트워크가 연결된다는 관점이다.


오늘 이 시점에 그를 다시 되새겨 보는 이유는 이러한 선구적 예언이 최강의 인터넷 정보강국 한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이다.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는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졌다. 2003년도 초고속통신망 이용자 인구 1백명당 21명으로 세계 1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2003년 디지털접근지수(DAI) 178개국 중 세계 4위라는 지표가 증명하듯 최강의 정보강국이 되었다.


정보기술과 문화기술의 만남


그런데 지금 최강의 초고속 통신망을 자랑하는 우리의 인터넷에 접속해 보자. 하루에 수백 통이나 오는 스팸 메일과 범람하는 선정적·폭력적 정보 등 또다른 문제 앞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나 플랫폼(Platform)에 담기는 ‘내용’의 확충이 없이, 매체에 편향된 정보화 정책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무한속도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에 쓰레기차만 달리는 기형적인 부조화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는 ‘내용’과 ‘형식’, ‘콘텐츠(Contents)’와 ‘미디어(Media)’ 사이의 균형적 발전과 조화를 추구할 시점이다.


기술적으로는 정보기술이 담당하는 하드웨어(H/W, Hard-ware)와 소프트웨어(S/W, Software)를 기반으로 콘텐츠웨어(C/W, Contentsware)의 새 장이 열리게 되는 단계이다. 무엇보다 콘텐츠의 정의가 미디어나 플랫폼에 담기는 ‘내용물’이라는 점은 매체와 결합된 지식정보 유통의 전체 체계가 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산업에 이어 문화콘텐츠산업 부흥에 나선 것 또한 이러한 한국적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혼혈과 융합의 본성, 문화기술의 DNA


문화산업은 철저하게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인프라를 만드는 멀티미디어 디지털화 기술이나 아카이빙 기술은 보편적으로 응용되는 분야이다. 정보의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수신과 관련된 정보기술은 문화산업과 활발하게 결합하고 있다.


2차원(2D) 이미지 관련 기술은 3차원(3D) 그래픽 기술을 넘어서 다감각·다차원 가상체험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주 엑스포의 2001년 4D 영상 ‘서라벌의 숨결 속으로’나 2003년 ‘천마의 꿈 -화랑영웅전’은 가상현실기술을 통해 수천년 전 경주성 안을 거닐면서 쌍방향으로 관람자의 의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솔향기를 맡을 수 있게도 하며 타임머신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문화기술은 특징적으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바탕으로 한 전문지식기반 지식구축기술도 탄생시키고 있다. 콘텐츠의 재미와 감동을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데에 시나리오 작가의 창작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문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여 감성과 취향을 자동 인식하여 기획과 서사를 자동 생성하는 시나리오 에디팅 기술 또한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발전은 문화기술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기술은 전통지식과의 결합과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콘텐츠는 태어날 때부터 통합과학적인 DNA를 타고났기 때문이다. 내용(인문학) - 이미지(예술학) - 매체(기술공학)의 융합(Convergence)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꿈만 꾸면 현실이 된다!


한 동안 영상을 채운 특수효과의 열풍은 컴퓨터가 만들어 낸 테크놀로지의 마술에 대중들이 도취하도록 만들었다. 극사실주의(Hyper Realism)를 외치며 실제 인간의 주름과 머리카락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컴퓨터 기술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파이널판타지’는 개봉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컴퓨터가 창조한 인간이 극사실적으로 인간을 흉내낸 영상은 과연 인간에게 감동을 주었는가? 무거운 철학적 주제가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못 만들어내자, 테크놀로지의 일시적 충격은 곧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반해서 차가운 3D 애니메이션을 거부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funimation)을 주창한 ‘몬스터 주식회사’는 다른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벽장 속 공포’라는 매우 일상적인 소재를 공포도시라는 새로운 상상력에 녹여 놓은 매우 특이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다.


300만개가 넘는 푸른 털을 자연스레 흔들면서 나타난 공포괴물 ‘설리’의 움직임은 파이널 판타지와 다른 길을 보여준다. 뛰어난 뮤지컬 배우만큼 자연스럽고 경쾌한 움직임과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기술이 표현해야 할 것이 결국은 스토리를 이끄는 ‘개성(Character)’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몬스터주식회사가 기술이 부족한 작품인가하면 그렇지 않다.


이제 기술과 지식의 분리는 의미 없어 보인다. 기술에는 시효가 따르지만, 꿈과 감동에는 시효가 없다. 마지막으로 슈렉2의 애니메이션 총감독의 말을 새겨보자. “이제 기술의 한계 때문에 꿈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가 갔다. 이제 꿈만 꾸면 현실이 된다.”


재미와 감동을 생명으로 하는 우리의 문화산업의 기반기술인 정보기술의 뛰어난 인프라 위에 제대로 된 ‘꿈’을 꾸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저작권자 2005-03-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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