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장내 미생물 군이 면역계와 뇌 건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장 속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유타대 연구팀이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 안에 사는 또 다른 미생물인 곰팡이(fungi) 역시 인체 건강과 질병에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테리아와 곰팡이(진균류)는 모두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미생물로, 박테리아는 단세포 원핵생물이고 곰팡이는 다세포가 많으며 진핵생물에 속한다. 포자로 전파되는 곰팡이가 박테리아보다 2~4배 정도 더 크다. 두 미생물 모두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나, 박테리아는 항생제나 화학물질 생산, 곰팡이는 맥주나 빵을 만들거나 항생제 생산에 활용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4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곰팡이가 건강한 장에서 잘 번성하고 있으나, 때로는 염증성 장 질환(IBD)을 일으키는 장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효모의 일종인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곰팡이는 장내 미생물 군에 서식하며 건강과 위장관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이 효모의 병원성 균사 형태 모습. © Vader 1941
면역계가 곰팡이 위해상태로의 전환 억제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우리 면역체계가 통상 곰팡이들이 해를 입힐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유타대 의대 병리학 교수인 준 라운드(June Round) 박사는 “곰팡이는 박테리아보다 숫자가 훨씬 적어서 그동안 연구가 덜 됐다”며, “새로운 도구와 기술 발달로 이번과 같은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이번 작업은 큰 그림에 중요한 부분을 추가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와 같은 통찰은 장 건강 개선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고 보고 있다. 향후 개발될 수 있는 백신이 곰팡이와 다른 장내 미생물 간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토록 함으로써 자연 면역반응을 향상해 위장관 질환을 억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 증명을 제시했다는 것.
염증성 장 질환(IBD)이 발생한 대장의 염증을 나타낸 현미경 사진. 대장 조직을 생검해 H&E 염색을 했다. © Wikicommons / Nephron
백신, 곰팡이 질환 가능성 줄여
라운드 교수는 IBD의 한 유형인 크론병 진단을 위한 일반적인 의학검사가 곰팡이에 대한 항체를 감지함으로써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분야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러나 곰팡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 항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탐구되지 않았었다.
라운드 교수팀은 이 분야를 더욱 깊이 파고들기 위해 면역반응 촉발자를 검색했다. 환자 샘플을 가지고 작업하는 한편 생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인체 장에 서식하는 주요 곰팡이종 가운데 하나인 효모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가 가장 강력한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추가 조사에서 항체들은 균사(hyphae)라고 불리는 길쭉한 곰팡이 세포 유형을 겨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항체들은 균사에서 특히 곰팡이가 표면에 달라붙어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 아데신(adhesins)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했다.
연구팀은 이를 염두에 두고 장 건강에서의 곰팡이 역할을 더욱 확실하게 조사할 수 있었다. 장에 정상적이고 둥근 상태의 효모가 채워진 생쥐는 건강한 데 비해, 침습적 형태의 칸디다 곰팡이가 서식하는 생쥐는 IBD와 유사한 장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장내의 정상적인 항체 반응은 유해한 균사 형태의 곰팡이를 인식함으로써 질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유타대 의대 준 라운드 병리학 교수. © Charlie Ehlert
곰팡이와 관련된 건강 상태는 IBD만이 아니다. 효모가 질 감염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연구팀은 효모 감염 치료제로 조사 중인 백신이 크론병 환자에서의 반응과 유사하게 아데신 단백질에 대해 면역반응을 촉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IBD와 같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생쥐에게 백신을 투여하자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현재 이 백신이 인체에서도 IBD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이 같은 접근법이 장내 다른 미생물 군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라운드 교수는 “미생물 제품을 치료법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생 미생물과 사람 등의 숙주 면역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저널 ‘네이처’ 7월 14일 자에 발표된 논문 © Nature Portfolio
상호 이익을 위한 건강한 경쟁
이번 연구 결과는 또한 곰팡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건강한 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면역계가 하는 일은 침입한 유기체를 제거해 감염을 없애는 것이다. 이 경우 곰팡이는 항체와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면역반응이 곰팡이를 침입 상태로부터 둥글고 새로운 상태로 만들어 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향상하기 때문이다.
논문 제1저자인 라운드 교수실의 카일라 오스트(Kyla Ost) 박사후연구원은 “면역계는 칸디다 균을 최소의 병원성을 지닌 형태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숙주와 미생물 사이의 소통이 상호 이익을 위해 적대적이 아니라 우호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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