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복용한 약, 사망할 수도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인식 미비

일명 ‘우유주사’로 불린 ‘프로포폴’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조사 결과 ‘프로포폴’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약품의 위해성에 많이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약물 복용 1위국이기 때문. 미국보다도 2배나 많다.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심한 경우에는 하루 45알을 먹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알을 복용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았다. 그렇다면 의약품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한약물위해약회 홍보이사이자 경희대 약학과 교수인 최혁재 박사를 만나 이모저모를 질문했다.

의약품 부작용이 심하면 사망할 수 있어

“우리가 쉽게 구입해서 먹는 일반의약품인 해열진통제의 경우 스테로이드계와 비스테로이드계가 있는데, 보통 비스테로이드는 안전하다고 여기지만 장기복용하게 되면 간에 무리를 줘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스테로이드 역시 몸에 있는 에너지를 총동원해서 한 곳을 치료하는 성격 때문에 결국 몸 전체가 부실해지면서 동시다발적 부작용 나오기도 합니다.”
 
흔히 복용하는 아스피린 또한 혈관이 문제가 없는 사람의 출혈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혈관이 약해지거나, 미세한 혈관파열에도 지혈되는 기능이 없기 때문. 의약품 부작용은 처음에는 가벼운 설사나 복통 혹은 발진이나 두드러기 정도에서 시작된다. 모르고 계속 약을 먹게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데, 대다수는 부정맥, 심장쇼크, 뇌혈관 파열 등 심혈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심지어는 희귀 난치병으로 변하게 되는데, 스티븐존슨증후군, 라이증후군, 쿠싱증후군이 대표적이다.

▲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약물 복용 1위이다


스티븐존슨증후군은 약제나 병원미생물 감염 등 여러 가지 유발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피부알레르기다. 중증이 되면 수포가 증가해 항문, 성기, 눈, 내장 점막 등에 알레르기가 퍼지며 권태감, 관절통, 설사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라이증후군은 감기나 수두 등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린이나 사춘기 청소년들이 치료 말기에 보이는 희귀 질병이다. 이 때 뇌압 상승과 간 기능 장애 때문에 갑자기 심한 구토를 하게 되는데, 혼수상태에 빠져서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쿠싱증후군은 인과관계가 확실하다.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고혈압, 달덩이얼굴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부작용으로 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독일에서 만들어진 탈리노마이드는 대표적인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시장 퇴출 사례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된 약이었지만, 부작용으로 기형아들이 양산되자 사용이 금지됐다.

미국에서는 감기약 성분인 페닐프로판올아민(PPA, phenylpropanolamine)이 문제가 됐다. 이 성분은 식욕억제제로도 쓰였는데, 미국 여성이 사용하다가 출혈성 뇌졸증으로 사망하면서 이슈가 됐다. 그전까지 이 성분의 부작용에 대해 보고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최 박사는 “페닐프로판올아민은 60년간 사용한 약 성분으로 오래 사용된 약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깬 첫 번째 약”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해 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있다. 위장 관계약으로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시사프라이드가 그것이다. 미국 FDA가 시사프라이드에 대해 심장관련 통증, 부정맥, 심혈관계이상 환자에는 처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하면서 이루어진 사례다.

게보린과 사리돈도 모세혈관에 출혈을 일으키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약품이다. 이 약의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은 아이코사펜타엔산(IPA, icosapentaenoic acid)이다. 물론 정상적으로 복용했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용했을 때 큰 문제가 생긴다. 특히 청소년들은 게보린을 남용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게보린을 여러 알을 한꺼번에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열이 나는 증상이 나는데, 청소년들이 조퇴나 결석을 위해 이 약을 한꺼번에 여러 알을 복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는 다이어트를 위해 5알을 한꺼번에 먹는 사례와 한번에 30알을 먹는 경우도 조사됐어요. 그래서 현재 게보린은 15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판매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국민 홍보와 전문가들의 인식 변화 시급

▲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최혁재 박사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는 점이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도 올해에서야 출범했다. 부작용 사례 집계도 마찬가지다. 작년 사례 조사 결과 6만 6천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실제로 미국 같은 경우 한 해당 18만건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인구가 적어도 약물을 많이 복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과 사망이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면 부작용 가능성은 높은데 보고 숫자는 왜 미국보다 적은 것일까. 최 박사는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과 약물처방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해서 서로 연결시켜야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이런 조사를 할 수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선진국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부분까지 막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방자료와 통계청에 있는 사망 자료를 연결하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텐데, 기관 간 정보 교류 및 공유가 되지 않아 조사가 어렵다”며 “지금 파악되고 있는 것도 자발적 신고뿐”이라고 언급했다.

부작용 보고에 대한 규제 또한 약하다. 영국과 미국에는 부작용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돼 있다. 영국은 옐로카드, 미국에는 매드워치, 미니샌터널이라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처방한 약물 중 부작용을 보고하지 않은 환자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면 의사가 처벌받는 규제다.

제일 큰 문제점은 부작용 보고에 대한 절차와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초기 소비자 대부분은 의약품 부작용이 생겼을 때 보고와 대처 방법을 모르고 있다.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아직 의약품 위해 관리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인식이 조금은 미약하다.

최 박사는 “우리나라 의대약대에는 위해관리 전공 교수가 없고 필수과목도 아니어서 국가고시 과목에도 없다” 며 “전문가 육성을 위해 먼저 필수과목 지정도 시급하고 의료 관계자들의 인식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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