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카페] 마샬 맥루한은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의 등장이란 인간 감각 기관의 확장이라고 했다. 인터넷도 그렇다. 컴퓨터가 인간 중추 신경의 확장이었다면 인터넷은 그 확장된 중추신경을 서로 이어주었고, 세계는 촘촘한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다. 인터넷 기술에 기반을 둔 뉴미디어의 등장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고 있다.
우선 기존에 오프라인 매체가 담당하던 것을 대체하거나 보다 효율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측면을 들 수 있다. 종이 편지를 전자우편이 대신하고, 종이 신문 외에 인터넷을 통해 최신 뉴스를 접하는 게 익숙해졌다. 텔레비전이 등장했다고 라디오나 영화가 사라지지 않았듯,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반드시 기존 매체의 퇴보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밤새 썼던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 구겨버리는 것이 오히려 낯선 풍경이 돼버린 건 분명하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개인 혹은 일정 단체의 영역에서 이뤄지던 지식의 축적과 공유 과정이 전혀 새로운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피에르 레비는 이를 ‘집단 지성’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지식검색 같은 경우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집단 지성은, 내가 실수했던 것은 누군가도 똑같이 실수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유용했던 정보는 내게도 유익하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런 종류의 간접 경험은 그동안 주로 책이나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습득해왔었지만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인해, 수집된 정보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한 누구나 새로운 정보를 수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기억의 분실(分室), 기억의 저장소로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이제 일반적인 모습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쌓이는 일상의 기록 혹은 기존 지식에 관한 개인의 의견은 한 개인의 역사일 뿐 아니라 집단 지성의 원천 정보가 된다.
참여 민주주의 방식도 인터넷을 통해 새로워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영국의 「가디언」지가 ‘세계에서 첫 번째 인터넷 대통령이 로그온 했다.(World’s first internet president logs on)’고 보도했던 것이나, 40대 이하가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눈부신 인터넷 인프라 발전이 한국을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험실로 만들었다고 했던 「르몽드」인터넷판의 보도는, 인터넷으로 바뀐 우리의 참여 정치 문화를 적절하게 표현해 준다. 시민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던 ‘오마이뉴스’의 경우 인터넷의 기술적 기반이 없었다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인터넷의 대중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월드와이드웹이 팀 버너스 리에 의해 주창된 지 겨우 10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이지만 지난 10년은 우리의 거의 모든 생활 방식을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10년은 지난 10년보다 더 급속한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되는 환경이 조성될 때쯤 네티즌이라는 말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며 그 불완전함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잉태된다고 했던 데이비드 와인버거의 말은 우리의 문화 수준이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할 때 겪는 문화 지체 현상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혼란은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겠지만 그의 말 속에는 네티즌의 지적 소양과 자정 능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 또한 담겨 있을 것이다. 진보하는 기술은 그 기술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때에만 가치 있으며, 그 진보의 첨단에 대한민국의 정보과학 기술과 대한민국 네티즌 문화가 함께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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