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 제6484호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슐린은 계속 진보 중
2021년 올해는 인슐린이 발견돼 인류를 당뇨병에서 구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당뇨병은 이름 그대로 포도당이 오줌에 섞여 나오는 증세로 그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고대 인도의 <<아유르 베다>>라는 시집에는 “오줌을 많이 누고 심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점점 쇠약해지는 병에 걸린 환자가 소변을 보면 개미와 벌레들이 그 주위로 유난히 많이 들끓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인슐린이 발견되기 100년전, 당뇨병은 불치의 병이었다. 생을 유지하는 방법은 식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뿐이었다. 당뇨병 환자들은 하루 450kcal 미만으로만 음식을 섭취하는 일명 ‘굶주림 치료’를 받았고 이 때문에 기아 상태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거나, 감염이나 실명 같은 각종 합병증을 앓다 죽음에 이르렀다. 인슐린 발견은 이런 비극을 막아준 기적의 사건이었다.
인슐린 단백질의 모습. 인슐린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전환해 체내의 혈당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위키미디어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진적으로 발전해온 인슐린 발견의 역사
1709년 스위스의 해부학자 요한 브루너는 췌장에 이상이 생기면 소변을 많이 보게 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췌장을 떼어 낸 개가 심한 갈증과 다뇨증을 보였던 것이다. 이후 당뇨병 환자를 부검하자 췌장이 심하게 망가져 있다는 사실이 여러 번 보고되어 췌장과 당뇨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1869년에는 당시 독일의 의과대학생이었던 랑게르한스가 현미경으로 췌장을 관찰하던 도중에 소화액을 분비하는 선포 세포들(acinus cells)과 섬처럼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세포 집단을 발견했다. 당시 랑게르한스는 그 세포 집단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25년 뒤에 프랑스의 생리학자 구스타브 라게스가 이 세포 집단이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내분비 물질을 분비한다고 보고 이를 ‘랑게르한스섬’이라 명명했다.
췌장이 탄수화물 대사를 하지 못해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한 사람은 1889년 독일의 생리학자 오스카 민코프스키와 요제프 폰 메링이다. 이들은 과거의 요한 브루너처럼 개의 췌장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개의 오줌에는 포도당과 케톤체가 포함되어 있었고 다뇨 증상을 보이다가 곧 죽고 말았다.
이들은 개의 증상이 당뇨병임을 알아차리고, 췌장을 잘라낸 것이 바로 당뇨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이 실험했던 동물의 췌장을 잘라내는 기술이 널리 알려져 이를 이용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내분비 물질을 얻으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1916년경에는 영국의 생리학자 에드워드 샤피 셰퍼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특정 내분비물질이 분비된다고 가정하고 이 물질에 라틴어로 ‘섬’을 뜻하는 ‘insula’에서 따온 ‘인슐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슐린이라는 내분비물질이 분비되는 장소를 정확히 특정하자 인슐린을 정제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인슐린을 정제하는 데 성공하고 실제로 임상에 사용하는 데 기여한 인물은 캐나다의 외과의사 프레더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이다. 밴팅은 췌장으로 들어가는 영양분 공급을 막기 위해 췌관을 묶으면, 췌장이 수축돼 소화액 분비 기능을 잃지만 랑게르한스섬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이용해 췌장을 얇게 잘라 분쇄하고 여과하여 인슐린을 추출하는 연구를 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개를 이용했으나 당시 버려지는 부산물이었던 소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마음껏 추출해 정제했다.
인슐린을 정제하고 최초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데 성공한 찰스 베스트(왼쪽) 프레더릭 밴팅(오른쪽). ⓒ위키미디어
정제 인슐린을 처음으로 맞은 사람은 1922년 당시 14세 소년이었던 캐나다의 레널드 톰슨이다. 톰슨은 당뇨 합병증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졌으나 인슐린을 투여받고 하루 후 정상 수준의 혈당 수치로 돌아왔다. 이 소년은 27세에 폐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13년을 더 살았다. 그전까지 당뇨병 환자가 1~2년 만에 죽을 수밖에 없던 상황임을 생각하면 정말로 기적이었다. 밴팅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23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인슐린은 계속 진보 중
인슐린 발견 후 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은 혁신적으로 향상됐고 그에 맞추어 인슐린 제제도 거듭 발전해 왔다. 초기의 인슐린은 소의 췌장에서 추출한 속효성 인슐린으로, 보통 30분에서 1시간만에 빠르게 작용하지만 지속 시간은 8시간 이내로 길지 않아 하루에 세 번은 맞아야 했다.
이에 1936년에는 잠자는 동안에도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프로타민이라는 저분자량의 단백질을 첨가한 장시간형 인슐린인 프로타민 인슐린이 개발됐다. 1959년에는 영국의 생화학자 플레더릭 생어가 소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 순서를 완전히 규명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1980년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인간 인슐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편의와 효과적인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Shutterstock
이제 우리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슐린의 흡수 속도나 작용 속도를 조절하여 진짜 인슐린 못지 않은 인슐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슐린의 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여러 과학자들은 주 1회, 월 1회만 주사할 수 있도록 반감기를 늘린 인슐린이나 경구용 인슐린, 또는 센서로 혈당 변화를 감지해 인슐린을 적정량 분비하는 인공췌장도 개발하고 있다.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발간하는 ‘과학향기’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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