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인류 최초로 혜성에 착륙하다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4) 로제타(Rosetta) 미션

인류 최초로 혜성에 착륙한 로제타 미션

로제타(Rosetta) 탐사선은 유럽 우주국(ESA)에서 2004년 3월 2일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이하 ’67P 혜성’)을 향해 발사한 혜성 탐사선이다. 유럽 우주국의 호라이즌 2000 미션 중 세 번째 코너스톤 계획으로 선정된 로제타 미션은 혜성과 그들의 진화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시작된 탐사 계획이었다.

이는 10년 8개월 동안 우리 태양계 안에서 행성 그리고 소행성 등의 중력을 이용해서 속도를 감속, 가속하는 방법인 플라이바이(fly-by) 기법을 최소 6번 이상 적용시킨 탐사였기 때문에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정교한 계산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며, 아주 작은 실수나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 탐사 계획이었다.

로제타 프로젝트의 명명은 우주의 기원을 알고 싶어하는 인류의 오랜 욕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로제타 탐사선과 그의 착륙선 필래(Philae)의 이름은 고대 이집트가 남긴 비밀의 문을 여는 키였던 로제타 스톤 비문과 이집트의 나일강 상류에 있는 섬 필래에서 발견된 오벨리스크의 비문에서 유래한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1822년 프랑스의 언어학자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이 로제타 스톤의 비문과 오벨리스크의 비문을 직접 비교 분석하면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민중문자, 그리스 문자들을 해독해내었고 이를 통해서 고대 이집트에 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럽 우주국의 과학자들은 로제타 스톤과 필래의 오벨리스크로 인해서 3000 년 이상 지속되던 고대 이집트의 비밀이 풀린 것처럼, 로제타 탐사선과 필래 착륙선으로 인해서 깊고 깊은 우리 태양계 그리고 우주의 비밀이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필래 착륙선이 착륙했던 곳은 ‘J 지점’인데, 이는 후에 아닐키아라는 지점으로 명명되었다. 이는 바로 필래 섬 유적들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유적들을 옮겨놓은 섬의 이름과 같다.

핼리혜성이 남긴 호기심 그리고 로제타 미션의 시작

핼리혜성이 우리 인류에게 보여준 감동을 바탕으로 인류의 혜성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유럽 우주국과 미항공우주국이 혜성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즈음 과학자들은 혜성 탐사의 대상을 정하기 시작했다. 1986년 지오토 탐사선은 핼리 혜성에서 불과 600km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지만, 천문학자들은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서는 혜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서 미항공우주국과 동시에 혜성의 핵에 착륙해서 샘플을 채취해서 돌아오는 미션을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예산 문제로 중도에 미항공우주국이 포기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유럽 우주국은 미션을 크게 수정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로제타 미션이 탄생하게 되었다. 로제타 미션은 혜성에 초 근접해서 혜성의 표면을 자세히 관측하며 착륙선이 혜성에 도착해서 더 자세한 관측을 시행하는 계획으로 다운그레이드 되며 수정되었지만, 이는 여전히 매우 혁신적인 계획이었다.

로제타 미션의 첫 번째 목표는 46P/Wirtanen 혜성이었다. 하지만 로제타 탐사선을 싣고 출발할 예정이었던 아리안 5 로켓이 2002년 발사에 실패했고, 이에 따라 아리안 5 로켓과의 발사는 완전히 취소되었다. 큰 이심률을 가진 긴 공전 주기의 혜성 특성상 다시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기다리려면 상당 시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로제타 목표는 10여 년 내에 과학자들이 원하는 지점에 접근할 예정인 67P 혜성으로 변경되게 되었다.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외형 ©ESA/Rosseta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67P 혜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 지구 궤도에서 매우 가까워지는데, 이때 탐사선이 혜성 근처에 도달하게 된다면 혜성의 모습을 제대로 관측하기는 어렵다. 혜성이 태양빛을 받게 되면 표면이 증발하면서 혜성 주변과 혜성의 대기에 있는 먼지와 가스들이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보통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의 3배 정도가 되면 태양빛에 반응하게 되고 가스와 먼지를 분출하기 시작하는데 혜성의 중심에 있는 혜성 핵은 계속해서 코마 부분에 가스와 먼지들을 공급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혜성의 자세한 관측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로제타 미션은 67P 혜성이 태양빛을 받기 전에 근처에 도착해야 했었다.

로제타 탐사선만의 특징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의 핵을 관측하기 위해서 자외선 이미지 분광기인 Alice, 가시광선 분광기 적외선 무선 이미지 시스템인 OSIRIS, 가시광선 및 열적외선 이미지 분광기인 VIRTIS, 마이크로파 기구인 MIRO, 전파를 이용한 혜성 핵 탐사 기계인 CONSERT, 그리고 전파 탐사 기계인 RSI로 이루어져 있으며 혜성의 가스와 먼지를 관측하기 위한 이온 및 중성입자 분석 기구인 ROSINA, 원자힘 현미경을 이용한 먼지 측정 기구인 MIDAS, 혜성의 이온 분석기 COSIMA, 그리고 먼지 분석 기계인 GIADA로 이루어져 있다.

큰 태양 전지판을 양팔 부분에 장착하고 있는 로제타 탐사선은 실제로 탐사선 중량만으로도 2900kg 정도 되는 매우 무거운 중량을 자랑하는 탐사선이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동시키려면 매우 큰 예산이 필요했기에 플라이바이(fly-by) 기법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이상적인 계획을 세웠으며 마침내 2004년에 지구에서 출발한 로제타 탐사선은 1년 만에 지구에 근접하면서 중력 도움을 첫 번째로 얻게 된다. 2년 후에는 화성 표면까지 도달하면서 궤도를 수정했고 2년 후에는 다시 한번 지구의 중력 도움을 얻으며 본격적으로 기나긴 여행을 시작했다.

이어서 2번의 소행성 중력 도움과 또 한 번의 지구 중력 도움을 얻으면서 2011년엔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배터리와 전자 장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잠시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동면 중에도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향하도록 만들어 동력을 충전하기 시작했고 3년 뒤, 2014년 초에 로제타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후 ‘Hello, World’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목표 혜성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로제타의 궤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외형 ©ESA/Rosseta

2014년 8월부터는 마침내 67P 혜성을 공전하면서 근접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로제타 탐사선이 촬영한 67P 혜성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신비로웠다. 혜성의 외부 모습이 오리를 닮은 탓에 오리라는 별명도 붙었다. 또한 애초에 두 개의 작은 혜성이 붙어서 형성된 큰 혜성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와 함께 혜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의 제트도 관측하게 되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꼬리를 만드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25개월간 67P 혜성을 돌면서 12만 장에 가까운 사진을 촬영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필래 탐사선을 내려보내는 로제타 탐사선의 상상도 ©ESA/Rosseta

착륙선 필래의 67P 혜성 착륙 그리고 로제타의 영면

2014년 9월에는 마침내 착륙선이자 탐사로봇 필래의 착륙 지점을 정하게 되었고 그해 11월 착륙을 시도했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크기가 4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67P 혜성의 중력이 너무 낮기 때문에 탈출속도가 매우 낮다. 그 때문에 착륙선이 잘못 착륙하다가 높이 튕겨 나가기라도 한다면 다시 혜성을 벗어나게 되며 10여 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11월 3일 시도된 착륙에서 표면에 살짝 튕겨 나왔지만, 다행히 그늘진 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기 공급이 불가능해져서 잠시 신호가 끊기고 말았다. 이후 필래가 재가동되면서 이미지와 측정 자료를 전송하기 시작했고 2015년을 마지막으로 지구와의 마지막 교신을 마지막으로 다시 교신이 끊기고 말았다.

실종되었던 필래 탐사선을 절벽 틈에서 찾았다 ©ESA/Rosseta

이와 함께 혜성이 태양과 점점 멀어지면서 로제타 태양전지판을 통한 전력 충전이 어려워지자, 유럽 우주국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로제타 탐사선을 우주 쓰레기로 남기기보다 로제타 탐사선이 탐사해온 혜성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서 로제타 탐사선은 2016년 9월 30일 혜성에 충돌하면서 영면을 하게 된다.

로제타 탐사선의 충돌 상상도 ©ESA / AOES Medialab

혜성 분석과 연구는 이제 시작

로제타의 본격적인 혜성 탐사가 시작되고 난 후 수많은 사진과 데이터를 지구에 보내왔기에 로제타의 영면 이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이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은 혜성 대기에서 아미노산 글라이신 성분을 발견했고 이는 혜성이 아미노산을 지구에 전달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아미노산 글라이신 성분의 발견 ©ESA/Rosseta

또한 DNA, RNA, 세포막에 존재하며 세포의 대사작용에서 필수적인 인 (P)을 발견했다. 하지만 혜성의 대기에 있는 물은 지구의 물과는 다른 중수소 비율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져서 지구와 혜성과의 연관성은 다시 멀어졌다.

세포의 대사작용에서 필수적인 인 발견 ©ESA/Rosseta

최근에는 프랑스 그레노블 연구소의 올리버 포흐(Olivier Poch)박사가 이끄는 가시광선 및 열적외선 이미지 분광기인 VIRTIS를 이용한 분석팀이 혜성의 인공 표면을 그대로 재현해 내었다. 이후 입자들을 혜성과 같은 조건, 즉 진공과 저온에 노출시켰고 몇 시간 후 모든 얼음이 승화하여 혜성 표면과 유사한 다공성 먼지로 만들어진 표면이 남았으며 VIRTIS를 이용한 분석과 비교해본 결과 위 표면에서 암모늄 염(NH4+)을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로제타는 잠들었지만 로제타 탐사선의 과학자들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로제타 탐사선이 남긴 자료들의 해석과 연구는 혜성에 관한 그리고 태양계의 초기 정보에 관한 실로 엄청난 정보를 전달해 줄 것이다. 로제타 스톤과 필래 섬의 비문을 통해서 암호 해독이 가능해졌던 것처럼 로제타 탐사선과 필래 착륙선이 보내온 자료들을 통해서 우주가 남긴 암호 해독이 가능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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