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대체로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나 양, 염소 같은 가축들의 젖과 유제품을 섭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확히 언제부터 어디에서 동물 젖을 식용하기 시작했는지를 추적하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다. 고고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밀크 섭취 관행을 재구성하려고 노력해 왔다.
고대 암벽화를 보고 인간들이 동물들의 젖을 짜는 장면을 확인하고, 유제품 사용을 반영할 수 있는 동물 살상 패턴을 재구성하기 위해 동물 뼈를 살펴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고대의 음식 그릇에서 유지방의 흔적을 감지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 중 어느 것도 특정 개인이 밀크를 섭취했는지 여부를 확증해 줄 수가 없었다.
치석, 고대인에 대한 ‘정보의 금광’
이런 상황에서 고고학자들은 고대 유제품 연구를 위해 단백질체학(proteomics)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고대 유물이나 재료에 보존된 단백질 조각들을 추출해냄으로써 해당 단백질이 밀크 단백질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특별한 종의 밀크인지를 검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섭취한 단백질들은 어디에 보존될까? 중요한 저장소 중 하나는 치석이다. 치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광물화되고 경화된다.
많은 고대인들은 칫솔을 사용하지 않아 치아에 끼는 퇴적물인 플라크를 제거할 수 없어서 치석이 많이 생겼다. 고대인들은 이런 플라크로 인한 충치로 고통받았을 수 있으나, 플라크 안에 음식 단백질이 수천 년 동안 보존되면서 고대 식단에 대한 정보의 금광이 형성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6000년 전부터 동물 젖을 이용한 유제품을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케냐의 마사이 족이 소를 몰고 가는 모습. © WikiCommons / Summering2018
“염소와 양, 아프리카 초기 목축 사회의 중요한 밀크 공급원”
최근 독일 예나의 막스플랑크인류사 연구소와 케냐 국립박물관 협동연구팀은 온도와 습도가 높아 단백질 보존이 어려울 수 있는 아프리카인 유해의 치석을 조사해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7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단과 케냐의 13개 목축 유적지에서 고대인 성인 41명의 치석을 분석해 이 가운데 여덟 명으로부터 밀크 단백질을 회수해 내는 성과를 올렸다.
논문 제1저자인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 마들레인 블리스데일(Madeleine Bleasdale) 연구원은 “일부 단백질은 매우 잘 보존돼 있어 어떤 동물의 젖에서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유제품 단백질 중 일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수천 년 전부터 밀크를 마셨다는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보고된 최초의 밀크 단백질은 약 6000년 전 것으로, 수단의 공동묘지 카드루카(Kadruka) 21에서 확인됐다.
카드루카 1과 인접한 공동묘지에서는 약 4000년 전의 또 다른 개인 치석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치석에서 종별 단백질을 식별해, 유제품의 공급원이 염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블리스데일 연구원은 “이는 아프리카에서의 염소젖 소비에 대한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라며, “염소와 양은 한층 건조한 환경이었던 초기 목축 사회에서 중요한 밀크 공급원이었던 같다”고 말했다.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의 전문 클린 룸에 분석을 위해 놓여있는 고대인들의 치석. © M. Bleasdale
‘락타아제 지속성’의 진화
연구팀은 또한 3600~3200년 전의 케냐 남부 초기 목축 지역인 루케냐 언덕(Lukenya Hill)에서 발굴한 개인 유해의 치석에서도 밀크 단백질을 발견했다.
논문 공저자인 스티븐 골드스타인(Steven Goldstein) 박사는 “동물성 밀크 소비는 아프리카 목축인들의 성공과 장기적인 생존 탄력을 가능케 한 핵심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대 낙농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아프리카는 밀크 음용의 기원을 조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락타아제 지속성(lactase persistence)의 독특한 진화는 동물성 밀크 소비가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사회에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과 결합해, 유전자와 문화가 어떻게 함께 진화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어려서 엄마의 젖을 먹고 자라며 젖을 완전히 소화시키는데 중요한 젖산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젖을 뗀 뒤에는 락타아제의 지속성이 크게 감소돼 성인들은 동물의 젖을 소화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락타아제 생산이 성인기까지 지속돼 ‘락타아제 지속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논문 제1저자인 마들레인 블리스데일 연구원이 분석 샘플을 준비하고 있다. © S. Brown
초기 밀크 음용자들, 젖산 분해 효소 없어
유럽인에게는 락타아제 지속성과 관련된 하나의 주요 돌연변이가 있으나, 아프리카 전역의 서로 다른 인구군에서는 네 개 정도가 발견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을 매료시켰다. 낙농과 인체 생물학이 어떻게 공동 진화했을까에 대한 해답은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아직 미스터리한 상태로 남아있다.
연구팀은 고대인들이 밀크를 마셨다는 증거와 일부 아프리카인들로부터 얻은 유전 데이터를 결합해, 아프리카의 초기 밀크 음용자들이 락타아제 지속성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답은 ‘아니오’로 나왔다. 고대인들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밀크를 마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전적 적응 없이 유제품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것은 밀크를 마시는 것이 실제로 아프리카 인구군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을 출현시키고 확산을 돕는 조건을 창출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발효 유제품 만들어 소화시켜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 소장인 니콜 보이빈(Nicole Boivin) 교수는 “이것은 인류 문화가 수천 년에 걸쳐 인간 생물학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고대인들은 소화에 필요한 효소 없이 어떻게 밀크를 먹었을까? 그 해답은 발효에 있을 수 있다.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은 신선한 밀크보다 젖당(lactose) 함량이 낮기 때문에 초기 목축인들은 밀크를 소화하기 쉬운 유제품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케냐 국립박물관의 엠마뉘엘 엔디에마(Emmanuel Ndiema)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낙농 역사에서 아프리카의 중요한 위치를 엿볼 수 있었다”며, “새로운 분석 기술을 적용해 연구할 수 있는, 아프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 박물관 소장품의 지속적인 가치와 잠재력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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