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생명체는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물 분자 자체는 유기물이 아닌 무기물이지만, 생물과 무생물을 잇는 연결고리라고 할 것이다. 지구상 최초의 생명체가 바로 바다 속, 즉 물에서 탄생하였는데, 이는 물이 보편 용매(Universal solvent)로서 어떤 액체보다도 더 많은 화학물질들을 용해시킬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최초의 생명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지는 여전히 밝혀내기 어려운 과제이겠지만, 원시 지구의 대기 환경에서 합성되거나 바다 속에서 여러 원소의 반응 등을 거쳐 만들어진 유기물들이 점차 발전하고 변화하여 복제 능력을 갖춘 원시 생명체가 출현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명체 탄생의 발원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바다 밑바닥에 지각이 갈라진 곳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열수 분출공(Hydrothermal vent)으로서, 생명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곳이다. 초기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으므로 당연히 오존층도 존재할 수가 없어서, 바다가 아닌 지상에서는 쏟아져 내리는 태양의 자외선과 우주선(宇宙線)을 버텨낼 재간이 있는 생명체는 없었을 것이다.
생명체 탄생의 발원지로 추정되는 바다 속의 열수분출공 ⓒ 위키미디어
이처럼 지구의 생명체는 탄생 순간부터 현재까지 ‘물’에 큰 빚을 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상의 물 역시 생물들 덕분에 오늘날까지 풍부하게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즉 물과 생명체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는 긴밀한 ‘공생’ 관계인 셈이다.
물의 기원이 원시지구에 충돌한 혜성들로부터 실려 온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탄생한 처음부터 물이 존재했다고 주장한 지질학자 스티븐 모지스(Stephen Mojzsis) 교수는 생명체의 탄생 시기에도 매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즉 초기 지구에 물이 풍부했더라도 당시 대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짙은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 효과로 인하여, 지구가 뜨겁게 달궈져서 물이 모두 증발하여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것이라 한다.
바로 이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고 이후 광합성을 하는 생물들이 출현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량의 산소를 내놓았던 덕분에, 물은 없어질 위기를 극복하고 지구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물의 광합성의 부산물인 산소에 의해 지구 상공에 오존층이 형성됨으로써, 태양의 자외선 등으로부터 지구를 지켜 줄 강력한 보호막의 하나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 인근의 행성인 금성과 화성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물과 생명체의 상호 관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시 지구대기와 비슷하게 짙은 이산화탄소의 대기로 둘러싸인 금성은 당연히 물이 없을 뿐 아니라, 표면 온도가 약 500도에 달하는 불지옥과도 같은 곳이다. 태양에 더 가까워서 에너지를 훨씬 많이 받는 수성보다도 더 뜨거운 것이다. 초기의 금성에 바다가 있었는지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아무튼 만약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구 역시 금성과 별로 다르지 않은 환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짙은 이산화탄소 대기로 인하여 몹시 뜨겁고 물이 없는 금성 ⓒ 위키미디어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어서 평균 온도가 낮은 화성 역시 지금은 표면에 물이 별로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퇴적암의 흔적 등으로 미루어볼 때 과거에는 물이 풍부했을 화성이 현재는 거의 메마르게 된 것은, 화성의 약한 자기장 탓일 수도 있지만 역시 화성에 생명체가 번성하지 않은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고등동물인 포유류로 진화한 인간은 외관의 생김새가 물고기와 크게 다른 듯이 보이지만, 인간의 몸 안에는 오랜 세월 동안 물에서 진화해 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온 세계적인 과학 베스트셀러 ‘내 안의 물고기(Your Inner Fish)’의 저자인 닐 슈빈(Neil Shubin) 박사는 어류에서 사지동물인 양서류로 진화하는 중간 형태의 동물 틱타알릭(Tiktaalik)의 화석을 발견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닐 슈빈 등의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의 팔다리는 어류의 지느러미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손가락과 발가락의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는 바로 틱타알릭과 같은 물고기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을 밝혀냈다. 또한 복잡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뇌신경 역시 물고기의 뇌신경으로부터 발전한 것임이 입증되었다.
사지동물의 조상인 틱타알릭의 머리 화석을 들고 있는 닐 슈빈 박사 ⓒ Caleb Long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것 또한 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하버드 대학 인간진화생물학과의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교수는 침팬지, 보노보 원숭이 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데, 그는 인간의 이족 보행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은 바 있다.
인류의 조상, 즉 호미닌이 최초에 어떤 과정을 통하여 두 발로 걷기 시작했는지는 여전한 논쟁거리인데, 기존의 가장 유력한 학설은 나무 위에서 내려오면서부터 초원을 두 발로 걷기 시작하였다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나무 위에서부터 두 발로 걸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랭엄 교수는 엉덩이와 무릎을 구부린 채 불편하게 걷는 보노보 원숭이들의 행태를 상세히 연구한 결과, 그것은 바로 물에서 먹이를 구하면서 걷기에 매우 편리한 자세라고 주장하였다. 즉 인류의 조상이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게 된 시초를 물속을 헤치고 다니던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한 것이라 설명한 것이다. 랭엄 교수는 몸의 털이 없어지고 땀을 흘리게 된 것 등도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과 구별되는 특성들도 물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499)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12일 국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협력단이 발표한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 포착은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도 참여해온 EHT 프로젝트를 통해 거둔 획기적인 성과다. 블랙홀이라고 하면 대부분 영어 단어 뜻 그대로 해석해 '검은 구멍'을 떠올리지만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직접 볼 수 없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자가면역 반응으로 파괴되는 병이다. 이렇게 베타세포가 손상되면 인슐린 부족으로 혈당치가 급격히 치솟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1형 당뇨병 환자는 매일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아프리카나 중동에 주로 서식하는 열대·아열대성 곤충인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북위 37.7도인 우리나라 파주시에도 사는 것이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경기 파주시에서 관찰되기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북한은 평양 강동군 구석기 동굴에서 2만여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화석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연구팀은 최근 강동군 임경노동자구 구석기 동굴을 탐사하던 중 2층 문화층에서 인류 화석 7점, 짐승 뼈 화석 9종에 300여점, 포분화석 274개를 발굴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임은경 박사 연구팀과 건양대 문민호 교수 공동연구팀이 혈액 검사로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기억 상실·인지 장애를 동반하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정확한 조기 진단으로 증상의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혈액에서 마이크로RNA(miRNA)의 일종인 miR-574가 매우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검출할 수 있는 진단시스템을 개발했다.
서울대학교 교수들과 학부생들이 질병 치료에 중요한 유전자를 발굴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11일 서울대는 의과대학 한범·정기훈 교수팀이 세포 분류를 선행하지 않고 신약개발 타깃 '마커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 '마르코폴로'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국내 연구진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검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한 OLED 비파괴 검사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OLED 디스플레이 제작 과정에서 결함을 확인하고 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