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에서 가장 빠른 별 발견

초거대 블랙홀을 빛의 8% 속도로 공전

은하계에서 가장 빠른 별이 발견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 과학자들은 광속의 8% 속도로 이동하는 별을 찾았다고 지난 11일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이 별은 은하계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을 엄청난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은하계 중심의 Sgr A*(녹색 X자)를 수십 개의 별이 빠르게 공전하고 있다. © Florian Peissker / NASA

우리 은하계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에 달하는 초거대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가 존재한다. 천문학자들은 30년 전부터 Sgr A* 주변을 빠르게 공전하는 다수의 별을 발견했다. 이러한 별들을 ‘S 항성(S-Star)’이라고 분류하며, 일부는 블랙홀을 아주 가깝게 돌고 있어서 찾기가 매우 어렵다.

올해 1월 쾰른 대학의 플로리안 파이스커(Florian Peissker) 연구원이 이끄는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S62’라는 별의 최대 속도가 광속의 약 6.7%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 기록은 ‘S2’가 냈던 광속의 약 2.6%였으나, S62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

이번 연구도 같은 연구팀이 수행했다. 파이스커 연구팀은 추가로 5개의 별을 조사한 결과, 그중에서 ‘S4714’가 광속의 약 8%에 해당하는 초속 2만 4000km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16초 만에 갈 수 있는 속도다.

큰 궤도 이심률이 초고속의 비결

블랙홀을 너무 가깝게 공전하는 별은 강력한 중력 때문에 분해되거나, 사건의 지평선 안쪽으로 흡수되기 마련이다. Sgr A* 주변의 S 항성들은 비교적 큰 궤도 이심률을 갖고 있어서 잠깐만 블랙홀에 근접한다.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아슬아슬하게 연명하는 셈이다.

S2는 궤도 근지점에서 빠른 속도를 내므로 적색편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 ESO / M. Kornmesser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천체는 궤도 근지점에 도달했을 때 최대 공전 속도를 내게 된다. 그리고 중력원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강할수록 더 빨라진다.

수년 동안 은하계에서 가장 빠른 별이란 타이틀을 가졌던 S2는 블랙홀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16년 걸리고, 궤도 근지점을 지나기 직전에는 초속 7700km까지 가속한다. 또한, 이심률(e=0.885)이 매우 커서 길쭉한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 궤도 이심률이 0이면 완벽한 원형 궤도가 되고, 커질수록 납작한 타원 궤도를 그리다가 1을 넘기면 아예 쌍곡선 궤도가 되어 중력원을 벗어난다.

슈바르츠실트 세차 운동을 하는 S2의 상상도. © ESO / L. Calçada

S62는 지금껏 발견된 S 항성 중에 가장 빠르며, 궤도 주기가 가장 짧은 별이라고 알려졌다. S62의 공전 주기는 9.9년으로, 블랙홀과의 근지점이 태양에서 천왕성까지 거리보다 가까운 24억 km에 불과해서 근접할수록 매우 빠른 속도를 낸다. 이심률(e=0.976)도 극단적으로 커서 마치 화살촉처럼 뾰족한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

‘S62’의 두 가지 기록 모두 깨져

이번 연구로 S62의 두 가지 기록이 모두 깨졌다. 파이스커 연구팀은 ESO가 칠레에 설치한 ‘초대형 망원경(VLT)’의 12년간 관측 자료를 분석해서 ‘S4711~S4715’라는 5개의 새로운 S 항성을 식별해냈다. 그중에 ‘S4711’의 공전 주기는 7.6년이었고, ‘S4714’의 최대 속도는 광속의 8%에 달했다.

Sgr A*(좌표계의 원점)에 가까운 S 항성들의 궤도. © Florian Peissker et al.

S4714의 공전 주기는 12년으로, S62나 S4711보다 조금 길다. 그러나 궤도 이심률이 0.985, 블랙홀과의 근지점은 고작 19억 km 거리라서 S 항성 중에 가장 큰 이심률과 최단 근접거리를 가졌다. 이는 엄청난 속도를 설명하는 이유가 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 증명에 기여

연구팀은 S 항성들의 기이한 움직임이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S2 항성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입증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연구팀이 S2의 궤도가 일반상대성 이론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이스커 연구원은 이 연구를 7년 동안 해왔다면서 “이런 종류의 별들을 연구하면 블랙홀이 천체를 집어삼키는 과정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S 항성 발견에 큰 역할을 했던 VLT의 ‘SINFONI’ 근적외선 분광기는 현재 폐기된 상태라서 당분간 새로운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 앞으로 차세대 초거대 망원경이 완공되어야 더 많은 별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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