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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객원기자
2012-07-09

융합은 과학 대중화에도 기여 정창훈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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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훈 작가는 ‘월간 사이언스’, ‘월간 뉴턴’ 등에서 약 20년간 과학기자 생활을 해왔고, 현재는 ‘태양계 여행안내서’, ‘신화 과학을 들어 올리다’ 와 같이 과학을 주제로 다양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전히 과학 글쓰기는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는 ‘과학도 사람 사는 일 중에 하나’라는 나름의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경쟁을 위한 과학만 존재

“최근 몇 년은 과거 수십 년과 비교해보면 그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과거에는 아이들이나 과학저술가들이 순수한 의미로 과학을 진지하게 접했다면 요즘은 가벼워지는 경향도 있고 응용과학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현상도 보입니다”

정창훈 작가는 “요즘 과학에 대한 이런 대중관심의 변화는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당장 먹고 살기에 우선순위 분야인 과학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는 정 작가의 말대로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내보이기 위한 소위 ‘스펙’ 쌓기에 열심이다. 대학시험에 과학을 넣어도 그건 시험을 위한 과학이다. 물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봉사활동도 역시 인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스펙을 위한 경우가 많다. 과학 역시 스펙을 위한 지식일 뿐 인성과 교양을 기르기 위한 수단의 역할은 못하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기 때문에 정작 우리가 왜 과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학문화가 확산되는데 이런 분위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창훈 작가는 ‘과학도 사람 사는 일 중에 하나’라는 나름의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정창훈


자연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도구가 돼야

“요즘에는 별을 관찰해야 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합당한 이유를 말해야 해요. 스펙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쓸모없는 행동인 셈이죠. 하지만 아주 오래전,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자연철학자들의 과학적 사고가 과연 ‘물질적 풍요만이였을까요?”

정 작가는 옛날 문헌을 찾아보면서 과거 그들이 자연을 대했던 자세나 과학에 대한 태도를 자꾸 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학문들이 ‘내가 누구고, 왜 태어났고, 왜 사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으려는 생각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비록 자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과학을 했었지만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윤리·도덕이란 학문이 필요해 생겨났고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해서 정치라는 틀이 만들어졌다. 분명 과학도 다른 학문처럼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우리는 생명연장이라든가, 생산성 향상 등 물질적 측면으로만 오·남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 작가는 “이제는 과학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면서 “특히 너와 나 사이에 살아가는데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과 훈련방법으로서 이용된다면 서로 소통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노력과 오해를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융합은 과학이 다른 분야와 소통하는데 기여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융합’은 과학 대중화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문간 융합은 과학이 자신만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다른 분야와 같이 손을 잡기 시작했다는 징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소통의 시작이고 관심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죠”

정 작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왜 시신을 땅에 매장했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융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옛날 사람들도 사람의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재 시신에 대한 태도나 미라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먼 옛날에도 생명이 없어진 시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땅은 예나 지금이나 곡식을 만들어내는 생명 잉태의 장소이다. 때가 되면 땅 위에 있던 것들이 없어져 사라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성되는 곳. 그래서 과거 사람들은 다시 생명을 얻으라고 죽은 시신을 땅에 묻은 것이다. 한마디로 땅은 절대적 힘을 가진 대상이었다.

그럼 역사 초기 시대의 사람들에게 신은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대상은 모두 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땅은 그들에게 신이었다. 태초와 관련된 신화 속에서 대지의 신이 어떤 신들보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혼돈의 시대에 ‘가이아’가 첫 번째로 탄생했듯이, 역사가 부계사회보다 모계사회에서 먼저 시작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할 수 있다.

정 작가는 “‘왜 시신을 땅에 매장했을까’라로 시작된 물음에 대한 해답은 정확한 증거물이 아니라 할지라도 조각조각 떨어진 정보를 논리적 유추로 하나로 꿰어 맞춘 결과물”이라면서 “이 질문에는 신화, 역사적 현상, 과거 사람들의 철학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질문을 확장해 해답을 구하려고 하다보면 더 많은 영역의 학문적 지식이 필요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융합은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하나의 질문에 호기심을 자극해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융합의 활성화는 과학에 관심 없던 사람은 과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하고, 과학만 알던 사람은 다른 분야와 소통을 하도록 만드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융합이 유행처럼 번지다가 멈춰질까봐 우려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 흐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과학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 작가는 덧붙였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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