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은 농장이나 유통 과정에서 물리적 충격이나 병충해 침입, 과숙 등의 요인으로 부패하는 순간 상품 가치는 떨어지고 폐기물로 바뀐다. 이것을 ‘수확 후 손실’이라고 부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9월 29일을 국제 식량 손실 및 폐기물 인식의 날로 지정하고 “전 세계 생산되는 식량의 14% 이상이 손실되거나 버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과일, 채소 등 원예작물은 더욱 심각하다. 유통기한이 짧아 쓰레기로 처분되는 원예작물은 전체 농산물 중 약 33%를 차지한다. 일부 저소득 국가는 더욱 심하다. 작물 손실은 포장지 낭비와 온실가스 생산을 포함한 또 다른 환경문제로 이어진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약 14%가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손실된다. ⓒFAO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글로벌 유통망이 형성되면서 과수, 채소, 화훼류 등 갓 수확된 원예작물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원예작물의 수확후 손실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최근 국제 원예 학술지인 ‘헐티컬쳐 리서치(Horticulture Research)’는 1일 자 리뷰를 통해 2020년 노벨화학상에 선정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활용한 유전자 편집이 빠르면 5년 내 작물의 수확후 손실과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에틸렌 제어…작물 수명 연장, 품질 개선
원예작물은 긴 공급 과정에서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 현재 원예작물의 수확후 관리는 농산물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선별과 포장, 예냉, 저장 등 외부의 변화관리에 중점을 둔다. 한국도 대기 가스를 인공으로 조절하는 CA저장고를 작물 생산지와 가까운 곳에 설치해 수확 후 작물 손실률을 줄이는 중이다.
수확후 손실을 막으려면 작물의 숙성과 노화의 주범인 에틸렌 제어가 핵심이다.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으로 식물 내 에틸렌 생합성에 관여하는 전사인자의 결실 또는 치환을 유도하면 작물 노화의 주범인 에틸렌 공정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전통적인 육종을 통해 얻기 어려운 종의 형질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부 유전자 도입 없이 식물 자체 특정 염기서열을 정교하게 자르고 순서를 교정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에틸렌 합성을 제어하면 토마토, 피망, 오렌지, 감자 등 과실류, 뿌리채소 등의 숙성 기간 조절이 자유롭다. 개화 수명이 중요한 꽃다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전 세계 160억 달러 수요를 가진 절화류 시장에서도 개화 수명 연장에 유전자 편집은 유용한 기술이다.
에틸렌 생합성을 제어하는 과정. 에틸렌 전구체인 메티오닌으로 시작해 최종 에틸렌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ACC생성효소, ACC산화효소가 작용한다. 크리스퍼를 이용해 CNR, RIN, NOR 등 에틸렌 생합성 조절 인자의 결실이나 치환을 유도해 에틸렌 합성을 조절할 수 있다. ⓒnature Horticulture Research
또한 과일 표피 큐티클층과 세포벽을 분해하는 핵심 유전자를 편집해 곰팡이 감염으로부터 내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작물의 색을 담당하는 안토시아닌, 맛을 담당하는 설탕과 녹말, 갈변 감소 등도 유전자 편집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농산물 미관과 맛을 개선하면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져 수확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유전자 편집은 단일 또는 다중 유전자 발현에 작은 변화를 유도하고 숙성과 노화, 품질에 관련한 생물학적 경로 체계를 해부하는 도구로서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 유전자 확인, 규제 등…유전자 편집 활용 장애물
유전자 편집이 광범위한 효과에도 아직 작물에 활용은 더디다. 전통적 식물 육종 방식으로 실험에 적용된 식물 종이 적어 수확후 관리에 필요한 유전자 확인이 아직 덜 된 상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쉽고 정교해 원예작물 형질 발현에 사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특허권을 두고 미국 브로드 연구소와 캘리포니아 대학 간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크리스퍼 기술이 적용된 농산물을 미국, 캐나다, 중국, 호주에 판매하려면 두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수백만 달러로 예상된다. 유전자 편집 작물의 상업화 진입 장벽을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가별로 유전자 편집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원예작물 대부분을 생산 소비하는 미국과 중국은 유전자 편집을 쉽게 수용하지만, 인도는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유럽은 GMO와 유전자 편집 작물이 같은 분류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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