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치료가 만병통치약인가?

치료과정 아직 정립 안돼, 부작용 해소해야

지난 1990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유전학자 앤더슨 박사(William French Anderson)는 중증복합면역결핍증에 걸린 네 살 난 애시 데실바(Ashi Desilva)라는 여자아이에게 유전자치료를 시도한다.

보건당국이 승인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gene therapy)였다. 치료에 앞서 앤더슨 박사는 “이 소녀가 쾌유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유전자치료를 통해 AIDS를 비롯 암, 심장질환 등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사는 유전자를 교체한 건강한 세포를 소녀에게 주입했다. 그리고 소녀의 쾌유를 기대했으나 불행하게도 그의 희망은 성취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유전자 치료를 통해 불치병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치료방식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유전자치료 개념도.   ⓒWikipedia

유전자 치료를 통해 불치병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치료방식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유전자치료 개념도. ⓒWikipedia

치료제 승인, 생산설비 확대 이어져    

27년이 지난 지금 세계 전역에서는 수천 건의 유전자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유전자 조작 면역 세포의 암 치료제 사용을 승인했다. 이 치료제는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제조한 킴리아(Kymriah)다.

미국 최초로 승인한 이 암치료제는 면역세포 안에 암세포를 죽이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것이다. FDA는 이 치료제를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cell A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환자에 투여하는 것을 승인했다.

FDA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유전치료제 사용 승인조치가 ‘역사적(historic)’ 조치임을 강조했다. “암 환자 자신에게서 면역 세포인 T 세포를 추출한 후 유전자를 조작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의료 혁신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기업을 통해 본격적인 생산설비도 갖춰지고 있다. 18일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의 세포 및 유전자치료 CDMO(개발과 제조 위탁 기업)인 브래머 바이오(Brammer Bio)는 플로리다주 앨라추아에 임상실험을 위한 시설을 2배 확장했다고 밝혔다.

브래머 바이오의 연구책임자 리처드 스나이더(Richard Snyder) 박사는 “이 시설에 지난 11년간 수행된 100여개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유전자치료 경험이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이 중 대다수가 최초로 시행된 임상실험들이다.

박사는 “이 시설을 통해 그동안 실험 수준에 머물러왔던 유전자치료를 실제 치료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5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과학자, 의료진을 비롯한 300여 명의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혁신적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19일 과학논문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eurekalert)’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칠레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이 알코올중독을 유전자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전자치료로 인한 부작용 해결 안돼    

사람 몸에 술이 들어가면 알코올 분해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먼저 알코올을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화시키고,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의 초산으로 변화시킨다.

그러나 체내에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많이 남아 있으면 계속 숙취 상태가 이어지고 미주신경, 교감신경내의 구심성신경섬유를 자극해 구토 및 어지러움, 동공확대, 심장박동 및 호흡의 빨라짐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현재 알코올 분해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유전자치료 방식을 통해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관련 논문은 최근 학술지 ‘인간 유전자치료(Human Gene Therapy)’ 지에 게재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170여 종 이상의 유전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상 질환은 악성 종양,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선천성 대사 장애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알코올중독처럼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티븐스 공과대학의 존 호간(John Horgan) 교수는 “최근 유전자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유전자 치료가 마치 만병통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전자치료를 신봉하고 있는 지지자들은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 이른 갱년기 유방암(early-onset breast cancer) 등 유전자 결함으로 발생하는 질환들을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것처럼 거듭 주장해왔다.

일부 열광주의자들은 유전자를 교체한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를 거론할 정도다. 이들이 성장해 노벨상을 타거나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호간 교수는 그러나 유전자치료가 극히 복잡한 치료과정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치료 중에 신체 면역시스템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역시 유전자치료가 심각한 건강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DA가 승인한 암치료용 유전자치료제 ‘킴리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유전자치료에 있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이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면역반응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FDA는 이외에도 전염병 감염, 저혈압, 콩팥 손상, 열병, 저산소증(hypoxia) 등의 부작용을 주의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킴리아’ 등 다양한 유전자치료가 완전한 성공을 거두기까지 아직도 많은 관문이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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