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의 심우주 미션 – 지오토 혜성 탐사선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Non-programme missions (7) Giotto 혜성 탐사선

에드먼드 핼리의 위대한 발견

영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는 자신이 살던 시대 이전부터 축적되어온 천문학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1456년 6월, 1531년 8월, 1607년 10월, 1682년 9월에 출현한 혜성의 궤도가 거의 일치함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서 혜성의 출몰에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발견하고 위 혜성의 주기는 대략 75년임을 밝혀냈다. 또한, 위 혜성이 같은 궤도를 가지고 태양을 공전한다는 가정하에 1758~1759년 다시 나타날 것임을 예측했다. 이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으며 후세 사람들은 핼리의 업적을 따서 본 혜성의 이름을 핼리 혜성(1P/Halley)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10년 5월 4일 출현한 핼리 혜성의 모습 © Yerkes Observatory

유럽의 최초 심우주 미션 – 지오토(Giotto)

핼리 혜성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혜성 중 하나로 주기가 200년 이하인 단주기 혜성이다. 가장 최근 핼리 혜성이 지구에 근접하였을 때는 1986년 3월이었는데, 핼리 혜성의 궤도를 알고 있던 인류는 혜성이 태양에 근접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올 핼리혜성을 대비하여 유럽에서 쏘아 올린 혜성 탐사선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최초”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럽 우주국의 혜성 탐사선 지오토(Giott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6년 다시 출현한 핼리 혜성의 모습 © NASA/W. Liller

지오토 탐사선은 본래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 우주국(ESA)의 합동 혜성 임무의 일부로 제안되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이 본 미션에서 철수함에 따라 유럽은 큰 고민에 빠졌다. 위 임무를 포기한다면, 인류는 태양계 깊은 곳으로 다시 사라져 버릴 핼리 혜성을 다시 가까이 보기 위해서 75년이나 더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유럽 우주국의 과학자들은 일생에 한 번뿐인 이 모험을 단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위 과감한 결정은 지오토 임무를 유럽의 첫 번째 심우주 임무(deep Universe mission)로 만들었다.

지오토 미션의 시작

이처럼 지오토 미션은 핼리 혜성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유럽의 야심 찬 의지가 담긴 미션이었다. 1986년에 우리에게 다가올 핼리혜성의 핵 부분을 자세히 관측하며 연구할 목적으로 1980년 유럽 우주국의 승인을 얻어낸 지오토 미션은 혜성이 내부 태양계로 다가오기까지 몇 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미션의 진행에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종 계획은 지오토 탐사선을 기반으로 2대의 러시아 Vega 탐사선, 그리고 2대의 일본 탐사선 Sakigake 및 Suisei 탐사선을 포함한 총 5대의 우주 탐사선 협력함대로 구성되었다. 기본적으로 일본 탐사선들과 기존의 미국 탐사선 International Cometary Explorer가 장거리 측정을 통한 핵의 위치 파악 후 러시아의 Vega 탐사선이 선 관측을 하도록 구성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Vega 탐사선은 지오토 탐사선에 데이터를 보내게 되고 결국 지오토 탐사선의 핼리혜성 핵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나리오로 구성된 임무를 구성했다.

Giotto탐사선의 발사 모습 © Giotto/ESA

지오토 미션은 영국의 British Aerospace가 제작한 GEOS 지구 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중요한 차이점으로는 위성이 혜성과 만날 동안 먼지 입자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이 설치된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960kg의 무게와 함께 본체의 크기는 약 지름 2m, 높이 1m 정도의 짧은 실린더 모양을 지니고 있으며 내부는 상단 플랫폼, 메인 플랫폼 및 과학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실험 플랫폼의 세 가지 내부 플랫폼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린더 상단에는 지름 1.5m의 안테나가 있으며 우주선의 총 높이는 약 3m 정도 이다.

지오토 탐사선의 상상도 © Giotto/ESA

혜성의 핵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지오토 미션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우주선과 혜성이 시속 245,000km의 속도로 서로를 향해 다가올 때 혜성 핵의 근접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오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위 속도라면 0.1g에 불과한 먼지 입자도 8㎝의 고체 알루미늄을 관통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600kg에 달하는 알루미늄 방패를 우주선에 장착하기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지오토 탐사선이 제안되기도 훨씬 이전인 1947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위플 박사 (Dr. Fred Whipple)가 처음 제안한 샌드위치 디자인을 생각해냈다. 이를 기반으로 지오토 탐사선의 방진막은 23cm 떨어진 두 개의 보호 시트로 구성되었으며 전면에는 들어오는 대부분의 먼지 입자들을 기화시키는 두께 1mm의 알루미늄 시트가 장착되었다. 12mm 두께의 후면 내열성 합성 섬유로 이루어진 케블라 시트는 전면의 장벽을 뚫은 파편들을 흡수하도록 구성되었다. 이들은 모두 총알보다 50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최대 1g 입자의 충격까지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지오토 탐사선의 실제 조립 모습 © Giotto/ESA

지오토 탐사선의 전력은 원통형 외부를 감싸는 약 5,000개의 실리콘 셀로 구성된 태양 전지판을 통해서 제공되며 4개의 은-카드뮴 배터리는 우주선이 태양 빛을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백업용으로 준비되었다.

지오토 미션은 1985년 7월 2일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Ariane 1 로켓(비행 V14)과 함께 발사되었으며 초기에는 정지 궤도에 이르기 전 중간 단계인 타원형 궤도 (GTO: Geostationary Transfer Orbit)를 따라 돌며 혜성과 만나기 전까지 지구와 가까운 거리 (근지구 단계: Near Earth Phase)에서 혜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Giotto탐사선(파란색), 지구(녹색), 그리고 핼리 혜성(노란색)의 궤도 © ESA

드디어 만난 핼리 혜성

러시아의 탐사선 Vega 1호는 1986년 3월 4일에 핼리 혜성을 관측하기 시작했으며 탐사선 Vega 2호는 5일 뒤 혜성을 중력 비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오토 탐사선은 1986년 3월 14일 불과 596km 거리에서 핼리 혜성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였다.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지오토는 안전하게 생존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받은 충격으로 회전축이 변경되어 안테나가 더는 항상 지구를 향하지 못하며 먼지 보호막이 더는 탐사선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였던 지오토 탐사선은 32분 후 스스로 다시 안정을 찾았으며 과학적인 관측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오토 탐사선은 혜성의 핵을 첫 번째로 관측한 탐사선이 되었다. 한편, 핼리 혜성의 핵을 자세히 관측한 이후 또 다른 충돌 때문에 탐사선의 촬영 카메라 (Halley Multicolor Camera) 한 대가 파괴되었다.

Halley Multicolor Camera로 촬영한 핼리 혜성의 핵 이미지 © Giotto/ESA

탐사선의 장비들은 1986년 3월 15일 잠시 휴면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탐사선에는 아직 60kg의 연료가 남아 있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오토 탐사선의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지구를 이용한 중력 비행을 위해서 총 세 번의 작은 궤도 수정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서 지오토 탐사선은 지구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 기법에 성공한 첫 번째 탐사선으로 기록되었다.

1,419일 후 1990년 2월 과학자들은 지오토 탐사선을 다시 깨우기 시작했다. 혹독한 우주 환경이 탐사선을 손상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약 2시간 후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NASA Deep Space Network 지상국에서 지오토 탐사선이 보내는 약한 신호를 받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서 역시 지오토 탐사선은 최대 절전모드에서 다시 활성화에 성공한 첫 번째 탐사선으로 기록되었다.

카메라를 포함한 3개의 장비는 완전히 손상되었고, 4개의 장비가 부분적으로 손상되었지만, 3개의 장비는 문제없이 작동함을 확인했고 깨어남과 동시에 다음 혜성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탐사선은 1992년 7월 10일 GriggSkjellerup 혜성을 약 200km 거리까지 접근해서 관측하기 시작했으며 그 후 1992년 7월 23일 지오토 탐사선의 전원은 종료되었다.

탐사선이 보내온 과학적인 결과들

1986년 3월 12일, 지오토 탐사선이 핼리 혜성에서 불과 78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을때 처음으로 수소 이온을 감지했다. 22시간 후 지오토 탐사선은 태양풍의 활모양 충격파면을 넘어서 먼지가 풍부한 혜성의 코마중 가장 밀도가 높은 부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카메라는 시야에서 가장 밝은 물체(즉 혜성의 핵)를 따라가기 위한 추적 모드로 전환되었고 첫 번째로 흐릿한 이미지를 지구로 보내기 시작했다. 지오토 탐사선이 보내온 핼리 혜성은 대략 15km 길이의 핵, 7km에서 10km 너비의 어두운 땅콩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최소 3개의 가스 방출 제트가 확인되었다.

지오토 탐사선이 보내온 핼리 혜성 이미지 © Giotto/ESA

혜성 핼리가 방출한 물질들을 분석한 결과는 물, 일산화탄소, 메탄/암모니아의 혼합물, 그리고 미량의 철 및 나트륨과 함께 기타 탄화수소가 검출되었음을 알렸다. 추가 분석을 통하여 혜성은 주로 얼음 등의 휘발 물질들이 성간 먼지 입자에 응축되어 형성 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핵의 표면은 상당히 거칠고 전체 밀도는 매우 낮음이 확인되었다.

분출된 먼지들의 질량은 대략 0.4에서 10g 정도로 작았고 탄소, 수소, 질소 그리고 산소 등이 포함된 먼지와 칼슘, 철, 마그네슘, 규소 등으로 구성된 두 종류의 먼지를 확인했다. 또한 플라스마 및 이온 질량 분석기 장비는 핼리 혜성의 표면이 탄소로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서 지오토 탐사선은 혜성에서 유기 물질의 첫 번째 증거를 발견한 탐사선으로 기록되었다. 또한 탐사팀은 혜성에 있는 산소, 탄소, 수소 등의 존재 비율은 태양의 그것과 비슷했기에 핼리 혜성의 구성요소는 태양계에서 가장 원시적임을 확인했다.

태양, 핼리 혜성, 운석, 그리고 지구의 산소, 탄소, 질소 존재 비율비교도 © ESA

지오토 미션의 큰 성과

유럽 우주국은 지오토가 보내는 결과들을 실시간으로 대중에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서 대중에 한층 더 가까이 가고자 했다. 유럽 우주국의 태양계 관련 부서장이자 지오토팀의 과학자로 일했던 게하르드 쉬뷈 박사 (Dr. Gerhard Schwehm)는 지오토 미션이 보여준 성과들에 대해서 일생에 한 번뿐인 행사가 일반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오토 미션의 큰 성과 중 하나라면 유럽 및 전세계의 행성 과학 커뮤니티에 불을 붙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들은 매우 까다로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결국 유럽이 성공하게 한 인류 최고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 (Rosetta) 탐사선의 탄생을 이끌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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