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분리기로 우주 로켓 발사?

스핀런치, 8000만 달러의 투자금 유치

중세 전쟁 영화를 보면 거대한 투석기로 돌덩이를 날리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이런 고전적인 아이디어를 응용해서 로켓을 발사하려는 기발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단, 사용하는 도구는 투석기가 아니라, 현대적인 원심분리기다.

지난 1월 29일 첨단기술매체 와이어드(WIRED)는 ‘스핀런치(SpinLaunch)’라는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혁신적이고 저렴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나섰으나 그 기술이 무엇인지는 비밀로 해왔다. 최근 공개한 내용은 다소 황당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지만, 벌써 8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진공 원심분리기를 이용해서 로켓을 시속 8000km 이상으로 가속한다. ⓒ SpinLaunch

로버트 하인라인의 SF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매스드라이버(mass driver)라는 우주 발사 장치가 등장한다. 이 장치는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발사하는 ‘전자기 캐터펄트(Electromagnetism catapult)’의 일종이다.

원래 캐터펄트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쓰이던 공성 무기인 투석기를 뜻하는 용어다. 지렛대 원리와 원심력을 이용하여 무거운 물체를 멀리까지 던질 수 있다. 현대에 와서는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이륙시키기 위해 증기나 전자기로 사출하는 장치를 캐터펄트라고 부른다. 모두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운동에너지 발사 장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벤처 사업가인 조나단 야니(Jonathan Yaney)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스핀런치를 설립했다. 이 기업은 다단 분리 로켓과 같은 기존 방식 대신, 전혀 새로운 발사 기술을 사용해 로켓을 쏘아 올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직관적인 회사 명칭과 운동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사실만 알려져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아마도 롤러코스터와 비슷한 형태의 거대한 회전식 전자기 캐터펄트를 이용하여 발사체를 가속한 다음, 경사로를 따라 하늘로 발사하는 방식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고속 원심분리기가 등장한 것이다.

최초로 제작된 직경 12m의 원심분리기 프로토타입. ⓒ SpinLaunch

중력보다 10만 배 강한 힘을 견뎌야

스핀런치의 최종 목표는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원심분리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원심분리기 체임버는 진공 상태로, 공기 저항 없이 약 1시간 동안 회전하며 시속 80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물체는 지구 중력보다 최대 10만 배 더 강한 힘을 받게 된다.

100kg의 페이로드를 탑재한 소형 로켓은 원심분리기로 발사 속도까지 가속한 뒤에 분리해서 발사된다. 성층권을 넘어 60km 고도에 도달하면 궤도 속도를 내기 위해 엔진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탑재된 페이로드가 극한의 가속도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스핀런치는 2건의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이 특허 내용을 살펴본 여러 대학의 항공우주 기술자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장 많았던 비판은 로켓이 중력보다 수만 배 이상 강한 원심력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 로켓은 우주까지 도달하면서 최대 5~7배의 중력가속도를 받는다.

남 캘리포니아 대학의 댄 어윈(Dan Erwin) 우주항공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어떠한 로켓이나 항전장치도 그 같은 가속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며 강하게 반론을 제시했다.

100m 직경의 대형 원심분리기를 기울여 설치하고, 가속이 끝난 로켓을 발사 터널로 내보낸다. ⓒ SpinLaunch

2016년 첫 번째 원심분리기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스핀런치 개발진은 몇 년째 고속 회전 테스트를 수행해왔다. 지금까지 도달한 성과는 약 5kg의 실험용 페이로드를 시속 6400km 이상으로 회전시킨 것이다.

스핀런치의 CEO 조나단 야니는 실험에 사용된 태양전지, 무선시스템, 망원경 렌즈, 배터리, GPS 모듈을 비롯한 전자 제품들이 놀랍게도 대부분 손상 없이 멀쩡했다고 밝혔다. 어떤 테스트에서는 아이폰을 넣고 중력보다 1만 배 강한 힘을 받을 때까지 회전시켰는데도 실험 후 통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발사체가 성공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스핀런치는 이를 통해 발사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매회 약 25만 달러의 가격으로 하루에 최대 5번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실험 로켓을 제작한 스핀런치 기술진. ⓒ SpinLaunch

8000만 달러의 투자금 유치

지난 1월 16일 스핀런치는 투자자들로부터 3500만 달러를 추가로 받았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투자금까지 합치면 총 투자액은 무려 8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참여한 투자자에는 구글 벤처스(GV), 에어버스 벤처, KPCB, 캐터펄트 벤처, 로더 파트너, 존 도어 및 바이어스 패밀리와 같은 쟁쟁한 벤처 투자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스핀런치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개발팀과 실험 시설을 확장하고, 캘리포니아 롱 비치에 1만 3000㎡ 규모의 본사를 건설했다. 오는 2022년으로 예정된 첫 번째 시험 발사 계획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의 시험 비행 임무는 미군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스핀런치는 미 국방성과 ‘론칭 프로토타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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