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의 ‘좀비 별’, Ⅰa형 초신성

우주의 가속팽창 밝힌 초신성, 암흑에너지 비밀 풀 열쇠

바야흐로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처녀귀신부터 살인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좀비’다. 좀비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살아 움직인다. 사람의 외형에 흉측한 모습을 한 채 이성을 잃고 다른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설정에 각종 공포물의 단골손님이다. 헌데 먼 우주에도 이와 같은 ‘좀비 별’이 있다. 좀비 별이라 하니 왠지 음침하고 어두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이것은 태양 10억 개가 내는 정도의 빛을 내는 무시무시하게 밝은 별이다.

UC 산타바바라 대학교 물리학부 겸임교수인 앤디 호웰 교수는 최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지를 통해 암흑에너지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호웰 교수는 암흑에너지의 비밀을 풀 열쇠로 초신성의 한 분류인 Ⅰa형 초신성을 지목했고 이것을 좀비별이라고 불렀다.

우리의 고향은 초신성?

초신성은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며칠 동안 지속되는데, 태양이 일생(약 100억년)동안 방출하는 양과 맞먹는 양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물론 그에 따라 밝기도 -18~-19의 절대등급을 가질 정도로 밝다. 별의 밝기를 나타내는 등급이 낮을수록 밝은 것인데, 태양의 절대등급은 4.8등급 정도로 초신성과는 약 100억 배 정도까지 차이가 난다.

만약 지구와 가까운 곳에서 초신성이 폭발한다면 모든 생명체는 엄청난 빛과 열, 그리고 고에너지 입자들의 방사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항성은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려면 태양보다 약 10배 이상 무거워야 한다.

초신성 폭발이 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우리와는 큰 관계없는 일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초신성이 우리의 몸은 물론 지구와 태양을 이루는 모든 것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항성의 중심부는 계속되는 핵융합 반응으로 수소가스를 헬륨, 탄소, 질소, 산소 등 새로운 원소로 변환해 나간다. 그 과정이 계속되면 항성의 중심부엔 철 성분의 핵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중심부의 온도가 약  50억K에 이를 정도로 뜨거워지면 철 핵은 광분해를 일으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열에너지를 흡수하게 되고, 그때문에 항성 중심부의 압력이 낮아져 외층부가 중심을 향해 수축하기 시작한다. 이때 핵 근처에서 엄청난 핵반응이 폭주하듯 일어나게 되고 그 에너지는 항성의 외층부를 폭발과 함께 날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중성자가 철,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자핵에 포획돼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핵융합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소는 철이다. 그것은 철이 가장 안정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핵분열을 통해 최종적으로 철에 이르게 된다. 즉,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은 항성의 핵반응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지만 초신성 폭발과 함께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들은 성간가스를 이루고 이로부터 새로운 항성계가 형성된다. 즉, 태양은 물론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이루는 원소들이 바로 초신성 폭발로부터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가 밤하늘의 별에서부터 왔다는 것을 생각하며 별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동료 별 흡수한 뒤 폭발하는 좀비 별, Ⅰa형 초신성

초신성은 수소의 포함여부에 따라 Ⅰ형과 Ⅱ형으로 나뉜다. 초신성의 스펙트럼에 수소선이 포함되지 않아 수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Ⅰ형인데, 그 중에서도 파장 615.0nm에서 Si(실리카)Ⅱ선이 나타나는 초신성을 Ⅰa초신성으로 분류한다.

호웰교수가 이들을 좀비별이라 부른 이유는 이 별들이 죽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들은 인접해 있는 별로부터 나오는 항성물질을 흡수함으로써 다시 삶을 얻을 수 있다. 죽은 후, 같은 사람을 잡아먹고 다니는 좀비와 비슷한 모습이다.

천문학자들이 지난 50여 년 동안 이 Ⅰa형 초신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들은 쌍성계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쌍성계는 태양처럼 혼자서 존재하는 항성과 달리 두 개의 항성이 공통의 질량중심을 공전하는 항성계를 말한다. 이질적으로 생각될지라도 사실 우주에는 단일 항성보다 쌍성계 혹은 다중성계로 존재하는 항성들이 더 많다.

Ⅰa형 초신성에서 폭발을 하는 것은 백색왜성으로 관측됐다. 백색왜성은 초신성과 마찬가지로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다. 즉, 죽어있는 별이라는 의미다. 헌데 백색왜성은 질량이 작은 항성들이 맞이하는 최후다. 우리의 태양도 끝내는 백색왜성이 되어버릴 것이다. 백색왜성은 지구만한 크기에 태양만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 질량이 작은 항성이 수축해 죽음에 이른 상태인데 백색왜성으로부터 나타나는 Ⅰa형 초신성 폭발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Ⅰa형 초신성이 되는 백색왜성은 쌍성계를 이루는 동료 항성으로부터 항성물질을 흡수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백색왜성의 질량을 증가시키게 된다. 백색왜성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질량인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따르게 되며 이는 태양의 약 1.44배 정도의 질량이다. 동료항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항성물질을 받아들이게 되면 이 한계를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무거워진 백색왜성은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붕괴하면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Ⅰa형 초신성이다.

암흑에너지의 정체 밝혀낼 열쇠

Ⅰa형 초신성이 이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용하게 이용된다. 한계점을 기준으로 폭발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Ⅰa형 초신성 폭발의 밝기는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Ⅰa형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 곳의 거리를 쉽게 측정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초신성들과는 다르게 Ⅰa형 초신성은 우주 전역에 걸쳐 고루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매우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Ⅰa형 초신성을 관측해 우리의 우주가 점점 빠른 속도로 가속되며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다. 이에 Ⅰa형 초신성은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고 이를 측정해 내는데 매우 유용하다. 호웰박사의 연구도 이에 대한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약 7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아직 그 정체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천체들 사이엔 중력이 작용할 것이며 이때문에 수축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중력에 반해 우주를 팽창하게 하는 동력을 바로 암흑에너지라고 정의한 것이다.

지난 5월엔 한 국제연구팀이 20만개의 은하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가설이 옳았다는 것과 함께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확인한 바 있다. 이젠 그 정체를 확인하고 보다 구체적인 정보들을 알아내야 하며 I a형 초신성은 매우 좋은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Ⅰa형 초신성을 이용해 우주 팽창의 역사에 관한 지도를 만들고 있으며, 이들의 모든 특성을 파악하게 된다면 암흑에너지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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