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경쟁의 동기부여 및 유럽 우주국의 시작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계속되던 냉전 기간(1947 - 1991년) 동안 계속되던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우주 경쟁'은 로켓 기술에 관한 경쟁을 시작으로 두 나라의 눈부신 과학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 초반에는 소련이 많은 부분에서 우주를 향한 최초의 성과들을 이루었지만, 미국이 인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달 착륙을 성공시키면서 경쟁에서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대한 두 나라의 치열한 우주 경쟁을 지켜보던 유럽은 이에 대항하여 자주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럽의 수많은 군소국가들이 모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1975년 5월 31일 마침내 유럽 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이 출범하면서 두 나라만 참여하던 우주 경쟁에 균열을 일으키는 첫 신호탄을 쏘았다.
유럽 우주국은 기존에 설립되었던 유럽 우주 연구기구(European Space Research Organization)와 유럽 발사 개발기구(European Launch Development Organization, ELDO)를 기반으로 시작된 거대 기구로 첫 시작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스페인,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고 덴마크 등의 10개 나라의 주요국들만 참여했다. 이후 오스트리아와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이 참가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유럽연합에서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럽연합은 유럽 우주국의 가장 큰 협력체로 자본적으로도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유럽 내 총 22개국이 참가하고 있으며 캐나다, 라트비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유럽 우주국의 협력국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 우주국의 본부와 운영센터는 각각 프랑스 파리와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해 있다. 또한 주요 발사시설은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기아나 우주센터에 위치해 있다. 유럽 우주국의 사명은 유럽의 우주 개발을 구체화하며 역량을 키우고 우주 연구의 투자를 계속함에 있다. 유럽 우주국 GNSS 데이터 과학 수석 시스템 엔지니어인 비센테 나바로 박사(Vicente Navaro)는 “유럽 우주국은 계속해서 과학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는데, 이처럼 유럽 우주국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다른 모든 우주국의 목적과 같이 궁극적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를 위함이 자명하다.

유럽 우주국은 3년마다 모든 유럽 우주국 회원국들의 장관 회의를 열고 앞으로 3년간의 예산을 토의하고 결정한다. 최근 2019년 12월에 스페인 세비야에서 장관 회의가 열렸는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예산을 약 16조 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합의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위 금액은 3년 전보다 약 20% 가량 증가한 것이다. 유럽의 우주 과학자들은 유럽 우주국에 투자되는 예산이 지난 수십 년간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유럽 우주국의 주요 임무들이 미뤄지거나 늦어지고 있음에 큰 우려를 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서 심도 있는 토의 끝에 결정된 것이다. 위 결과를 두고 얀 뵈르너 (Jan Wörner) 유럽 우주국 본부장은 이번 증액으로 인해 먼저 중력파를 연구하고 탐지하는 장비인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 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의 발사 시기를 2년 앞당김이 가능함을 밝혔고 ESA의 장기적인 목표인 '달 기지 건설' 임무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유럽 우주국에서 주로 이용되던 아리안 발사체를 기반으로 재사용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우주국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현재 유럽 우주국이 집중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지구 관측과 차세대 발사체 및 위성개발 그리고 장기적인 과학 임무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뉴 프런티어 프로그램과 디스커버리 프로그램들에 대항하여 계획된 ‘호라이즌 2000(Horizon 2000) 계획', ‘호라이즌 2000 플러스(Horizon 2000+) 계획’, 그리고 ‘코스믹 비전(Cosmic Vision) 계획’ 등의 3가지 굵직한 프로그램들은 미국 항공 우주국의 두 프로그램들이 그랬던 것처럼 두 우주국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일본 항공우주국(JAXA)도 가장 활발한 협력 파트너 중 하나이다.
현재 호라이즌 2000(Horizon 2000) 계획은 크게 코너스톤 미션들(Cornerstone missions)과 중간규모 미션들(Medium-sized missions)로 나누어지는데, 코너스톤 미션은 태양 관측 위성인 소호(SOHO), 지구 자기장 연구를 위한 지구 관측 위성 클러스터(Cluster: 실패함)/클러스터 II (Cluster II: 성공함), 엑스선 관측 탐사선 (XMM-Newton), 혜성 탐사선 로제타(Rosetta), 그리고 적외선 탐사 망원경인 허셜(Herschel)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중간규모 미션은 타이탄 착륙선이자 카시니-하위헌스(Cassini-Huygens)의 일부분인 하위헌스(Huygens) 탐사선, 감마선 관측 탐사선인 인테그랄(INTEGRAL),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위한 우주론 연구 탐사선인 플랑크(Planck)로 이루어져 있다.

호라이즌 2000+(Horizon 2000+) 계획은 거대한 측량 천문학 미션인 가이아(Gaia), 중력파 연구를 위한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 미션을 위한 리사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 본래의 이름은 Small Missions for Advanced Research in Technology-2), 그리고 수성 관련 연구를 위한 베피콜롬보 (BepiColombo) 미션들로 이루어져 있다.

코스믹 비전(Cosmic Vision) 계획은 장기적이고 거대한 프로젝트들인 만큼 2019년 말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2020년 초부터 관측 중인 외계행성 관측 위성 케오프스(CHEOPS: CHaracterising ExOPlanets Satellite) 미션과 태양 관측 위성인 솔라오비터(Solar Orbiter)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현재 계획/추진 중이다. 작은 규모의 미션들(S-class missions)은 케오프스미션과 행성 자기장과 태양풍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스마일(SMILE)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 규모의 미션들(M-class missions)은 솔라오비터(Solar Orbiter), 미국 항공 우주국의 케플러 프로그램과 닮은 외계행성 연구 미션인 플라토(PLATO), 행성의 대기 연구 프로그램인 아리엘(ARIEL)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 한 개의 프로젝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2021년 초에 스피카(SPICA), 테세우스(THESEUS) 그리고 엔비젼(EnVision)중 하나가 선택될 전망이다. 큰 규모의 미션들(L-class missions)은 목성 연구를 위한 주스(JUICE) 미션, XMM-Newton의 후계자인 아테나(ATHENA), 그리고 중력파 연구를 위한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가 계획되어 있다. 또한 미국 항공 우주국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과 비슷한, 보다 빠른 임무를 위한 F-class 미션에는 혜성 인터셉터 (Comet Interceptor)가 계획 중이다.

또한 유럽 우주국이 운영하고 있는 지구 관측 프로그램들은 현재 약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되고 있는데, 주로 자체 과학위성인 센티널 위성의 개발과 발전에 집중하며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 실행 및 계획 중에 있다.
한편, 영국의 서레이 위성 기술사(Surrey Satellite Technology)의 최고경영자인 마틴 스위팅은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유럽 우주국 참여에 관해서 “유럽연합이 영국과 관련된 우주 프로그램 계약을 취소하면, 오히려 더 큰 비용과 개발 지연을 야기해 영국과 유럽 모두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영국의 유럽 우주국 부담금이 실제로 모든 회원국 중 상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 얀 뵈르너 유럽 우주국 본부장 역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회원권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양하게 협력하는 것은 유럽 우주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 그는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 우주국의 변화는 다행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의 협력
한국도 유럽 우주국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의 민간용 차세대 위성항법 시스템인 갈릴레오(Galileo)프로그램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유럽 우주국(ESA)이 추진하고 한국,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 등이 참여했던 당시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미 국방성이 운영하는 시스템인 GPS와 러시아의 GLONASS에 대항하여, 18기의 인공위성을 고도 약 24,000km에 배치하여 항공, 위치기반 서비스, 시간 동기화, 그리고 측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서비스를 주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갈릴레오는 GPS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상 이유에 의한 서비스 열화나 중단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2021년까지 갈릴레오 항법 시스템이 모두 완성될 예정이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0-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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