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기 뚝 그치게 하는 과학자들의 ‘꿀팁’

[육아의 과학] 과학자들의 연구로 푼 육아 궁금증… 우리 아이는 언제 좀 덜 울게 될까

▲ 울음은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울음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인지 및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가 이유 없이 오랫동안 울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GettyImages

창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깔깔거리며 잘 놀던 까까(태명)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때가 왔다. 이유 없이 울음보가 터지는 ‘마녀 시간.’ 수유도 충분히 했고, 기저귀를 갈아줘도 뭐가 불편한지 계속 울기만 한다. 짐볼 위에 올라타 아이를 달래도 잠깐이다. 주변 육아 동지들 역시 마녀 시간의 두려움을 익히 알고 있다고 한다. 집안의 분위기가 낮과 달라져서(아빠의 퇴근 등), 피곤해서(코르티솔 및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가 증가), 수유 양이 부족해서(저녁이 되면 모유를 만드는 호르몬 프로락틴의 분비가 준다) 등 여러 이유가 마녀 시간의 원인으로 꼽힌다. 급성장기려니 하고 이해하려고 해도 이유 없이 짜증 내며 계속 우는 까까를 보니 내가 울고 싶은 심정이다.

도대체 이 아이는 왜 울며, 언제까지 이렇게 많이 울까.

 

다시 그린 ‘울음 곡선’… 4주에 울음 피크

‘우리 아이는 언제쯤 덜 울까요?(When will my infant child stop crying so much?)’ 포털사이트인 ‘구글’에 이 문장을 검색해보니 0.53초 만에 2억 3400만 개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아이의 울음에 대한 궁금증은 만국 공통의 문제인 모양이다. 검색된 글들은 ‘신생아 울음 곡선’이라고 이름 붙은 그래프를 토대로 6주가 지나면 아이의 울음 지속시간이 점점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 베리 브레이즐턴 박사의 연구를 토대로 한 전통적인 ‘신생아 울음 곡선.’아이들은 생후 6~8주경 가장 많이 울고,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NHS West Hampshire CCG

이 울음곡선은 소아과학 분야의 대가인 미국의 고(故) 베리 브레이즐턴 박사가 1962년 제시한 것이다. 당시 브레이즐턴 박사 연구팀은 아이를 출산한 80명의 엄마들과 함께 생후 첫 12주 동안 신생아의 울음 패턴에 대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공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6주까지 울음 지속 시간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길게는 하루 2.75시간 운다. 울음은 6주에 최고조를 찍고, 이후 12주까지 급격히 감소한다. 이 연구결과는 ‘울음 곡선’이라는 이름과 함께 현재까지도 신생아의 울음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자료로 쓰였다.

최근 이 오랜 정설에 도전장을 던진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기는 4주쯤 가장 많이 운다는 내용이다. 기존 울음 곡선과 달리 ‘울음 피크’에 이른 후 아이들의 울음이 확 줄지는 않았다. 천천히 울음 지속 시간은 줄어들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많이 울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은 아이의 울음을 분석한 세계 17개국의 학술연구 57건을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12주까지의 양상이 기록된 기존 곡선과 달리 연구 기간을 6개월까지 늘렸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아동 발달(Child Development)’ 4월 19일자에 실렸다.

▲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은 17개국 7,580명 아이들의 울음 패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울음 곡선을 그려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후 4주에 ‘울음 피크’를 찍고, 이후 천천히 덜 운다. ⒸChild Development

더 나아가 연구진은 아이들의 울음 양상이 국가에 따라 다르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내놨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 멕시코 등의 국가 아이들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아이들보다 적게 울었다. 유럽 중에서도 덴마크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덜 울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생후 1~30주의 모든 기간에서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덜 우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국가별 양육 방식 문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 아이의 울음 양상을 보고한 57건의 학술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아이들은 생후 1주부터 30주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덜 울었다. ⒸChild Development

연구를 이끈 크리스틴 파슨스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아기를 양육자의 침대에서 함께 재우는지, 얼마나 자주 안는지, 육아휴직과 국가의 육아 보조금 지원 상태 등이 울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덴마크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울음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분리수면을 하는 양육 문화가 양육자의 울음 기록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왜 우니?… “내 눈을 바라봐 왜 우는지 알려줄게”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울음은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양육자가 아기의 신호에 적절히 반응해야 인지 능력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수단이 양육자의 수단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많다. 배고픔, 고통, 분노, 두려움 등 우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갓 태어난 아기가 왜 우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초보 부모에게는 특히 어렵다. 아기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기저귀를 갈아주고, 수유를 하고, 안고 재워보는 일을 반복할 뿐이다.

▲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아기의 눈과 울음소리만 살피면 우는 이유를 웬만큼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페인과학기술재단(SINC)

초보 부모들이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2013년 스페인 연구진은 ‘스페인 심리학 저널(Span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아기의 눈과 울음소리만 살피면 아이가 왜 우는지를 웬만큼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후 3~18개월의 아기 20명을 대상으로 두려움, 분노, 고통 등 세 가지 감정에 따른 우는 모습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화가 난 아이는 눈을 반쯤 뜨고, 눈에 초점이 없는 상태로 울었다. 입은 반쯤 벌리고, 처음엔 낮은 소리로 울먹이다 단계적으로 크게 울었다. 무서울 때는 눈을 다 뜨고 뚫어져라 쳐다보며 울고, 머리를 뒤로 젖히는 행동을 보였다. 울음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반면, 아플 때는 눈을 꼭 감고 울다가, 잠깐 눈을 뜰 때면 먼 곳을 쳐다봤다. 미간을 찌푸리며 눈가 근육이 긴장된 상태로, 통증이 가해진 직후 가장 크게 울었다.

 

우는 아이 달래는 과학자들의 ‘꿀팁’

아이가 왜 우는지 알게 됐다고 치자. 그다음 단계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발버둥치는 이 아이를 달래는 것이다. 찾아보니 우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을 제시한 학술연구들이 꽤 있다. 아기의 심장 박동이나 심리 상태 등을 토대로 ‘꿀팁’을 전수한 것이다. 과학자 부모들도 아이를 달래는 데 고생을 한 모양이다. 몇 가지 팁을 소개해보겠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은 아이고 심하게 운다면 아이를 안고 5분간 천천히 걸은 뒤, 5~8분간 앉아서 추가로 안아주는 방법을 추천한다. ⒸCurrent Biology

첫 번째 팁은 아이를 품에 안고 5분 동안 천천히 걸은 뒤, 8분 동안 추가로 앉아서 안아주는 방법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은 개, 원숭이, 인간 등 만성성(태어난 이후에 어미가 돌봐야 하는) 포유류는 공통적으로 어미가 새끼를 안고 걷는 ‘수송 반응(Transport response)’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생후 0~7개월 사이 엄마와 아이 21쌍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심하게 울 때 엄마가▴아이를 안고 걷기 ▴안고 앉아 있기 ▴유아 침대에 눕히기 ▴크래들(흔들침대)에 눕히기 등 4가지 방식으로 달래주도록 했다.

실험 결과, 아이를 안고 걷는 것이 아이를 달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30초 이내에 심장 박동수가 느려지며 진정됐다. 크래들에 눕히는 것도 도움됐지만, 그 효과는 안고 걷는 것에 미치지 못했다. 단순히 앉아서 안아주거나, 침대에 가만히 눕혔을 때는 전혀 달래지지 않았다.

특히, 안고 걷기는 5분가량 반복할 때 더 효과적이었다. 모든 아기가 울음을 그쳤고, 절반은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 다만, 품에서 잠들었다고 해서 즉각 아이를 침대에 눕히면 3명 중 1명이 20초 이내에 잠에서 깼다. 교신저자인 쿠로다 쿠미 교수는 “안고 걷기, 크래들 등 움직임이 아이를 달래는 데 효과적”이라며 “다만 움직임 속에서 더 푹 잠든 뒤, 잠자리에 눕혀야 깨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5분 간 아이를 안고 천천히 걷다가 이후 5~8분간 앉아서 아이가 충분히 잠들 때까지 기다려준 뒤 침대에 눕히는 것이 최적의 달래기 방식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이번 연구에는 엄마가 참여했지만, 엄마가 아닌 다른 양육자가 이 방식을 진행해도 같은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13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 아이에게 동요를 불러주면, 대화를 하는 것보다 2배 긴 시간 동안 침착함을 유지시킬 수 있다. 노래가 아기의 정서적 자제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GettyImages

두 번째 팁은 동요를 불러주는 것이다. 동요를 불러주면 대화를 하는 것보다 2배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연구결과는 2015년 국제학술지 ‘인펀시(Infancy)’에 실렸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진은 생후 6~9개월의 건강한 영아 30여 명을 대상으로 노래가 아기의 정서적 자제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동요, 동요의 가사를 대화하듯 읽는 소리, 가사를 무미건조하게 읽은 소리 등 세 가지의 음원을 들려줬다. 부모의 개입과 언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모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모국어 동요가 아닌 낯선 언어(터키어)의 동요를 들려줬다.

실험 결과, 동요를 들은 아기들은 평균 9분 동안 보채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가사를 대화하듯 읽어줄 때나 무미건조하게 읽을 때는 집중하는 시간이 각각 4.2분과 3.9분에 불과했다. 엄마의 목소리로 녹음한 동요와 가사를 들어줄 때에도 결과는 같았다. 언어의 종류는 정서적 자제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사벨 페렛즈 교수는 “동요의 리듬과 맥박 소리를 동기화하는 신체적 메커니즘이 아이들의 자제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지만, 노래가 이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한편, 달콤함으로 아이를 달래는 방법도 있다. 2010년 학술지 ‘아동기 질병 아카이브(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실린 연구다. 예방 접종 후 아기들은 백이면 백 운다. 주사 바늘이 허벅지를 찌르면 잠시 멈칫하다 이내 대성통곡한다. 그런데, 주사 전 설탕‧포도당 등 소량(몇 방울)의 달콤한 용액을 주는 것이 아이의 울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 용액을 섭취한 생후 1~12개월 아이들의 접종 후 울음 강도와 시간이 감소했다. 단맛이 강해지면 예방 접종 후 울 확률은 50%에 그쳤다. 하지만 아기가 성장할수록 달콤함의 진정 효과는 떨어졌다.

 

이론은 이론일 뿐, 결론은 ‘애바애’다

▲ 육아의 경험이 쌓일수록 암호화된 아이의 울음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도 키워진다. 도대체 왜 우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날 바라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순간을 떠올리며 오늘도 힘내서 아이를 달래본다. ⒸPixabay

아기의 울음에는 암호화된 중요한 정보가 코딩되어 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양육자의 언어 및 움직임과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달래는 말‧노래를 하거나, 안아주고, 양육(수유, 기저귀 갈기 등)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이 울음소리를 해독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다. 양육 경험에 의해 길러진다. 실제로, 어린 아기를 키우고 있는 부모는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어도 그 아기가 처한 상황을 잘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오늘 소개한 연구들을 읽고 잠든 어느 날 새벽 3시. 잘 자던 까까가 대성통곡을 한다. 근래 아래 잇몸이 두툼해졌는데, 이가 올라오면서 이앓이를 하는 모양이다. 눈을 꼭 감고 우는 것을 보니 아파서 우는 모양새다. ‘꿀팁’을 토대로 아이를 안고 걸어도, 동요를 불러줘도, 심지어 안고 걸으며 동요를 불러줘도 울음이 쉬이 그치지 않는다. 1시간 가까이 씨름한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뽀로로’를 틀어 줘봤다. 그러자 언제 울었냐는 듯 입을 벌리고 화면으로 들어갈 기세다. 1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갓 200일 넘은 녀석이 뭘 알고서 보는 건지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결국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아직 어려 TV를 계속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까까를 달랠 우리 부부만의 꿀팁을 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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