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에 개봉한 영화 ‘캐스트어웨이’는 폭풍우를 만나 태평양의 무인도에 추락한 척 놀랜드(톰 행크스)의 외로운 일상을 그린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4년을 지내는 동안 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견뎌낸다. 자신이 직접 사람의 얼굴을 그려 넣은 후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인 배구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척 놀랜드와 달리 현대인들의 삶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직장, 모임, SNS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을 접하지만 척 놀랜드가 윌슨에게 대하는 것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속의 깊은 얘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
외로움이 절실히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외로움이란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관계와 실제로 벌어지는 사회적 관계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단지 감정적인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외로움 자체가 임상 질환의 상태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면장애, 우울증, 인지장애, 뇌졸중, 치매, 고혈압, 심장병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외로움은 하루에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외로움이 절실히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본대학, 올덴부르크대학, 이스라엘 하이파대학의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외로움 많은 이들은 특정 뇌 영역 달라
연구진은 온라인 설문지를 이용해 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정신질환은 앓지 않는 성인 3,678명 중 42명을 선정했다. 이에 대한 실험대조군은 지속적인 외로움에 시달리지 않는 성인 40명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신뢰 게임을 실시했다. 즉, 창업 자본금으로 10유로(한화 1만 3890원)를 지급한 후 화면 속의 인물 사진으로 표시된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할지를 결정하도록 한 것.
창업 자본금 이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 돈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이 게임의 규칙이다. 하지만 투자 대상자들이 그 돈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했다.
게임을 실시한 결과 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대조군보다 자신의 창업 자본금을 다른 사람들과 덜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 스캐너를 통해 이 게임을 실시할 때 참가자들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관찰했다. 그 결과 외로움이 많은 사람들은 대조군에 비해 신뢰 형성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서 처리 편차(processing deviation)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다른 뇌 영역과 뚜렷하게 연결되지 않는 ‘전방 섬상세포군피질(anterior insular cortex)’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섬상세포군피질의 주요 기능은 심장박동과 같은 자신의 신체 신호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것인데, 타인의 얼굴 표정이나 기분 같은 반응이나 신뢰도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개인과 긍정적인 내용의 대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긍정적인 내용의 대화란 ‘복권이 당첨되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거나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같은 평범한 대화 내용이었다.
대화할 때 타인과의 공간적 거리도 멀어
이때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혈액과 침 샘플을 채취해 대화에 상응하는 옥시토신의 증감 여부를 검사하고 대화를 하는 동안 실험자와 피실험자가 유지한 거리를 센티미터 단위로 측정했다.
그 결과 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들은 대조군보다 대화를 나눈 후 긍정적인 분위기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뢰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의 수치도 덜 변했으며, 대조군에 비해 피실험자들과 약 10㎝ 더 멀게 공간적 거리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독일 본대학의 연구원들, 가운데는 더크 셜레(Dirk Scheele) 박사
이번 연구를 주도한 본대학의 더크 셜레(Dirk Scheele)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만성적인 외로움이 타인에 대한 신뢰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덜 긍정적인 것으로 경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외로움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집단 심리치료가 신뢰 감소와 같은 부정적인 정신적 편견을 줄일 수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이 전 세계 성인의 20~34%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약 80년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가족과 우정, 공동체라고 밝힌 바 있다.
(506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붉은 행성'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로버가 활동 중이지만 이를 찾아내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버들은 약 5㎝를 드릴로 뚫고 토양과 암석 시료를 채취하는데, 화성 표면에 내리쬐는 우주선(線)으로 고대 생명체 흔적이 있었다고 해도 모두 분해돼 적어도 2m 이상 파고들어야 하는 것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알렉산더 파블로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성 환경 조건을 만들어 고대 생명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아미노산의 분해를 실험한 결과를 과학저널 '우주생물학'(Astrobiology)에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억제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오르면 절정을 찍고 다시 떨어진다고 해도 이후에도 수십년에 걸쳐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지구촌이 합의한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최종적으로 달성해도 중간 과정에서 이를 넘어서면 파괴적 영향이 이어지는 만큼 일시적으로라도 이를 넘어서지 않도록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종합캠프인 '제1회 청소년과학대장정'에 참가할 중학생 100명을 2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모집한다고 27일 밝혔다. 과학대장정은 우주·항공 분야와 기후·에너지 분야 등 2개 주제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8월 9일부터 13일까지 4박 5일간 전국 출연연, 대학, 기업, 과학관, 공공기관 등을 탐방한다.
전남대학교는 허민 교수(지구환경과학부·한국공룡연구센터장)연구팀이 익룡의 군집 생활을 증명해 주는 발자국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전남 화순군 서유리 공룡 화석지에서 2∼6㎝ 크기의 익룡 발자국 350여개가 무더기로 남아있는 화석들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익룡 발자국들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밀집돼 있으며, 앞·뒷발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스테르크폰테인(Sterkfontein) 동굴'은 인류의 공통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屬) 화석이 가장 많이 발굴돼 '인류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1936년 첫 발굴이후 '미시즈 플레스'(Mrs. Ples)와 '리틀 풋'(Little Foot) 등 인류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된 화석들이 잇달아 나왔으며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잉여 영양분을 세포 안에 축적해 살이 찌게 하는 '백색 지방세포'를 영양분을 태워 없애는 '갈색 지방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팀이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과 공동으로 TET(Ten-eleven translocation)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화 되고, 기존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열량 소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