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 분자 패턴으로 식별한다”

새 첨단 질량 분석과 기계 학습 기술 활용

앞으로 예정된 우주 탐사 계획에 따라 우리 태양계에서 본격적으로 외계 생명체 찾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미지의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 생명체와는 크게 다르거나 미묘하게 다를 수 있고, 특정한 분자를 생체 특성(biosignatures)으로 삼아 탐지하는 방법은 진화 역사가 다른 생명체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최근 질량 분석법으로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생물학적 혹은 비생물학적으로 신뢰성 있게 분류,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1966년 방영된 SF영화 ‘스타 트렉’의 시즌1, 에피소드 29(‘작전 : 소멸’)에서 지구인과 벌컨인의 혼혈인 스팍은 자신이 확인한 괴물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이해할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지만, 분명히 살아있거나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나온 지 55년이나 되는 이 SF 우주 시리즈물이 여전히 중요한 점을 가리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명이 무엇인지 모르고, 또 그 생명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와 정말로 다르다면 어떻게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에는 어려웠던 외계 생명체 탐지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곧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연구팀은 탐지 기술 향상을 위해 기계 학습 접근법을 제시했다. 사진은 화성에서 퍼시비어런스 로버가 3월 4일 처음 운행을 개시하며 보내온 화성 표면 사진. © NASA

‘우리는 혼자인가?’

우주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로서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은 수 세기 동안 인류를 매료시켜왔다.  인류는 197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바이킹 2호 화성 탐사 이래 태양계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 심우주의 선진 문명으로부터 올 수 있는 무선 신호를 듣고, 다른 별 주변 행성의 대기 구성에서 미묘한 차이를 찾는 한편, 직접 우주선을 띄워 외계의 토양과 얼음 표본 등을 채취해 측정하려는 시도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 방법에서는 과학자들이 첨단 화학분석 기기를 가져가 직접 외계 생명체 표본을 분석할 수 있고, 일부 표본은 지구로 가져와 면밀하게 조사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퍼시비어런스 로버는 올해 화성에서 본격적으로 생명체 탐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2024년 발사 예정인 NASA의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서 방출된 얼음 표본을 수집할 계획이다.

또 2027년부터 시작되는 NASA의 드래곤 플라이 미션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8개의 회전날개를 가진 옥타콥터(octacopter)를 착륙시켜 생명의 징후와 기원을 탐색할 예정이다. 이런 우주 임무들은 모두 ‘우리가 과연 혼자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하려는 시도들이다.

생명의 존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질량 분석법(Mass spectrometry; MS)은 우주선을 기반으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할 때 쓰일 주요 기술이다. MS는 표본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합물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표본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대한 일종의 ‘지문’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문 해석은 만만찮게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고도로 조정된 동일한 분자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과학자들에게 모든 지구 생명체가 공통적인 고대의 지상 조상으로부터 유래됐다는 확신을 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지구 생명의 기원에 기여했다고 믿는 원시 과정의 시뮬레이션에서 지상 생명체가 사용하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특별한 분자들의 버전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더욱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화학적 과정 역시 많은 생물학적 분자 구성 요소를 생성할 수 있다.

아직 외계 생명체에 대해 알려진 표본이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는 개념적 역설이 남아있다. 즉, 지구 생명체는 진화 초기에 일부 임의적인 선택을 해서 그 안에 갇히게 됐고, 그렇지 않았다면 생명은 달리 구축될 수 있었다거나, 아니면 모든 곳에 있는 생명체가 정확하게 지구와 같은 방식으로 제한을 받는 것인가, 또 특별한 분자 유형이 검출됐다면 이것이 외계 생명체에 의해 생성됐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의문 등이 그것이다.

박테리아를 비롯한 기타 다른 생물들은 복잡한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다. 외계 생명체는 지구 생명체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주 탐사에서 복잡한 화학적 혼합물이 생명 과정에서 유래했는지 아니면 비생명 과정에서 유래했는지의 여부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 Josef Reischig

대체로 지구 생명체가 현재 존재하는 방식에 기반해서 외계 생명체 탐지 방법에 편견을 두면 실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실제로 바이킹2호는 1976년 화성에서 이상한 결과를 보내왔다. 수행한 테스트 중 일부는 생명 존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으나, MS 측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큐리오시티 화성 탐사 로버의 최근 MS 데이터는 화성에 유기화합물이 존재함을 시사하나, 여전히 생명의 증거는 아직 제공하지 못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지구 생명체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발견하려는 과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즉, 고대의 지상 표본에서 탐지된 신호가 해당 표본에 보존된 원래의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현재 지구상에 퍼져있는 유기체의 오염에서 파생된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결합 실험과 기계 학습 활용

일본 도쿄 공업대 지구-생명 과학연구소(ELSI) 과학자들과 미국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 The National MagLab) 과학자 팀은 결합 실험과 기계 학습 전산 접근법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했다. 이들의 연구는 생명과학 계간 학술지 ‘라이프’(Life) 봄호에 게재됐다.

고자기장 연구소는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플로리다주의 지원을 받아 최첨단 연구기술을 제공했다.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MS(FT-ICR MS)를 사용해 복합 유기 혼합물의 광범위한 질량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여기에는 실험실에서 만든 비생물학적 표본에서 추출한 것과 운석에서 발견된 유기 혼합물(약 45억 년 된 표본으로 생명의 흔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비생물학적으로 생성된 유기 화합물), 실험실에서 성장시킨 미생물(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현대의 분류 범주에 맞으며, 논문 공저자인 ELSI의 토모히로 모치주키가 분리, 배양한 새 미생물 유기체도 포함), 그리고 비가공된 석유(오래전 지구에 살았던 유기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유기체들의 ‘지문’이 지질학적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제공)가 포함됐다.

이 표본들은 각각 수만 개의 개별 분자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고, 비교 및 분류가 가능한 많은 MS 스펙트럼 세트를 제공했다.

일본 도쿄공업대 ELSI 연구팀은 복잡한 유기 혼합물이 생명 과정 또는 비생명 과정에서 파생됐는지를 정확하게 분류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질량 분석법 및 기계 학습 기술을 개발했다. © Guttenberg et al.

95%의 정확도로 생물과 무생물 분류

연구팀은 복잡한 유기 혼합물에서 특정 분자가 나타내는 각각의 피크를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MS 측정 정확도를 사용하는 방법과는 달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범위한 통계와 신호 분포를 조사했다.

이 방법으로 생물과 석유, 비생물학적 표본에서 추출한 것과 같은 복잡한 유기 혼합물들을 살펴보자 매우 다른 ‘지문’을 나타냈다. 이런 패턴은 개별 분자 유형의 유무를 살펴보는 것보다 감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

연구팀이 원시 데이터를 컴퓨터 기계 학습 알고리즘에 입력하자 놀랍게도 95%까지의 정확도로 표본을 생물, 무생물로 분류했다.

중요한 것은, 원시 자료들을 상당히 단순화한 이후에도 정확한 결과가 나옴으로써 우주선 탑재 장비가 종종 저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상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생물학적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분류 정확도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 탐구가 가능하지만, 연구팀은 생명이 스스로 번식하도록 하는 과정과 관련해, 생물학적 과정은 비생물학적 과정과 달리 유기 화합물을 다르게 변형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생명 과정은 스스로를 복제해야 하는데 비해 비생물학적 과정은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아무런 내부 과정이 없다.

“패턴의 맥락에서 사고하는 방식 필요”

논문 공저자인 미국 고자기장 연구소 후안 첸(Huan Chen) 박사는 “이번 연구는 초고해상도 질량 분석법을 우주생물학 응용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흥미로운 길을 열어준다”라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ELSI의 니콜라스 구텐베르그(Nicholas Guttenberg) 연구원은 “복잡한 화학 혼합물의 모든 피크를 특성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렵다”라며, “구성 요소의 광범위한 분포는 해당 혼합물이 생성되거나 발달된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패턴과 관계가 포함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복잡한 프리바이오틱 화학을 이해하려면 개별 분자의 존재 유무보다 광범위한 패턴(어떻게 생성되고,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는가)의 맥락에서 사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텐베르그 연구원은 “이번 논문은 특성화의 타당성과 방법에 대한 초기 조사이며, 고정밀 질량 측정을 배제하더라도 표본을 생성한 과정의 유형에 따라 표본을 식별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피크 분포에 중요한 정보가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ELSI의 짐 클리브스(Jim Cleaves) 박사는 “이런 종류의 관계 분석은 태양계에서의 생명체 탐사에 광범위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고, 생명의 기원을 재현하도록 고안한 실험실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유형의 데이터 분석에서 어떤 측면이 그런 성공적인 분류를 가능케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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