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도플갱어’, 나와 유전자를 공유한다?

[세계는 지금] ‘도플갱어’들은 DNA가 상당수 비슷하다는 첫 연구 결과

독일의 미신 – 도플갱어

독일에는 우리나라처럼 여러 미신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미신으로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미신이 존재한다.

또한 여러 행운과 불행을 상징하는 미신들도 많은데, 특히 숫자 ‘7’은 행운을 상징하며, ‘13일의 금요일’은 불행을 상징한다. 사람의 외모에 관한 미신 중, 불행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도플갱어’라는 미신도 존재한다. 도플갱어는 Doppel(독일어로 ‘둘’이라는 뜻)과 Gänger(독일어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의 합성어로, 본인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하는데, 만약 친구의 도플갱어를 본다면 그 친구는 심각하게 아플 것이며 자신의 도플갱어를 본다면 결국 죽게 된다는 미신이 있다.

도플갱어는 이러한 미신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즉, 쌍둥이는 아니지만, 자신과 매우 닮은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닮은꼴 연예인들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으며, 때로는 인종이 달라도 매우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소프트웨어도 구별하기 힘든 도플갱어

애틀랜타에 사는 찰리 체이슨(Charlie Chasen)과 마이클 말론(Michael Malone)은 놀랄 만큼 닮아있지만, 일란성 쌍둥이는커녕 심지어 친척도 아니다. 체이슨의 가족과 조상은 스코틀랜드와 리투아니아 출신인 반면, 말론의 가족과 조상은 도미니카 공화국과 바하마 출신이다. 이들은 갈색 머리, 수염이 나는 위치, 안경과 같은 대략적인 외모뿐 아니라, 코의 구조, 광대뼈 그리고 입술의 모양과 같은 세세한 특징까지 매우 닮아 있다. 실제로 둘의 외형은 실제로 너무 비슷하여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로도 구별하기가 어려우며, 소프트웨어들조차도 이들을 일란성 쌍둥이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한다.

마이클 말론(왼쪽)과 찰리 체이슨(오른쪽) © François Brunelle

 

도플갱어는 유전의 영향일까? 환경의 영향일까?

과학자들은 실제로 오랫동안 인간의 도플갱어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왔다. 예전부터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 닮은 사람들이 발견될 때, 이는 유전의 영향인지 양육 환경의 영향인지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보이곤 했다.

피에르 론도(Pierre Rondou)와 카밀레 두베(Camille Dubé) © François Brunelle

최근 진행된 흥미로운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도플갱어’들은 아마도 DNA가 상당수 비슷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주 Cell Reports 저널에 발표된 이들의 연구는 우리가 모두 저마다의 도플갱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유에 관한 타당한 근거를 찾고 있다.

과거에 쌍둥이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Josep Carreras Leukemia Research Institute 마넬 에스텔러 박사(Dr. Manel Esteller)가 이끄는 연구팀은 가족 관계가 아니면서 서로 닮은 사람들에 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연구 결과를 통해서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비슷하게 보이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도플갱어들은 외형이 놀랄 만큼 서로 닮아 있다. © Joshi et al., 2022, François Brunelle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생물학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유전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전적 유사성을 가진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비슷한 체중, 비슷한 생활 방식, 흡연 여부 및 심지어는 교육 수준까지도 유사한 행동 특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적 변이가 외모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일부 습관 및 행동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해 주는 결과이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이들은 과학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흥미롭게도 예술을 이용했다. 위 연구의 공동 저자인 캐나다 출신 예술가 프랑소와 브루넬레(François Brunelle)는 오래전부터 “나는 닮지 않았습니다(I’m not a look-alike)”라는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위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닮은꼴을 가진 32쌍(n = 64)의 참가자를 준비했다. 연구팀은 닮은꼴들에 DNA 테스트를 요청했으며, 각자의 삶에 관한 설문지의 작성도 요청했다.

연구팀은 닮은꼴들에 DNA 테스트를 요청했으며, 각자의 생활방식 등에 관한 설문지의 작성도 요청했다. © Joshi et al., 2022

이와 동시에 과학자들은 세 가지 다른 얼굴 인식 프로그램에 이들의 사진을 넣어서 비교했는데, 그들이 모집한 사람 중 16쌍은 일란성 쌍둥이와 유사한 점수를 받을 정도로 매우 닮아 있었다.

객관적으로 얼굴을 인식하기 위하여 소프트웨어에서 사용된 27가지 얼굴 변수들 © Joshi et al., 2022

흥미로운 점은 어떤 소프트웨어들은 도플갱어들을 일란성 쌍둥이들보다도 더 높은 외모 유사도로 인식한다는 점이었다. 다른 16쌍은 사람의 눈으로 충분히 닮았지만, 알고리즘 상으로는 다른 외형을 가진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일란성 쌍둥이(MZ-twins, 파란색), 도플갱어 닮은꼴 쌍(LAL, 분홍색) 및 무작위 (Non-LAL, 빨간색)에 대해서 세 가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MatConvNet, Custom-Net, Microsoft)를 비교한 결과, Y축은 0과 1 사이에서 측정된 유사도 점수를 나타내며 1에 가까울수록 동일한 얼굴 이미지를 나타냄, 모두 Mann-Whitney-Wilcoxon 검정을 사용하여 계산됨, 흥미로운 점은 어떤 소프트웨어들은 도플갱어들을 일란성 쌍둥이들보다도 더 높은 외모 유사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 Joshi et al., 2022

연구팀은 이후 참가자의 DNA를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유사함이 밝혀진 16쌍은 그렇지 않은 16쌍보다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에스텔러 박사는 외형이 매우 닮음을 외관상으로도 이미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은 코, 눈, 입, 입술 및 심지어 뼈 구조의 유사성을 갖는 방식으로 여러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그들 사이에서는 DNA의 유사성이 매우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닮은꼴(왼쪽)과 닮지 않은 꼴(오른쪽) 샘플 쌍에 대해서 각 변수에 대한 절대 차이를 계산하여 생성된 독립 변수가 얼마나 유사 관계를 보여주는지에 관한 박스도표들. Y축이 낮을수록 거리가 가까우며 유사도가 높음, 닮은꼴들은 여러 가지 생활 습관에 대해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 Joshi et al., 2022

에스텔러 박사는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에 의한 것이며 유전학을 통해서 이러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현재 전 세계에 수많은 사람 중 결국 유사한 DNA 서열을 가진 사람들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어나던 일인데,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서 현재 이들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도플갱어들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연구의 한계점

연구팀은 매우 닮은 16쌍을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도 여러 다른 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에스텔러 박사는 이들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것은, 비슷해 보이는 도플갱어들의 ‘후성유전체(epigenomes, DNA 게놈상의 자체조절, DNA 메틸화 DNA methylation, 노화등 환경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서열 정보들을 포함하는 유전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인체 등에 사는 미생물 중 비슷해 보이는 쌍의 미생물군유전체를 살펴보았을 때도 차이점이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를 종합하면 우리의 얼굴을 결정하는 유전학 및 다른 인체 특징, 심지어는 성격의 특징에 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위 연구에도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표본 크기가 매우 작으므로 이러한 결과가 더 큰 모집단에 대해서 사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따라서 선택 편향(selection bias) 등의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연구팀은 더 많은 표본의 그룹을 상대로 위 연구를 확장할 계획에 있다. 또한 위 연구는 유럽 출신의 도플갱어들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다른 대륙의 도플갱어들이나 외형이 닮은 쌍들에 관해서도 위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알기 힘들다.

총 32쌍의 도플갱어들이 연구에 참여했지만, 주로 유럽 출신의 도플갱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 Joshi et al., 2022

 

과학에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위 연구에 대해서 Nemours Children’s Health의 소아과 의사이자 유전학자인 카렌 그립 박사(Dr. Karen Gripp)는 매우 흥미로운 위 연구는 이전에 수행된 많은 연구를 검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립 박사에 따르면 특정 유전적 상태를 암시할 수 있는 환자의 얼굴 특징을 평가할 때 얼굴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로 사람의 유전 물질 변화가 안면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과 같은 방향의 결과를 제시하게 된다고 한다.

그립 박사는 본 연구에서 도플갱어의 존재 이유에 관해서 유전이냐 양육 환경이냐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둘 다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립 박사는 유전학자로서 자연과 유전학이 매우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양육 환경도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서 많은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이 매우 많으며, 이를 위해서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하듯이 유전학이냐 환경이냐 둘 중 하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립 박사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의 정확성에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대 생활에서 법집행기관뿐 아니라 공항 및 현실 생황에서도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심지어 일부 회사에서는 고용을 위해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립 박사는 본 연구의 결과를 확장해보면 얼굴 인식 분석 도구가 누군가를 오인할 수 있는 잠재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얼굴 인식 분석 도구가 유색인종의 식별에는 정확도가 훨씬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몇몇 흑인 남성은 부당하게 체포된 경우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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