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미국 전력망이 오래전부터 해커들의 표적이 되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2018년 3월 미 국토안보부는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해커 그룹이 미국 전력회사들의 컴퓨터에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그중에는 해커가 송전망 하드웨어에 직접 개입한 사례도 있었다. 일반 가정에 송전을 차단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2007년 개봉한 ‘다이하드 4’에서 해커들이 미국 전력망을 마비시킨다는 이야기가 10년 만에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해커 침입을 해결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나섰다. 바로 양자암호기술을 전력망 보안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는 EPB(전력 및 통신 회사)와 함께 차세대 그리드 보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ORNL은 미 에너지부 후원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과학 연구기관이다.
2019년 2월 ORNL 과학자들은 EPB 본사가 있는 테네시주 채터누가로 실험을 위한 레이저 기기, 초고감도 감지 장치 등을 이송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루프 모양으로 설치된 40km 길이의 광섬유에 적외선을 통과시켜서 양자키를 전송하는 시연을 했다.
시연에 사용된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방식은 양자비트(큐비트)를 중간에 누가 엿보면 양자의 비가역적 특성 때문에 도청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점을 응용한 것이다.
큐비트 전송은 주로 광섬유를 사용한다. 그러나 전용 광케이블을 새로 설치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서 기존 광케이블을 활용하는 편이다. 이러면 기존 신호가 섞여서 노이즈로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감지 장치가 필요하다.
ORNL의 양자통신 팀장인 닉 피터스는 “이번 실험에서 두 종류의 양자암호시스템을 기존 전력망 인프라에 통합하는 방법도 시연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전력망 보안에 양자암호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만만찮다. 미국 전력망은 오래된 개폐기와 변압기, 기타 다양한 부품이 뒤섞여 있다. 만약 새로운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복잡한 전력망을 중단하지 않고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연에 참여한 물리학자 글렌 페터슨은 “달리는 자동차에서 멈추지 않고 엔진을 교체하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광섬유로 전송되는 큐비트는 멀리 갈수록 신호가 약해져서 현재 기술로는 최대 전송 거리가 수십 km 정도에 불과하다. 중간에 연결 노드를 설치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큐비트를 고전적인 비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자암호는 전송 과정에 어떠한 해커의 개입도 불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는데, 중간 노드 연결 과정에서 잠시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거리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ORNL과 EPB는 무선 통신으로 양자키 전송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 에너지부 지원으로 추진되었고, 맨해튼 계획으로 세계 최초의 핵폭탄을 개발했던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진도 참여했다. 로스앨러모스는 국가 안보에 관련된 핵무기, 재생에너지, 나노기술, 슈퍼컴퓨터 등을 연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소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양자암호 및 양자컴퓨터 연구 분야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나서서 전력망 보안에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사이버 테러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양자암호기술은 중국과 유럽, 일본, 그리고 미국이 미래 패권을 놓고 중점 육성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이다. 이미 중국은 2016년에 양자암호 전송을 위한 모쯔(墨子) 위성을 발사했고, 이를 통해서 1200km 거리의 양자암호 통신에 성공한 바 있다. 스위스의 여러 은행도 보안 강화를 위해서 양자암호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SKT가 5G 통신망 보안에 QKD 방식의 양자암호기술을 도입해서 화제를 모았다.
최근 ICT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폰 노이만 방식의 컴퓨터에 비해서 암호 해독 성능이 월등하므로 ‘창’, 양자암호는 도청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방패’로 비유되기도 한다.
기존 컴퓨터는 이미 반도체 집적도가 원자 수준에 근접해서 발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존 공개키 암호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컴퓨터가 해독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녔다. 양자역학을 이용한 신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여겨진다.
(3593)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나사 풀림 위험을 감지하거나 내·외부 물리적 변형 요인을 구분할 수 있는 지능형 금속 부품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팅 적층제조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지 가능한 스테인리스 금속 부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증강현실 융합기술로 금속 부품 단위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현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극위험물질 '방사성 요오드'를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은 현재 쓰이는 탄소계 흡착제보다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보이는 다공성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절단된 신경을 수술용 봉합실 없이 홍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포항공대(포스텍)는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정호균 박사 연구팀과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주계일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전영준 교수·이종원 교수·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의료용 하이드로젤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김용현 교수 연구팀이 수천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 가운데 하나인 마찰전기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두 물질을 마찰시킬 때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전하가 이동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찰전기의 작동원리를 찾아냈다. 마찰전기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현상이 마찰열과 전기적 성질을 띠는 대전현상인데, 연구팀은 마찰전기를 '마찰열에 따른 대전현상'으로 설명하기 위해 미시적 열전효과(열과 전기의 상관 현상)에 주목했다.
한국의 첫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의 '세종1호'(Sejong-1)가 한국 시간 26일 오전에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컴에 따르면 세종1호는 발사 후 예정된 궤도에 안착했으며,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 11분에 지상국과의 교신이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궤도 진입의 성공이 확인됐다.
종양 내부에 발생하는 저산소증만 감지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신개념 조영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홍관수 박사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대 세슬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종양의 저산소증에 반응해 신호를 내는 감응성 바이모달(MRI·광학 혼합) 이미징 프로브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우리나라가 대응해 필수적인 AI 기술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국가안보를 위한 인공지능과 3대 전략 기술'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보호·육성해야 할 AI 기술로 ▲ 지능형 반도체 ▲ 자율무기 ▲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등 3가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