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고에너지 물리학의 경계를 넓히기 위한 큰 발걸음을 드디어 내딛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CERN 이사회는 2014년부터 타당성 조사를 해온 ‘미래형 원형 충돌기(FCC)’의 건설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차세대 입자가속충돌기인 FCC는 현재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보다 4배가량 더 길어 총 길이가 약 100㎞에 달할 전망이다. ⓒ CERN
차세대 입자가속충돌기인 FCC는 현재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보다 4배가량 더 길어 총 길이가 약 100㎞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충돌에너지는 100TeV(테라전자볼트‧1조 전자볼트)에 달해 LHC보다 6배나 더 강력해진다.
CERN 근처의 지하 터널에 건설될 이 새로운 충돌기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를 더욱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으며, 암흑물질의 비밀을 풀 수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힉스 입자에서 암흑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에 얽힌 문제는 현대 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과학저널 ‘네이처’는 파비올라 지아노티 CERN 사무총장이 투표 후 “오늘은 CERN와 입자물리학에서 역사적인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FCC의 건설은 CERN의 미래를 밝히는 매우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총길이 100㎞에 100TeV 충돌에너지
FCC의 건설은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힉스 입자의 생산을 극대화하고 그 특성을 상세하게 이해하기 위해 전자와 그 반물질 파트너인 양전자를 충돌시키는 작업을 주로 하게 된다. 그 후 FCC는 전자와 납 원자의 훨씬 더 무거운 핵들을 충돌시킬 계획이다.
2050년대부터는 첫 번째 단계의 기계가 해체되고 두 번째 단계의 양성자 충돌기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때 FCC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속기인 LHC의 16TeV보다 6배 이상 더 큰 100TeV의 충돌 에너지를 내게 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속기인 LHC의 운영 모습. ⓒ Maximilien Brice(CERN)
FCC의 목표는 새로운 입자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힘을 찾고 입자물리학의 표준모델을 확장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FCC에 적용할 기술 중 많은 분야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이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CERN은 80㎞ 규모의 직선형 입자충돌기(CLIC)와 원형 입자충돌기인 FCC의 연구를 병행하다가 타당성 조사를 마친 후 두 프로젝트 중 승자를 LHC의 후계자로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승인으로 FCC가 LHC의 후계자로 확정된 셈이다.
‘네이처’에 의하면 왕이팡 중국과학원 고에너지물리연구소장은 이 소식을 접한 후 “확실히 이것이 올바른 추구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팡 소장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 슈퍼 가속기인 ‘원형 전자양전자가속기(CEPC)’의 설계 및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인데, FCC의 개념이 CEPC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왕이팡 소장의 계획에도 CERN의 현재 개발 전략과 마찬가지로 2단계에서 양성자 충돌기로의 변환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왕이팡 소장은 “CERN의 이번 결정은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 조달 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이번 승인이 꼭 최종 결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중요한 자금 계획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HC의 경우 약 56억 달러(6조 7700억 원)의 건설 비용이 든 데 비해 FCC의 건설 비용은 최소 210억 유로(약 28조 4500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CERN은 FCC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회원국들로부터 받는 정기적인 회비 외에 새로운 자금 지원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물리학자 레웰린 스미스 박사는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유럽 외의 국가들이 CERN에 가입해 새로운 글로벌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지원이 확보되면 10년 안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건설하려면 그때부터 10년이 더 걸리므로 FCC의 가동은 아무리 빨라도 2040년대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때까지 CERN은 현재 건설 중인 ‘고광도(High Luminosity) LHC’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FCC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과학자들도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등연구소의 이론물리학자 사빈 호센펠더는 “FCC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나는 그런 프로젝트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기후연구나 전염병 연구를 위한 국제적인 조직에 그런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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