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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2-06

“암흑물질 발견 20년 논란 해결” IBS 양양지하실험실 ‘코사인-100’ 국제공동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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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을 포함한 ‘코사인(COSINE)-100’ 국제공동연구진이 암흑물질 발견과 관련된 20년 논란을 해결했다.

이들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6일자에 “20년 전 이탈리아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포착한 신호가 암흑물질 관련 윔프(WIMP) 신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표했다.

윔프[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이다. 최근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윔프가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암흑물질의 정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는 1998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체를 이용한 다크 매터[DArk MAtter (DAMA)] 공동연구 실험을 통해 낮은 질량의 윔프 신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코사인-100 공동연구팀은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에서 DAMA 팀이 사용한 것과 유사한 나트륨-요오드 결정체를 이중으로 차폐해 더욱 안정적인 검출환경을 만들고 실험을 실시했으나 신호가 검출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사인-100 검출기가 2016년 10월 20일부터 59.5일간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논문으로 작성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윔프 신호를 발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사인-100의 요오드화 나트륨 검출기. CREDIT: Chang Hyon Ha
코사인-100의 요오드화 나트륨 검출기. CREDIT: Chang Hyon Ha

눈에 안 보여도 존재 확실한 암흑물질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들은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약 68%, 암흑물질(dark matter)이 27%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암흑물질에 ‘암흑’ 글자가 붙은 것은 빛을 발하지 않을 뿐더러, 전파 · 적외선 · 가시광선 · 자외선 · X선 · 감마선 등과 같은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오리무중의 물질은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가 인식된다.

천체물리학적으로는 우주가 많은 양의 비발광성 암흑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가장 유력한 증거는 중력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은하 중심에서 먼 곳의 별은 회전속도가 느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회전속도가 중심에 가까운 별들과 비슷하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량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증거는 중력이 빛을 휘어가게 해 뒤에 있는 천체의 상을 만드는 중력렌즈 현상으로서, 이 효과가 나타나려면 은하에는 눈으로 관측된 것보다 훨씬 많은 질량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증거에 따라 현재 암흑물질의 존재는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검출해 내느냐는 것.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많은 연구그룹들이 검출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암흑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미지의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다.

코사인-100 실험에서의 암흑물질 입자 검출기 모식도. 출처: 연합뉴스/ 기초과학연구원
코사인-100 실험에서의 암흑물질 입자 검출기 모식도. 출처: 연합뉴스/ 기초과학연구원

“20년 만에 DAMA 논란 해결”

한국의 양양 지하연구소(Yangyang Underground Laboratory)에서 실시한 코사인-100 실험은 감지력이 뛰어난 요오드화 나트륨을 이용한 첫 번째 실험이다. 실험실을 지하에 두는 것은 우주방사선 등 다른 방사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코사인-100의 공동대변인이자 논문 공저자인 레이나 마루야마(Reina Maruyama) 예일대 물리학교수는 “우리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DAMA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코사인-100 연구의 첫 번째 단계는 정확한 에너지와 특성을 가지고 탐지기의 예측 배경에 흐르는 과도한 신호를 찾아 암흑물질을 검색하는 일이다.

이 초기 연구에서 연구팀은 관측자료에서 과도한 신호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DAMA의 연간 변조신호가 다른 실험 결과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DAMA의 결과를 완전히 확인하거나 반박하기까지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측정 결과에 따라 삼차원으로 재구성한 암흑물질 분포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NASA/ESA/Richard Massey
허블 우주망원경의 측정 결과에 따라 삼차원으로 재구성한 암흑물질 분포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NASA/ESA/Richard Massey

코사인-100 실험에서는 4x2배열로 탈륨이 첨가된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체 106㎏을 사용한 여덟개의 낮은 배경을 사용했다. 각 결정체는 여기에 증착되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두 개의 광센서를 달았다.

이를 통해 우주공간에서 날아오는 암흑물질 입자가 요오드화나트륨의 원자핵과 충돌할 때 방출되는 광자를 포착하게 된다.

요오드화 나트륨 결정집합체를 빛 발광 액체(2200리터)에 담그면 결정체에 의해 관측된 방사성 배경을 식별한 다음 이를 감소시키게 된다.

이 검출기는 구리와 납 및 플라스틱 차폐요소로 만들어진 중첩된 차폐기 안에 들어있어 우주방사선을 비롯한 외부 방사선 유입을 억제한다.

코사인-100’에 5개국 50여명 과학자 참여

코사인-100 공동연구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브라질 및 인도네사아의 과학자 5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현수 코사인-100 대변인(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초기 연구에서 DAMA 신호에 의해 그려진, 가능한 암흑물질 탐색 영역의 상당부분을 개척해 냈다”며, “암흑물질 모델이 크게 수정되지 않는 한 DAMA팀의 실험 결과가 암흑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거의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AMA팀은 암흑물질의 신호가 달라진 것을 포착했다고 설명해 왔으나 지난 20년 동안 이들이 측정한 조건에서 WIMP 신호를 발견한 사례가 하나도 없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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