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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병희 객원기자
2018-04-06

암흑물질의 신비 '오리무중' "중력 이외 어떤 힘과도 상호작용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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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구성하는 신비한 암흑물질(dark matter)이 중력 이외의 다른 어떤 힘과도 상호 작용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관측 결과가 나와 천문학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 더럼대 앤드루 로버트슨(Andrew Robertson) 박사는 6일 리버풀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천문우주과학 주간(EWASS)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학술지 ‘왕립 천문학회 월간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게재될 예정이다.

3년 전 더럼대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밝히는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었다.

자외선(파란색)으로 나타난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과 ALMA 전파망원경 장파장 이미지(빨간 등고선)를 포함해 더 넓은 파장 범위에서 본 Abell 3827 성단의 심장부의 4개 은하 이미지. 이 파장들에서 앞부분 성단이 거의 투명하게 돼 배경 은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배경 은하가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확인하기가 용이하다.   CREDIT: NASA/ESA/ESO/Richard Massey (Durham University)
자외선(파란색)으로 나타난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과 ALMA 전파망원경 장파장 이미지(빨간 등고선)를 포함해 더 넓은 파장 범위에서 본 Abell 3827 성단의 심장부의 4개 은하 이미지. 이 파장들에서 앞부분 성단이 거의 투명하게 돼 배경 은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배경 은하가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확인하기가 용이하다. CREDIT: NASA/ESA/ESO/Richard Massey (Durham University)

암흑물질은 오직 중력하고만 상호작용할까

당시 허블 우주망원경을 사용한 관측에 따르면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Abell 3827 성단에 있는 한 은하가 주변의 암흑물질과 분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리는 암흑물질이 중력 이외의 다른 힘과 상호작용을 통한 충돌에서 예견될 수 있는 일로, 암흑물질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Abell 3827 성단을 관측할 수 있는 방향이 맞춰지면 암흑물질에 대한 고감도 측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최근 관측 결과 Abell 3827 성단에 있는 암흑물질들이 은하와 전혀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측정 결과는 암흑물질이 오직 중력하고만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논문 제1저자인 더럼대 외계은하 천문학센터 리처드 매시(Richard Massey) 박사는 “암흑물질 탐색은 일단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과학이며, 데이터가 개선되면 결론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흑물질의 본질을 밝히기 위한 탐색은 계속되겠지만 암흑물질이 주변의 우주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한 정체를 제대로 밝혀내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릿 성단’(Bullet Cluster)으로 알려진 실제 성단과 유사한 두 개 은하성단 사이의 충돌을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모습으로 Abell 3827 성단에서 같은 효과가 테스트됐다. 모든 은하성단은 별(오렌지색)과 수소가스(빨간색)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파란색으로 표시)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별들과 은하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쏜살같이 스치고 지나간다. 확산된 가스는 마찰로 인한 입자들 사이의 힘 때문에 속도가 늦춰져 은하들로부터 분리된다. 만약 암흑물질이 오직 중력에만 작용한다면 별들과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만 다른 힘에도 상호 작용한다면 거대한 입자 충돌가속기를 통한 실험에서 궤적이 바뀔 것이다.   CREDIT: Andrew Robertson/Institute for Computational Cosmology/Durham University
‘불릿 성단’(Bullet Cluster)으로 알려진 실제 성단과 유사한 두 개 은하성단 사이의 충돌을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모습으로 Abell 3827 성단에서 같은 효과가 테스트됐다. 모든 은하성단은 별(오렌지색)과 수소가스(빨간색)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파란색으로 표시)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별들과 은하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쏜살같이 스치고 지나간다. 확산된 가스는 마찰로 인한 입자들 사이의 힘 때문에 속도가 늦춰져 은하들로부터 분리된다. 만약 암흑물질이 오직 중력에만 작용한다면 별들과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만 다른 힘에도 상호 작용한다면 거대한 입자 충돌가속기를 통한 실험에서 궤적이 바뀔 것이다. CREDIT: Andrew Robertson/Institute for Computational Cosmology/Durham University

정체불명 암흑물질, 우주 형성 필수요소

우리 우주는 대략 27%의 암흑물질과 그외 나머지 대부분은 똑같이 신비로운 암흑 에너지(dark energy)로 구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행성이나 항성 같은 일반적인 물질들은 우주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5% 정도만을 차지한다. 암흑물질은 과학으로 밝혀진 모든 입자들보다 다섯 배 정도가 더 많은 것으로 믿어지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흑물질은 오늘날의 우주를 형성하는 필수 요소다. 암흑물질 중력의 억제 효과가 없다면 우리 은하수 같은 은하들은 스스로 회전하면서 분리돼 내팽겨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최근 연구에서 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ALMA 전파망원경을 활용해 Abell 3827 성단을 관측했다. ALMA는 Abell 3827 성단과 관련 없는 배경 은하로부터 나오는 왜곡된 적외선 빛을 모아 이전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은 채 남아있던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위치를 밝혀냈다.

논문 공저자인 미국 미네소타대 릴리아 윌리엄스(Liliya Williams) 교수는 “ALMA를 이용해 원거리 은하의 모습을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더 높은 고해상도로 얻을 수 있었다”며, “암흑물질의 실제 위치가 이전의 관측에서보다 더욱 분명해 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관측 결과가 암흑물질이 은하와 함께 머물러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꼭 암흑물질이 다른 것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암흑물질은 아주 조금 상호작용을 하거나 혹은 이 특별한 은하가 직접 우리 쪽으로 움직여 암흑물질이 옆으로 옮겨지는 것을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Abell 3827 성단의 심장부에 있는 4개의 거대 은하 이미지. 거의 3 시간 동안 노출되면 2015 년의 연구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파장과 근적외선을 볼 수 있습니다. 성단 뒤에 있는 더 먼 은하의 왜곡된 이미지는 4 개 은하 주위를 감싸고 희미하게 보인다. CREDIT: NASA/ESA/Richard Massey (Durham University)
Abell 3827 성단의 심장부에 있는 4개의 거대 은하 이미지. 거의 3 시간 동안 노출되면 2015 년의 연구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파장과 근적외선을 볼 수 있다. 성단 뒤에 있는 더 먼 은하의 왜곡된 이미지는 4 개 은하 주위를 감싸고 희미하게 보인다. CREDIT: NASA/ESA/Richard Massey (Durham University)

암흑물질, 상호작용 통해 점점 구형으로 변화”

지난 2년 동안 비표준적인 암흑물질에 대한 여러 새로운 이론들이 창출되었고, 많은 것들이 더럼대에서 고성능 수퍼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되었다.

논문 공저자로 더럼대 전산 우주론 연구소 소속인 로버트슨 박사는 “암흑물질의 다른 속성들은 숨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실험을 위해 자연을 계속 관찰하고 이를 올바른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흥미로운 테스트 중 하나는 암흑물질의 상호작용이 이 물질 덩어리를 점점 더 둥근 구형으로 만든다는 점으로서 우리가 다음에 찾아보아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더럼대는 수백 개의 은하성단에 있는 암흑물질을 측정하고 조사를 계속하기 위해 새로운 슈퍼비트(SuperBIT) 망원경 구축을 위한 조력작업을 막 끝낸 상태다. 이 망원경은 거대한 헬륨 풍선에 매달려 지구 대기권 위로 올라가면서 한층 뚜렷한 관측사진을 전송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4-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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