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토미 리 존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작년도 / 2000년 비디오 출시 |
지난 2월 초에 발생한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건은 장래의 수많은 우주비행사 지망생들에게 무척 가슴아픈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주개발 계획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고 안정성도 높아진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우주로켓 발사기지의 건설후보지가 확정되는 등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우주개척의 본고장 미국에선 이미 우주진출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지 오래이다.
그러다보니 오래된 옛날 모델의 우주선 수리를 위해 은퇴한 노인 기술자가 직접 우주왕복선을 타고 올라간다는 황당한 설정까지도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등장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바로 그런 내용을 묘사한 영화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한 네 명의 동료들은 1950년대에 함께 동고동락하며 당시로서는 최신형의 로켓 비행기를 테스트하던 공군의 정예 인재들. 그러나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족하면서 하루아침에 우주개발의 최전선에서 밀려나 퇴역하고 만다.
영화에서 그들이 이루었던 팀의 이름은 '다이달로스(Daedalus)'라고 나온다. 다이달로스는 원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로서, 자신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깃털과 밀랍으로 몸에 날개를 달아 크레타섬에 있는 미노스왕의 미로를 탈출했다고 한다.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날개가 녹아서 추락해 죽어버리지만,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섬 북쪽 120km 에 위치한 산토리니섬까지 날아가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초창기 미국의 로켓비행기 실험사에 정말로 다이달로스팀이 존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인류의 우주개발사에는 다이달로스 프로젝트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처음 입안되었으며, 그 완성은 앞으로 150-200년 이후에나 가능하리라고 예상되는 장대한 것이다. 영화 <스페이스 카우보이>에 나오는 설정들은 대부분 현재의 과학기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므로, 여기서는 영화에 대해 살펴보는 대신에 '다이달로스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다이달로스 프로젝트는 다이달로스라는 유인우주선 건조계획이다. 그런데 이 다이달로스는 항성간 여행, 즉 태양계를 벗어나 아득한 우주 저편까지 날아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우주선이다. 실로 인류의 궁극적 꿈을 실현시켜줄 야심찬 계획인 셈이다.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항성계까지 날아가려면 빛의 속도로도 최소한 몇 년씩이나 걸리는 까마득한 거리를 주파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장거리 우주선은 무엇보다도 속도가 빨라야 한다. 너무 천천히 가면 우주선 안에 탑승한 사람이 늙어 죽을지도 모르니까.
우주선의 속도를 결정짓는 조건은 크게 분사속도와 질량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분사속도란 글자그대로 로켓의 추진력으로 얻어지는 속도를 말하는데, 가스추진력이 세면 셀수록 그 반작용으로 우주선도 빨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우엔 어떤 연료를 쓰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대개 연료에 따라 최적분사속도가 정해져 있으며, 이 이상 가속하면 연료가 불완전연소가 되어 최적효율이 떨어진다.
현재 미국 등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수소연료 로켓의 최적분사속도는 초속 4.2Km 정도로서, 이것으로는 기껏해야 광속의 0.0014%밖에 낼 수가 없다. 핵연료를 쓸 경우에는 속도가 조금 올라간다.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하면 약 4%, 그리고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하면 10%정도까지 가능하다. 만약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하는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켄타우르스자리의 알파성까지 간다면 30년이 좀 넘게 걸리는 셈이다.
두번째로 질량비라는 것은 우주선에 탑재하는 연료의 양을 따지는 것이다. 오랜 시간 가속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충분한 연료를 싣고 있어야한다.
처음에 출발할 때의 우주선의 질량과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의 우주선의 질량. 이 둘 간의 수치가 차이가 나면 날수록 질량비가 큰 것이다. 그런데 이 질량비는 항성간을 여행하는 장거리우주선에서 아주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요컨대 질량비가 작을수록 좋은 것이다.
영국행성간협회(BIS:British Interplanetary Society)에서 세운 다이달로스 프로젝트는 현재의 과학이론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우수한 로켓을 설계한 것이다. 바로 이 다이달로스가 핵융합 로켓엔진을 이용한 항성간 우주선이다. 그런데 이 다이달로스 우주선도 질량비가 큰 문제가 된다.
BIS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다이달로스를 지구에서 5.5광년 떨어진 땅꾼자리 버나드성계까지 보낸다고 할 때 우주선의 질량은 약 54,500톤으로 산출되었다. 그런데 이중에서 50,000톤이 연료이다.
게다가 이것은 가는 동안 우주선을 가속시키는 데에만 필요한 양이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감속하는 경우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감속용 역추진 연료까지 포함하게되면 질량비는 훨씬 더 늘어난다.
이렇듯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보면 사실 다이달로스 우주선도 항성간 여행에 아주 적합하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연료탱크가 필요없는 '버사드 램제트'우주선 - 우주공간에 흩어져 있는 희박한 성간물질을 끌어모아 연료로 사용한다 - 도 제시되어 있지만, 여러가지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때 현재로서는 핵융합 로켓엔진을 이용하는 다이달로스 우주선이 가장 현실에 근접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핵융합로 그 자체도 만들어지지 못했으므로, 다이달로스 우주선이 실제로 제작되는 것은 빨라야 서기 2150년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박상준 (SF/과학해설가)
- 사이언스올 제공
- 저작권자 2004-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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