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거미줄, 실용화 가능할까

거미줄의 신비한 힘, 유전적으로 규명

거미줄은 물질적 측면에서 놀라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같은 무게라면 강철보다 더 강하면서도 단단하고 유연하다. 또 인간의 면역체계를 자극하지 않고, 일부 거미줄은 심지어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억제해 수술이나 의료기기 응용분야의 이상적인 재료로 생각되고 있다.

이 같은 경이적인 자연 물질의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거미줄 관련 유전자를 확인하고 특성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연구진은 이런 어려움을 딛고 최근 최대 규모의 거미줄 유전자 연구를 통해 이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이들 연구진은 28종의 거미줄 단백질을 생산하는 황금색 둥근 거미(Nephila clavipes)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해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 최근호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또 새로운 거미줄 유전자를 분류해 내는 외에 다양한 유형의 거미줄 특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 안에서의 새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황금색 둥근 거미(Nephila clavipes)의 모습. Credit: Matjaž Kuntner, Research Centre of the Slovenian Academy of Sciences and Arts

황금색 둥근 거미(Nephila clavipes)의 모습. Credit: Matjaž Kuntner, Research Centre of the Slovenian Academy of Sciences and Arts

인공 거미줄 구현 노력에 큰 진전 이뤄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벤저민 보이트(Benjamin F. Voight) 부교수(유전학 및 시스템 약리학, 중개의학)는 “이번 연구에는 새로운 거미줄 유전자를 비롯해 거미줄의 강도와 단단함, 신축성과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DNA 서열 그리고 거미줄 샘이 아닌 독액샘에서 만들어지는 거미줄 단백질 등 많은 놀라운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 같은 모든 새로운 정보는 거미줄의 특성을 인공 재료로 구현해보려는 노력에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거미줄은 50년 이상 연구돼 왔지만 이전의 기초연구에서는 소수의 거미줄 유전자만 발견했다. 황금색 둥근 거미보다 만들어내는 거미줄 종류가 적은 종들에 대한 최근 연구도 불완전한 편이다. 거미줄 과학에서 실질적인 ‘실험용 쥐’ 역할을 하는 황금색 둥근 거미의 감춰진 모든 거미줄 유전자를 밝혀내는 작업에서는 고역에 가까운 전 유전체 분석이 필요했다.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보이트 교수팀은 황금색 둥근 거미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재조립하는 힘든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 일은 짜맞출 단서가 거의 없는 수백만 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그림 맞추기 퍼즐을 푸는 것과 비슷했다.

거미줄에 자리잡고 있는 황금색 둥근 거미. Credit: Wikipedia / L Church from USA

거미줄에 자리잡고 있는 황금색 둥근 거미. Credit: Wikipedia / L Church from USA

14000개 이상의 유전자 밝혀내

인간 유전체 만큼 큰 것으로 확인된 황금색 둥근 거미의 게놈에서 연구진은 거미줄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스피드로인(spidroins)이라 불리는 유전자를 포함해 1만4000 개 이상의 유전자를 밝혀냈다.

스피드로인은 단백질 서열과 기능에 따라 7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이 범주에는 먹이를 감싸 포획하기(교미 상대 묶음도 포함) 위한 포도송이 모양의 거미줄, 거미나 혹은 스파이더맨이 활동하면서 뿌리는 초강력 거미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새로 발견된 스피드로인 중 일부는 이러한 범주에 딱 들어맞지 않는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부호화된 단백질이 새로운 기능을 갖고 있거나 기존 범주를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거미줄 단백질 생성을 지시하는 스피드로인 유전자 구조의 다이아그램. Credit: Wikipedia /BQUB13-Acolom

거미줄 단백질 생성을 지시하는 스피드로인 유전자 구조의 다이아그램. Credit: Wikipedia /BQUB13-Acolom

황금색 둥근 거미 유전자에 대한 광범위한 컴퓨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 400개의 짧은 서열들이 변이가 적은 유전자에 다른 여러 조합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400개의 서열 중 많은 수가 이번에 처음으로 발견된 것들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스피드로인 ‘모티프’는 높은 인장 강도와 유연성, 점착성과 같은 거미줄의 주요 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생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티프에서 카세트와 앙상블로 조직화

이번 분석에서는 또 새롭고 고차원적인 이런 모티프 조직들이 모티프 그룹(카세트)으로, 또 이 그룹이 모인 상위 그룹(앙상블)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어대 벤저민 보이트 교수. 보이트 교수 홈페이지

연구를 수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어대 벤저민 보이트 교수. 보이트 교수 홈페이지

보이트 교수팀은 한편 이 거미의 서로 다른 거미줄 샘에서 유전자 전사체를 조사한 결과 각각에서 하나 이상의 스피드로인에 속하는 전사체를 발견했다. 이는 거미줄 샘들이 엄격하게 한 유형의 거미줄만을 만들어내도록 돼 있지는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보이트 교수는 “거미줄 생성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거미의 스피드로인 중 하나로서 이번에 새로 발견된 FLAG-b가 거미줄 샘이 아닌 독샘에서 주로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먹이를 포획하고 움직이지 못 하게 고정시키며, (썩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과 관련된 거미줄의 흥미로운 새 기능을 암시하는 것이다.

2003년 4월에 출간된 ‘놀라운 스파이더맨’의 커버 표지.  Credit: Wikipedia / J. Scott Campbell and Tim Townsend.

2003년 4월에 출간된 ‘놀라운 스파이더맨’의 커버 표지. Credit: Wikipedia / J. Scott Campbell and Tim Townsend.

스파이더맨 만들기, 가능성 보여”

보이트 교수팀은 게놈 자료 분석을 통해 거미줄 샘에서 스피드로인이 아니면서도 고도로 발현되는 유전자 649개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들은 세포의 액상 거미줄을 고형의 감겨지는 실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은 생명공학 엔지니어들이 현재 인공적으로 달성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까다로운 과정이다.

보이트 교수팀은 현재 강을 가로지를 정도로 가장 강력한 거미줄을 만드는 다윈의 껍질 거미(Darwin’s bark spider)에 대한 게놈 시퀀싱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거미줄을 빠르게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거미의 DNA 서열과 모티프가 거미줄의 생물학적 및 물리적 특성을 어떻게 부호화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먼저 스피드로인의 DNA 염기서열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보이트 교수는 “연구실에서 스파이더맨과 같은 ‘그물 발사자’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이제는 반은 진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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