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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는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들이 도구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이에나 뼈에 새겨진 9개의 빗금을 숫자를 세기 위해 그어 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네안데르탈인들에게서도 ‘숫자’에 대한 개념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이것이 수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산물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흥미로운 가설인데, 다만 아직 이에 대한 증거는 많지 않다. ‘숫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했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숫자’를 사용해온 것이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일은 꽤나 가능한 일로 보인다. 무한에 이르기까지의 숫자를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징적인 숫자 개념을 가지고 다양하고 복잡한 연산을 하는 ‘수학’과 같은 것은 물론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단순한 숫자를 세는 능력에 대해서라면 인간 외의 여러 동물 종들에서 보고되어 온 바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동물에서 관찰되는 숫자 세는 능력
가까운 예는, 원숭이를 포함해 인간에게 가까운 여러 유인원에 대한 것이다. 이들에게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의 숫자들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어느 숫자가 더 큰가를 구별하고, ‘덧셈’에 대한 능력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많은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흔히 유인원은 다양한 지적 능력이 인간의 아이 수준에 달한다고 말하는데, 수에 대한 개념도 비슷한 것으로 연구자들은 말한다.
한편, 독일의 동물학자 오토 쾰러(Otto Koehler)는 1940년대에, 인간에게서 계통발생학적으로 더 먼, 까마귀와 비둘기 등의 새들이 6까지의 숫자를 구별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이기도 했다. 잉크 자국이나 돌멩이로 특정 숫자를 새에게 보여주고, 두 개의 상자를 제시해 그 뚜껑에 같은 개수가 표시된 것을 골라 상자를 열면, 그 안에 보상으로 주는 먹이를 찾아갈 수 있도록 고안한 실험을 통해서였다.
이후, 꿀벌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 연구에서 이들에게서도 유사한 능력이 관찰된다고 보고했다. 꿀벌들에게 1부터 4 사이의 숫자를 보여준 뒤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표지물을 설치한 터널을 날아가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보여준 숫자와 같은 개수만큼의 표지물을 지나간 지점에서 설탕물을 먹도록 해, 꿀벌들이 보여준 숫자와 그 숫자만큼의 표지물을 지나가면 보상이 있다는 것을 연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꿀벌은 이를 학습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연구진이 보여주는 숫자를 기억하고 그만큼의 표지물을 지나쳐 날아간 뒤에 보상을 찾은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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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그 진화적 이점
크건 작건 ‘숫자’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인지 능력이 다양한 동물들에서 관찰된다는 것은 신기한 한편, 진화적인 맥락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기도 하다. 먹이를 세고, 적의 숫자를 세고, 협동할 때 주고받은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 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사자에게 스피커를 통해 같은 집단의 개체들의 소리나 다른 집단의 개체들의 소리를 들려주면, 이들이 이 소리를 통해 주변에 누가 대략 몇 마리씩 있는지를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다른 집단의 사자들 수가 더 많은 것처럼 들리면 가만히 있고, 자기 집단의 사자들 수가 다른 집단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처럼 들리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접근했다고 연구는 보고했다. 수에 대한 개념이 이들의 생존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해석할 수 있다.
거피(guppy)나 모스키토 피쉬(mosquitofish)와 같은 여러 물고기 종에서도 이와 유사한 관찰이 보고되었는데, 이들이 동종의 물고기 떼 두 그룹을 보게 되면 무리가 더 큰 그룹을 선택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들은 이 같은 관찰을 바탕으로 물고기들이 셋이나 넷 정도까지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도 보고했는데, 이것은 물고기들의 셀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적응적 이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한때 우리는 숫자에 대한 개념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동물들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실험들이 모이면서, ‘숫자’에 대한 능력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인간 고유의 능력을 알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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