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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2004-03-19

생명의 비밀를 간직한 로제타스톤 -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 배우철 일양약품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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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와 생명공학

1953년 4월25일자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는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논문이 실렸다. “우리는 디옥시리보핵산(DNA:deoxyribonucleic acid)의 구조를 보이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여기서 ‘우리’는 DNA의 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196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다.

이 논문은 겨우 9백 단어 분량으로 아주 짧지만, 이후 생명공학의 출발점이 되어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실제 이 논문에서 그들은“DNA 구조가 이중나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로제타스톤(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데 단서가 됐던 돌)을 발견한 바와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성과가 이후, 어떤 기능을 할 것인지 예측했다.

유전학의 시조 멘델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히면서 생명공학의 시대가 도래하였지만, 이들의 성과는 이전의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DNA 연구는 19세기의 오스트리아의 수도사인 그레고리 멘델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키 큰 완두콩과 키 작은 완두콩을 교배하면 중간 크기의 완두콩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는 7년 동안 완두콩 교배실험을 통해 중간 크기의 것이 나타나지 않고 부모 중 한쪽의 형질만 물려받는다는 것을 확인하여, 유전자의 우열에 따라 유전형질이 나타난다는 ‘멘델의 유전법칙’을 확립하게 되었다. 이렇게 특정 형질이 유전된다면, 이를 기억하여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실체(유전자)가 분명 있을 것이었다.

멘델 이후 100년 간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후손에게 전달되는가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들을 계속하였다. 1869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미셔는 박테리아(세균)에서 DNA라는 물질을 발견했지만 그는 이 물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몰랐다.

1910년 미국의 유전학자 모건은 초파리 돌연변이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 염색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1924년에는 염색체가 단백질과 핵산(DNA, RNA)으로 이뤄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여기서 유전자가 단백질과 핵산 중 어디에 있느냐 하는 논쟁이 발생하였으며 1944년 록펠러의학연구소의 에이버리와 1952년 콜드 스프링 하버연구소의 허쉬&체이스가 유전물질이 DNA임을 입증하였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여전히 DNA처럼 단순한 물질이 어떻게 복잡한 유전형질을 전할 수 있느냐고 의심하였다. 결국 이 의심을 풀기 위하여 DNA의 구조를 밝혀 유전자 복제 메커니즘을 설명해야만 했으며, 왓슨과 크릭이 최종적으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게 되어 이 논쟁은 종식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과는 윌킨스와 프랭클린의 DNA의 X선 회절사진, 폴링이 제안한 단백질의 폴리펩티드 사슬과 나선구조의 결과, 그리고 DNA가 4종의 염기(ATGC)가 일정한 비율로 구성돼 있다는 샤가프의 실험 결과 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생명공학의 시작

1950-60년대에 대장균을 통한 실험에서 DNA를 합성하는 중합효소와 가위처럼 DNA를 자르는 제한효소(制限酵素)가 발견되어 인간들은 DNA를 원하는 데로 자르고 붙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1972년 미국의 폴 버스는 바이러스와 대장균의 DNA를 연결하여 최초로 재조합 DNA를 만들었으며, 다음해 미국의 스탠리 코헨과 허버트 보이어는 특정 DNA를 삽입한 생명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의도에 따라 DNA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재조합기술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켜서, 1975년 과학자 수백 명이 연구의 중지를 호소하였다. 결국 1978년에는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서 인슐린의 생산에 성공하는 등 재조합 기술이 인류의 복지에 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런 논란은 사라지게 되었다.

1977년에 DNA 서열분석 방법이 개발되어 이후 게놈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었고, 1983년에는 DNA 양을 엄청나게 늘리는 증폭기술이 개발되어 DNA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다. 1984년에는 DNA 지문분석법이 개발되어 범죄수사나 친자판별 등에 이용되게 되는 등 DNA를 이용하는 기술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결국 이 기술들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벤처들이 설립되어 다양한 의약품을 만들어 냈으며,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들도 특허의 대상이 되는 등 새로운 산업의 길을 열게되었다.


생명공학의 미래

1990년에 중증복합면역결핍 증후군(ADA결핍증)인 4세 여아에게 최초로 유전자 치료가 성공하여 환자는 지금까지 건강한 소녀로 성장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는 병의 치료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환자의 DNA에 삽입해 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현재 효과적 치료방법이 없는 유전병과 암, 에이즈를 정복할 유력한 방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1994년 미국 식품 의약국(FDA)은 오랜 시간 물러지지 않은 유전자조작(GM) 토마토의 판매를 승인하였으며, 현재 생산성을 높이거나 제초제 및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유전자 변형 식물이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서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90년 인간의 전체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밝히는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6개국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의해 시작되어 2003년 4월 14일에 완성되었다. 인간의 전체 게놈을 완성하는 동안 1995년 인플루엔자, 1996년 효모, 1998년 선충, 2000년 애기장대 등의 게놈 지도 작성도 완료되었다.

사람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유전병을 비롯한 모든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며 인간 수명을 120세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렇지만 실제 우리가 얻은 것은 생명체의 DNA에 담겨 있는 총 유전정보일 뿐이며, 이를 구성하는 각 개별 유전 정보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는 더 많은 연구를 거쳐서 밝혀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현재 ‘포스트 게놈’이라는 게놈 프로젝트의 뒤를 잇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맞춤의학과 신약개발에 공헌하고, 나아가 타 분야와 융합되는 새로운 퓨전 사이언스로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저작권자 2004-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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