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환자가 다녀간 영화관이 방역 후 재개관을 한다고 하는데 과연 안전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서는 마스크 등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언제나 가능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과연 언제쯤 끝날까.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여러 우려와 궁금증들을 모아 전문가들이 의과학적인 입장에서 답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 방안’을 주제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공동원탁토론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궁금증 해소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과거 메르스 때 병실에서 바이러스가 며칠이나 살아남는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환자가 있었던 공간인 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는 최장 3~4일을 버텼다. 하지만 영화관 같은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하루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거기다가 소독까지 하게 되면 소독제에 의해 바이러스가 100% 사멸되기 때문에 방역 후엔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또 마스크 등급과 관련해서 KF80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침방울에 묻어서 전염되는 비말감염이라 KF80 정도만 되면 침방울 침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예방에 충분하다는 게 이재갑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KF94는 의료인이 공기로 감염되는 홍역이나 결핵 환자를 볼 때 쓰는 마스크”라며 “요새 일반인들이 KF94를 쓰는 것은 미세먼지 때문인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필터가 조밀하기 때문에 심장이나 폐 등에 압박을 줄 수 있어 신장병이나 폐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호흡곤란을 느낀다면 빨리 마스크를 벗는 것이 좋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관해서는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는 다소 희망적인 답변도 나왔다. 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염기서열 분석을 보면 박쥐에서 분리한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사스바이러스와 79.5% 유사성을 보이고 있으며 세포 감염을 매개하는 단백질들이 사스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사스나 메르스의 플랫폼 활용이 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 개발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스 등 플랫폼 활용… 백신 조기 개발할 수도
여기에 덧붙여서 부하령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는 대부분 면역력 저하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바이러스라도 숙주의 면역력에 따라 감염 후에 무증상에서 사망까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대부분 궁극적으로 바이러스의 증식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숙주와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초연구를 통하여 바이러스 면역회피기전을 억제하는 치료제 쪽으로 연구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바이러스와의 유전적 유사성을 근거로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확산이 잦아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과거 사스가 2002년 겨울에 번지기 시작해 이듬해 7월경 확산을 멈췄다”며 “3차원 유전정보로 봤을 때 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사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름쯤에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외피막을 가진 바이러스들은 숙주와 숙주 사이가 가까운 상태에서 전파되도록 진화된 것으로, 둘 사이가 먼 자연상태에 오랫동안 방치되면 감염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날씨가 더워지면 숙주의 생화학 반응이 훨씬 더 유리해지고, 그 상황에 취약한 바이러스에겐 불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감염병 확산세가 다운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분변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출도 우려됐다. 사스 환자의 경우에는 소변이나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그로 인한 감염도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사스와 염기서열 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분변을 통한 분출과 감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 교수는 “분변에서 분변으로 감염되는 것이 아니고 매개 접촉을 통한 호흡기 감염이기 때문에 방역은 물론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 더욱 철저히 해야

이 밖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숙주로 꼽히는 박쥐를 박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박쥐는 5000만 년 생존해 왔고, 전체 포유류의 20%를 차지하며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박쥐를 박멸하기 전에 인류가 사라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며 “박쥐 중에서도 관박쥐가 대표적 숙주로 밝혀져 있는데 관박쥐는 농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애려는 것보다는 상생할 방법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2년 메르스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21세기 들어서서 지금까지 거의 5~7년 사이에 한 번씩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개발을 통해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은 “작년에 에볼라팀의 연구과정을 봤는데 현장에서 후보 백신을 만들고 WHO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었다. 우리도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 평상시에 R&D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전염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단과 치료, 백신의 개발과 비축이 중요한데, 백신 개발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R&D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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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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