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대멸종, 직접 증거 찾았다

[금요 포커스] 시베리아 트랩에서 화산 폭발 지형 및 파편 발견

러시아 우랄산맥 동쪽부터 북쪽의 타이미르반도에 이르기까지 약 390만㎢ 넓이의 지역에는 거대한 현무암질의 용암 대지가 펼쳐져 있다. 일명 ‘시베리아 트랩’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유럽연합(EU)와 거의 맞먹을 만큼 넓은 지역이 모두 400~3000m 두께의 현무암으로 덮여 있다.

미국 전역을 600m 두께로 덮고도 남을 이 많은 용암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범인은 바로 지난 5억 년 이내 가장 큰 규모로 폭발한 화산이다. 이 화산은 무려 100만~200만 년 동안이나 폭발이 계속되었다.

시베리아 트랩의 범위. 굵은 선으로 표시된 지역이다. ⓒ Sibirien_topo2.png(wikimedia)

그런데 그 폭발 시기가 아주 묘하다. 고생대의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와 중생대의 첫 시기인 트라이아스기의 사이인 2억 5200만 년 전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고생대와 중생대로 구분 짓는 것은 이때 고생대에 살았던 생물의 90%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사건을 우리는 페름-트라이아스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대멸종이 절정에 달했을 때 적도의 해양 온도가 40℃에 달했을 만큼 뜨거웠다. 화산 폭발로 인해 산성비가 내려 식물들이 고사하고, 산소 수준이 떨어지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한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해 극지방 곳곳에 냉동 상태로 저장되어 있던 메탄이 분출되면서 지구가 더욱더 온난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시베리아 트랩이 페름-트라이아스 대멸종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때까지 제기된 가장 유력한 가설 중의 하나일뿐이다. 이외에도 가능성은 낮지만 당시 초대륙으로 합쳐진 판게아 때문이라는 가설과 운석 충돌설 등의 가설이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으로 불리는 페름-트라이아스 대멸종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화산 폭발 때 형성된 절벽 찾아내

그런데 최근에 시베리아 트랩이 대멸종의 원인이라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과학저널 ‘지질학(Geology)’ 최신호에 발표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지구우주탐사학과 린디 엘킨스탠턴 교수팀의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엘킨스탠턴 교수를 주축으로 한 국제공동 연구진은 6년 전부터 화산 폭발로 인해 마그마와 용암이 식물 및 석탄을 태운 것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트랩 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엔 화산 성분을 지닌 표본조차 찾지 못했다.

연구진이 시베리아 트랩의 채석장에서 찾아낸 대멸종 당시의 석탄 덩어리. ⓒ Scott Simper

연구진에게 힌트를 준 건 시베리아 중부 지방을 흐르는 안가라강 근처에서 화산 돌출부를 설명한 한 편의 과학 논문이었다. 조사 결과 연구진은 실제로 안가라강을 따라 수백㎞에 걸쳐서 형성된 화산 쇄설암 절벽을 찾아냈다. 화산 쇄설암은 화산이 폭발성 분화를 할 때 나오는 파편과 재로 형성된 암석이다. 그것은 지질학적으로도 놀라운 형상이었다.

연구진은 6년 동안 시베리아로 갔다가 돌아오는 현장 작업을 계속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외딴 마을로 날아가거나 강을 따라 숲을 가로질러 걸으며 바위 등의 샘플을 수집한 것. 이렇게 모은 450㎏ 이상의 샘플을 8개국의 과학자 30명이 공유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화산 폭발로 불탄 나무와 숯처럼 된 석탄 파편 등을 찾아냈다. 심지어 바위에 끈적끈적한 유기물이 달라붙어 있는 괴이한 파편들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석탄 파편들은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캐나다 지질조사국 소속의 스티브 그래스비 연구원이 이전에 캐나다 북극 섬에서 발견한 미세 석탄 잔해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베리아의 석탄 잔해들이 바람에 날리거나 바다로 흘러가 캐나다 섬에까지 온 것이다.

대멸종 당시 상황이 현재와 비슷해

엘킨스탠턴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시베리아 트랩의 마그마가 많은 양의 석탄과 유기물을 태웠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은 한반도의 4배 크기에 해당하는 숲을 불태웠으며, 그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됐다. 지구온난화는 약 1000만년 동안 지속됐는데, 이 기간 동안 전체 해양종의 96%와 척추 동물종의 70%가 멸종됐다. 그 후 생태계가 다시 형성되고 종들이 회복되기까지 수백만 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엘킨스탠턴 교수는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화산 폭발로 인한 산성비와 오존층을 파괴하는 할로겐화탄소 등 페름기 말기 대멸종 때 나타난 현상이 현재 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현재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진행되고 있는 인류세의 생물 멸종 속도가 페름-트라이아스 대멸종 때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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