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국 휩쓰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

코로나19 때문에 홍역 예방 캠페인 중단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는 34만 8000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65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사망했다. 이곳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바이러스는 팬데믹이 선언된 코로나19가 아니다. 오래되었지만 과소평가된 그 바이러스의 정체는 바로 홍역이다.

과학 저널 ‘네이처’의 최신 보도에 의하면 콩고에서 홍역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들은 1963년에 홍역 백신의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이후 한 국가에서 발생한 홍역 중 가장 큰 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사례가 최근의 콩고라고 지적한다.

전염성이 강한 홍역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계속 퍼지고 있다. 2018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이 감염되었으며, 매년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홍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 ⓒ Julien Harneis(flickr.com)

과학자들은 1명이 가진 바이러스가 몇 명에게 전염되는지를 나타내는 ‘재생산 지수’에 의해 전염성을 정의한다. 에볼라의 경우 이 지수는 1.5~2.5, 코로나19는 2~3으로 추정되는데 홍역은 12~18로서 단연 선두다.

WHO의 추정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에서 홍역으로 인한 치명률은 약 3~6%에 달하는데, 최악의 경우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 사망자들은 대개 폐렴이나 설사, 탈수증을 포함한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홍역 바이러스

회복된다 해도 실명, 청각 상실, 뇌손상 등의 영구적인 장애를 남길 수 있다. 또한 감염 후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면역체계를 손상시키는 ‘면역 기억상실’을 일으켜 어린이들을 다른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2회 접종하면 홍역을 예방할 수 있으며, 1회 접종하면 부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홍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높으므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인구의 92~95%가 완전히 면역되어 있어야 한다. 콩고의 경우 홍역 백신을 1회 접종한 어린이가 57%밖에 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폭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홍역 예방 노력에 새로운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 gettyimagesbank

이처럼 콩고의 접종률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국가에서는 매년 350만 명의 신생아들이 태어날 만큼 출산율이 높아 2년마다 대대적인 예방 접종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 열악한 물류 환경도 문제다.

백신은 운송을 시작해 투여될 때까지 2~8℃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전이 빈번한 열대지방에서는 그 조건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수도 킨샤사에서 유혈 분쟁지역을 피해 백신을 운송하기 위해선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한다.

국가마다 홍역 확산의 원인도 다양하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홍역 백신의 만성적인 부족이 2018년부터 홍역 확산에 기름을 끼얹어 그해에만 24만 명 이상이 발병해 약 1000명이 사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는 2008년에 홍역 백신 접종 후 어린이들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후 95%에 달하던 백신 접종률이 급감하기 시작해 2016년에는 3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2017년에는 11만 5000명의 어린이들이 홍역을 앓는 대규모 발병이 일어났다.

코로나19, 홍역 예방의 새로운 장애 요인

콩고처럼 열악한 물류 환경을 지닌 국가들을 위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는 새로운 홍역 백신 전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microarray patch)’라는 기술을 사용한 이 시스템은 수백 개의 미세한 바늘을 지닌 작은 붕대가 가벼운 압박만으로 5분 내에 피부 아래로 백신을 전달할 수 있다.

만약 이 기술이 개발된다면 홍역을 박멸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임상시험이 예정되어 있던 이 기술은 현재 자금 부족으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홍역 예방 노력에 새로운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WHO의 전략적 자문그룹(SAGE)은 지난달 26일 각국에서 홍역 예방 캠페인을 포함한 모든 예방적 노력을 잠정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3개국에서 홍역 예방 캠페인이 중단되었으며, 다른 국가들도 곧 이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역 예방 캠페인을 중단하면 약 7800만 명의 후진국 어린이들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게 된다. CDC의 글로벌 홍역 전문가 로브 린킨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각국은 무엇보다 먼저 홍역 예방 캠페인부터 빨리 재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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