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찾아서 제거할 수 있는 약을 발견하는 일은 종양학 연구자들의 로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와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두 개의 새로운 논문에서 ‘스마트(smart)’한 세포치료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 전략을 제시했다.
암세포에서만 함께 나타나는 단백질 조합으로 활성이 촉발되지 않는 한, 계속 비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살아있는 의약품이 그것이다.
UCSF 세포 디자인 이니셔티브 및 국립암연구소가 후원하는 합성면역학센터 웬델 림(Wendell Lim) 교수팀은 이런 일반적 접근법의 생물학적 측면에 대해 수년 동안 연구를 계속해 왔으며,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첨단 세포공학 치료와 컴퓨터 계산법을 결합해 강력한 방법을 추가했다.
림 박사팀은 프린스턴대 컴퓨터 학자인 올가 트로얀스카야(Olga G. Troyanskaya) 박사팀과 협력해 ‘셀 시스템스’(Cell Systems) 9월 23일 자에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기계학습 접근법을 이용해 암과 정상 세포 모두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수천 개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이어 수백 만개의 가능한 단백질 조합을 샅샅이 뒤져 정상 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정확하게 표적화할 수 있는 조합 카탈로그를 구성했다.
기계학습과 세포공학의 결합으로 암세포만을 정확히 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암 치료에 새로운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 Pixabay / Colin Behrens
CAR-T 세포 치료의 제한점을 넘어서
‘사이언스(Science)’ 27일 자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는 이렇게 전산 계산을 통해 파생된 단백질 데이터를 사용해 어떻게 효과적이고 고도로 선택적인 암세포 치료법 설계를 추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UCSF 세포 및 분자약리학 주임교수와 종합 암센터 멤버로 있는 림 교수는 “현재 세포 치료법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치료법에서는 ‘차단하라’ 혹은 ‘살해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치료 세포가 내리는 이런 결정들의 뉘앙스와 정교함을 증대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키메라항원수용체-T(CAR-T) 세포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다. CAR-T 세포치료법에서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이를 조작해 암세포의 매우 특별한 표지자나 항원을 인식하는 특정 수용체를 발현토록 한다.
CAR-T 세포들은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에서 매우 효과적이고 종종 치료 결과를 냈지만 유방암이나 폐암, 간암과 같은 고형암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고형암 세포들은 가끔 다른 조직에서 발견되는 정상 세포와 항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건강한 조직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부작용 위험이 있다. 또 고형 종양들은 종종 CAR-T 세포의 효능을 제한하는 억제 미세환경을 생성하기도 한다.
림 박사는 세포가 환경을 감지하고 정보를 통합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자컴퓨터와 유사하다고 생각해 왔다. 고형암들은 혈액암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에 림 박사는 “그에 맞춰 더 복잡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키메라항원수용체-T(CAR-T) 세포를 이용한 입양 세포 전이 치료(adoptive cell transfer therapy)를 설명한 그림. 이 치료법은 혈액암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나, 유방암이나 폐암, 간암 같은 고형암에는 효과가 없어 개선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 WikiCommons / Caron A. Jacobson and Jerome Ritz
불리안 로직과 맞춤 센서를 결합
프린스턴대 팀이 주도해 ‘셀 시스템스’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어떤 항원들이 서로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정상 세포와 종양 세포에 있는 2300개 이상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기술을 사용해 적합한 것을 찾아내고 어떤 항원들이 함께 무리를 이루는지를 확인했다.
림 교수와 트로얀스카야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이 유전자 발현 분석을 기반으로 항원 조합에 불 논리(Boolean logic)를 적용해 T세포가 정상 조직은 그냥 두고 종양을 인식하는 방법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예를 들면 불 논리의 AND, OR, NOT를 이용해 종양 세포에는 ‘A’ OR ‘B’를 붙이고, ‘C’가 정상 조직에서만 발견되는 항원이라면 NOT ‘C’를 붙여 두 가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지시를 T세포에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신노치(synNotch)라는 시스템을 사용했다. 2016년 림 연구소에서 개발된 신노치는 합성생물학자들이 세포 프로그래밍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 맞춤형 분자 센서로, 수많은 표적 항원을 인식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수용체에 속한다.
신노치의 출력 반응도 프로그래밍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항원이 인식되면 세포가 다양한 반응을 실행한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축적한 데이터의 잠재적인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신노치를 사용해 T세포를 프로그래밍해서 CD70과 AXL이라 불리는 독특한 항원 조합을 발현하는 신장암 세포를 죽이도록 명령했다.
CD70은 건강한 면역세포에서 그리고 AXL은 건강한 폐 세포에서도 발견되지만, 조작된 신노치 AND 논리 게이트를 가진 T세포는 암세포만을 죽이고 건강한 세포들은 남겨놓았다.
트로얀스카야 박사는 “암 빅데이터 분석 분야와 세포공학 분야 연구는 지난 몇 년 간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런 진전들이 함께 결합되지는 않았다”며, “기계 학습 접근법과 결합된 치료 세포의 컴퓨팅 능력은 암에 대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용 가능한 유전체 및 단백질체 자료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지 27일 자에 발표된 논문. © AAAS / Science
방대한 암 데이터 기반으로 스마트한 세포 치료 지향
UCSF 대학원생 재스퍼 윌리엄스(Jasper Williams) 연구원이 논문 제1저자로 참여한 ‘사이언스’ 지 논문에서는 여러 신노치 수용체를 연속적으로 연결하는 데이지-체인 방식을 이용해 다수의 암 인식 회로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신노치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선택된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구성요소들을 여러 방식으로 연결해 다양한 불 논리 기능을 가진 회로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병든 세포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고 그런 세포들이 식별됐을 때 다양한 반응을 감지할 수 있다.
림 교수는 “이번 작업은 본질적으로 암세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가능한 조합적 항원 패턴을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치료 T세포 구축 청사진을 제공하는 세포 엔지니어링 매뉴얼”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신노치 수용체가 항원 A를 인식할 때 세포는 항원 B를 인식하는 두 번째 신노치를 만들고, 이것은 차례로 항원 C를 인식하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 발현을 유도할 수 있도록 조작할 수 있다. 그 결과 살상을 촉발하기 위해 세 가지 항체가 모두 존재하는 T세포가 생성된다.
또 다른 예에서는 만약 T세포가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에서 나타나는 항원을 만나면 NOT 기능을 가진 신노치 수용체가 그 항원을 운반하는 T세포가 죽도록 프로그래밍해 정상 세포들이 공격과 독성 효과로부터 보호되도록 한다.
림 교수팀은 이번 논문에서 이 같은 복잡한 신노치 구성을 사용해 흑색종과 유방암에서 다양한 조합 표지자를 가진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신노치가 장착된 T세포를 항원 조합이 다른 두 개의 유사한 종양을 가진 쥐에 주입했을 때, T세포는 목표를 검출하도록 조작된 대로 대상 종양을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찾아내고, 연구팀이 고안한 세포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실행했다.
림 교수팀은 현재 기존 요법으로는 대부분 목숨을 구하기가 어려운 공격적 뇌암인 신경교아세포종 치료를 위해 이 회로들을 CAR-T 세포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림 교수는 “우리는 단지 하나의 마법 총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암 데이터를 샅샅이 조사해 암의 분명한 조합 특징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이것을 할 수 있다면 생물학의 전산적 정교함을 갖추고 암과의 싸움에서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더 스마트한 세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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