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블랙홀로 노벨 물리학상을 휩쓸었다

[2020 노벨상] 로저 펜로즈 등 3명, 물리학 수상자로 선정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빛마저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블랙홀’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18세기 말이다.

그러나 현대물리학 차원에서 그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질량이 존재하면 시공간이 휘게 되고 휘어진 시공간의 효과가 바로 중력이라는 것.

또 중력에 따라 천체가 너무 무거워지면 급격히 수축해 블랙홀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이후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89), 라인하르트 겐첼(Reinhard Genzel, 68), 앤드리아 게즈(Andrea Ghez, 55) 등 후배 과학자들에 의해 규명되었다.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로저 펜로즈 경(왼쪽부터), 라인하르트 겐첼 UC버클리 교수, 앤드리아 게즈 UCLA 교수. 아인슈타인의 블랙홀 이론을 증명하면서 블랙홀 연구에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nobelprize.org

아인슈타인도 믿지 않은 블랙홀 발견

6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그 공로를 인정해 이들 3명을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수리물리학자이면서 수학자인 로저 펜로즈 경은 현재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18년 작고한 저명한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과 함께 ‘펜로즈-호킹 블랙홀 특이점 정리’를 발표한 인물로 유명하다.

여기서 말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란 지구 남극점과 북극점처럼 동서남북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지구상의 모든 지점과 연결돼 있는 지점을 말한다.

우주에서는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로 퍼져나가는 지점을 말하는데 펜로즈 경은 자신의 독특한 수학적 이론을 적용해 팽창하는 우주의 출발점이나 중력 붕괴의 종착점과 같은 특별한 조건 하에서 특이점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지만 이 이론에 따라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펜로즈 경은 아인슈타인이 작고한 지 10년이 지난 1965년 블랙홀이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실제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특이점 정리를 통해 증명해냈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베일에 싸여 있던 블랙홀의 수수께끼가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은하계 중심부에 위치한 블랙홀 모습. NASA에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화한 영상으로 가운데 검은 부분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고밀도 영역이다. ⓒNASA

펜로즈 경의 이론은 아인슈타인 이후 일반상대성이론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블랙홀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UC버클리의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와, UCLA의 앤드리아 게즈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을 각각 이끌며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궁수자리 A*(Sagittarius A*) 관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양자역학에서 들뜬 상태를 표시하는 *를 붙여 궁수자리A*라고 명명된 이 영역은 다른 별이나 성간물질들과는 달리 전파,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전 전자기파 영역에 걸쳐 강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블랙홀 연구에 있어 새로운 장 열어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장기간 관측을 통해 궁수자리 A* 별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안에 질량이 태양의 40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블랙홀은 주변에 있는 별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별들은 무질서하게 이동하고 있었는데 두 연구팀에서 이를 포착한 것이다.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 연구팀은 관측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활용해 은하 중심부의 거대한 성간 가스와 먼지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지구 대기에 의해 발생하는 왜곡을 줄일 수 있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첨단 관측 방식은 장기간에 걸쳐 궁수자리A*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우주 관측에 있어 놀라운 발견이 이어지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2020년 물리학상 수상자를 선정한 노벨위원회 물리분과의 데이비드 해빌랜드(David Haviland) 위원장은 “수상자들이 이루어낸 놀라운 연구업적과 새로운 발견이 블랙홀 연구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해빌랜드 위원장은 “블랙홀의 내부 구조 등 새로운 의문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런 극한 상황에서 중력이론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그 방식에 대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후속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한편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 이후 물리학상은 올해까지 114차례 수여됐으며, 216명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이중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미국의 존 바딘(John Bardeen)은 물리학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사람이다.

또한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 중 게즈 교수는 역대 네 번째로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은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릭랜드 등 3명이다.

수상자 선정은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에서 전담하고 있다. 예고된 것처럼 노벨상 시상식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900만 크로나(약 10억9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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