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게리 글릭(Gary Glick) 부부는 그의 어린 아들 제레미(Jeremy)가 걷는 모습에 주목했다. 그의 쌍둥이 자매와 함께 걸으면서 뒤처져 걷고 있었다. 10살이었던 제레미는 얼굴이 창백했으며, 뱃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글릭 부부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내과의사 들은 제레미의 증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진단이 내려지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질병의 범위를 좁혀나가는 방식을 거쳐 제레미가 ‘크론병(crohn disease)’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말한다. 의사들은 인체 내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이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어떤 경로를 거쳐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알지 못했다.
면역세포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바르부르크 가설’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사람들을 괴롭혀온 건선, 궤양성 대장염 등 면역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이 최근 과학자들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Lycera
건선, 궤양성 대장염, 루푸스 등 치료제 개발 중
30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의사들의 진단은 이후 제레미의 삶을 고통스럽게 변화시켰다. 22살의 대학생이 되기까지 제레미는 희귀병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면역반응 억제를 위한 항체의약품 아달리무맙(adalimumab)을 계속 주사해야 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완치를 위해 면역반응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해결한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 의사였던 게리 글릭은 이후 아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고통을 주는 면역세포의 과잉반응이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진대사란 인체의 모든 세포에서 새로운 물질이 합성되거나(동화작용) 분해되는(이화작용) 일련의 화학적 과정을 말한다.
게리 글릭은 이 신진대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의약품 개발을 위해 ‘라이세라(Lycera)’란 기업을 설립했다. 그리고 잘못된 면역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몰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컴퍼니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저분자량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맺는다. 이를 통해 3억 달러 상당의 자금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크론병’과 관련이 있는 지금까지 난치병으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두 가지 질병, 건선(psoriasis)과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다.
건선은 은백색의 비늘로 덮여 있고, 경계가 뚜렷하며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의 구진이나 판을 이루는 발진이 피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병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1~2%가 이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치료제 개발, ‘바르부르크 가설’ 이후 100년 걸려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은 대장에 염증 또는 궤양이 생기는 만성 재발성 질환을 말한다. 그동안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었는데 게리 클릭의 ‘라이세라’를 통해 그 원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연구진이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위한 성분을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 항암효과가 확인된 2DG(2-deoxyglucose)처럼 안전하게 배치하는 일이다. 이 테스트가 성공할 경우 불치병으로 알려진 면역계 질병 치료에 길이 열린다.
존스홉킨시 의대의 면역학자인 조나단 포웰(Jonathan Powell) 박사는 “신진대사 치료를 위해 현재 ‘라이세라’에서 수행하고 있는 이번 연구 결과를 모든 면역계 질병(immunologic diseases)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암 연구자들은 암을 유발하는 세포대사(cell metabolism)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암 연구자들 역시 지금 면역학자들이 찾고 있는 바로 그 의약품을 테스트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포웰 박사는 “신진대사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면역세포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면역 기능을 통제하게 될 경우 암을 비롯, 다양한 면역계 질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데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20년대 독일의 화학자이면서 의사였던 오토 바르부르크(Otto Warburg)는 면역세포가 그동안 알지못했던 다른 방식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런 변화가 세포대사에 영향을 미쳐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바르부르크 가설’로 알려진 이 주장은 지금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가설 이후 거의 100년이 지날 때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면역세포를 통제해오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사망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난제가 과학자들을 통해 해결되는 분위기다. ‘라이세라’의 게리 글릭은 “항체 생산세포인 이른바 ‘B 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현재 면역성이 떨어지는 난치성 질환인 루푸스(lupus)를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이미 수차례의 실험이 진행됐으며, 면역세포 활동으로부터 그 원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라이세라’에서는 현재 난치병인 건선과 궤양성 대장염에 대해서도 면역세포를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 개발되고 있는 의약품은 면역억제제 아달리무맙처럼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알약 형태로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근원 치료가 불가능한 면역계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큰 희소식이 되고 있다.
(7807)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44억년 전 초기 지구에서 생명체 재료가 되는 탄화수소, 알데히드, 알코올 등 유기 분자들이 철이 풍부한 운석이나 화산재 입자들이 촉진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안정적이고 부작용이 적으면서 수술 후 전이·재발을 막을 새로운 형태의 암 치료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울산대 진준오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에서 얻은 표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이용한 지질 나노입자(AiLNP)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복통, 설사, 직장 출혈, 철 결핍 빈혈(iron deficiency anemia) 등 4가지 징후 또는 증상이 50세 이전에 나타나는 조기 발생(early-onset) 대장암의 경고 신호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학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경각심을 갖고 생분해가 가능한 옷을 찾는 착한 소비가 생기고 있지만 생분해를 내세우며 개발된 섬유도 실제 환경에서는 제대로 썩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 화성 탐사를 앞두고 이것이 실제 가능한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쥐 머리에 초음파를 쏴 동면 상태를 안전하게 반복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WUSL) 홍 천 교수팀은 26일 과학저널 '네이처 신진대사'(Nature Metabolism)에서 초음파 펄스를 생쥐와 쥐의 뇌 특정 부위에 쏴 동면 상태를 안전하게 가역적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방법은 머리 위에 초음파 방출기를 장착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초음파를 쏴 뇌의 신경 세포를 일시적으로 활성화해 체온을 낮추고 신진대사를 늦출 수 있다며 향후 의학이나 장거리 우주 비행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보놀 성분을 함유한 사과와 블랙베리 등을 섭취하는 것이 노인의 '노쇠' 발현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쇠(frailty)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필연적으로 떨어지는 노화(aging)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나이에 비해 신체기능이 심각하게 약해져 낙상과 골절 등을 초래할 위험이 높고 장애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계열 임상 연구소인 '힌다·아서 마커스 노화연구소' 등에 따르면 플라보노이드의 하위그룹인 '플라보놀' 섭취와 노쇠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했다.
북극해 식물플랑크톤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예상치보다 최대 3배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극지연구소가 24일 밝혔다. 포항공과대학교 국종성 교수 연구팀,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임형규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탐사를 포함한 다양한 북극해 현장 탐사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활용해 북극해 식물플랑크톤의 농도 예측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2100년 식물플랑크톤의 농도는 기존 IPCC 5차, 6차 보고서의 예측과 비교할 때 감소 폭이 최대 3배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