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회복제나 에너지음료 속 ‘타우린’ 성분이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혈중 타우린 수치가 저하됨을 확인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타우린 추가 섭취가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6월 9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장수비타민’ 타우린의 효과
타우린은 하루 섭취량이 1mg도 안 되는 미량영양소다. 1820년대 오스트리아 화학자에 의해 소의 담즙에서 최초로 분리되었다. 황소를 뜻하는 라틴어 ‘타우루스(taurus)’에서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효능은 피로회복이다. 담즙산의 배설을 촉진해 간 내 피로물질을 제거해 피로회복 효과를 낸다. 모유에도 타우린 성분이 있어 신생아의 발육을 돕는다.
2018년 브루스 에임스 미국 오클랜드어린이병원연구소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타우린을 ‘장수 비타민’ 중 하나로 소개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임스 교수는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 오키나와 시민들이 장수하는 것도 타우린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타우린은 해산물에 풍부한데, 브라질로 이민 간 일본인들은 해산물이 아닌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오키나와 사람들에 비해 기대수명이 17년이나 짧다는 분석에서다.
노화에 따라 타우린 수치 감소
비제이 야다브 미국 컬럼비아대의대 교수 연구팀은 쥐, 원숭이, 그리고 사람에서 혈중 타우린 수준을 조사한 결과, 나이 듦에 따라 타우린의 양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60세 성인의 타우린 수치는 5세 어린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연구진은 타우린 결핍이 노화를 촉진시키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14개월 된 쥐 25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으로 치면 약 45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실험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만 매일 타우린을 섭취시켰다. 그 결과, 암컷 쥐와 수컷 쥐의 평균 수명이 각각 12%, 10%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약 34개월의 생명을 추가로 얻은 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타우린 보충이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24개월령(인간으로 치면 60세) 시기에 타우린 보충을 한 동물들이 추가 섭취를 하지 않은 동물들보다 모든 측면에서 더 건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컷 쥐의 노화에 따른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었으며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적 건강도 개선됐다. 또한 면역 체계 역시 젊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비제이 야다브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는 “지난 25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을 건강한 상태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줄 요인을 찾아왔다”며 “우리의 연구는 타우린이 삶을 연장하고, 더 건강하게 살게 해주는 기적의 물질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타우린 섭취가 좀비 세포 수 감소시켜
타우린 섭취는 단순히 수명을 늘릴 뿐 아니라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왔다. 즉, 노화와 함께 감소하는 많은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 좀비 세포(노화된 세포가 남아서 해로운 물질을 방출하는 것)의 수를 감소시키고, 일부 조직에 존재하는 줄기세포의 수를 늘려 치유력은 높였다. DNA 손상을 감소시켰으며, 미토콘드리아의 성능과 세포의 영양소 감지 능력은 개선됐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과학자들이 말하는 '늙음'의 진짜 의미)
타우린 섭취의 건강 효과는 마카크 원숭이에서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6개월 동안 중년 마카크 원숭이에게 매일 타우린 보충제를 복용시켰다. 타우린은 척추와 다리의 골밀도를 높이고, 체중 증가를 예방하며, 공복 혈당과 간 손상 지표를 감소시키고 면역 체계의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인간 장수에도 도움 될지는 추가 연구 필요
동물실험에서는 효능이 확인됐지만, 타우린 보충제 섭취가 인간의 건강과 장수에 도움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는 했다. 연구진은 60세 이상의 유럽 성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타우린 수치와 50개 건강 지표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전반적으로 타우린 수치가 높은 사람이 2형 당뇨병 발병 사례가 적고, 비만 수준이 낮았으며, 고혈압이 적고, 염증 수준이 낮았다.
또한, 강도 높은 운동을 수행하면 타우린 수치가 상당히 증가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운동 등 건강을 개선한다고 알려진 행위가 타우린 수치와 연관됨을 밝힌 것이다. 비만 개선을 위한 타우린 약물 개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노화와 관련된 연구는 현재 없다. 연구진은 무작위 임상 연구를 거쳐야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다브 교수는 “메트포르민, 라파마이신 등 잠재적 노화 억제 치료 후보물질들이 임상 연구에서 시험될 전망인데, 타우린도 잠재적인 억제제로 함께 고려되야 할 것”이라며 “타우린의 풍부성은 나이와 함께 감소하므로, 나이 든 노인에게 청소년 시기 수준의 타우린을 복원시키는 것은 유망한 노화 억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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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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