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DNA에는 염기 Z가 있다

염기는 ATGC만이 아니라 ZTGC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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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동물을 통틀어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 이를 복사하는 과정을 우리는 ‘번식’이라 부른다. 이렇게 복사되는 유전정보는 통상 아데닌(adenine, A), 티민(thymine, T), 사이토신(cytosine, C), 구아닌(guanine, G), 네 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A와 T, 그리고 G와 C는 각각 쌍을 이루는 상보적인 관계로 각 쌍은 2개와 3개씩의 수소결합을 하고, 이 쌍을 이룬 염기들이 이중나선구조의 형태로 길게 이어진 것이 우리가 익히 아는 유전체다. 그리고 유전체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 속에 존재하고 있다.

염기는 ATGC만이 아니라 ZTGC도 있어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ATGC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우리는 대개 알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일부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A 대신 2-아미노아데닌(2-aminoadenine, Z)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어 왔다. 그 첫 논문은 1977년 발표되었는데 cyanophage S-2L에 대한 것으로 유전체에서 A염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Z염기로 대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다른 다양한 박테리오파지(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중에 Z염기를 가진 것들이 더 발견되었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리뷰 논문은 Z염기가 갖는 분자생물학적 특징과 그 의미를 설명했다.

Z염기의 진화적 장점
물론, ATGC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를 말하는 것이다. RNA의 경우 T를 대신해 우라실(uracil, U)이 쓰인다. 그러나 이 경우 U와 A의 결합은 T와 A와 마찬가지로 2개의 수소결합을 하는데 비해, Z의 경우 T와 결합을 할 때 3개의 수소결합을 한다. 이로 인해 Z가 A를 대체한 DNA(이하 dZ-DNA)는 화학적으로 더 안정적인 형태가 된다. 이는 높은 온도에서 더 안정성을 갖고, DNA가 한 가닥으로 있다가 쌍을 이루는 다른 가닥과 특이적으로 더 잘 결합하고, DNA를 분해하는 뉴클레아제(nuclease)에 저항성이 높게 하는 등의 특징을 갖게 한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dZ-DNA의 특징이 진화적으로 유익한 역할을 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 침투해 이들의 분자 기작을 이용해 자신들의 DNA를 복제하고 단백질 껍질을 생성한다. 이때 박테리아는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분해하기 위해 뉴클레아제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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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염기가 어떻게 유래했고 어째서 일부 바이러스의 유전체에 이용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최근 발표된 연구들이 바이러스 유전정보에 따라 Z염기를 만드는 데에 단백질 PurZ와 PurB 등이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 단백질들의 서열을 다른 단백질들과 비교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일부 고세균(archaea)과 박테리아를 제외하고는, 주로 박테리오파지의 단백질들과 가깝다고 보고했다. 박테리오파지의 숙주가 되는 박테리아는 곰팡이처럼 외생 포자를 만드는 방선균(actinobacteria)에서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 산소를 만드는 남세균(cyanobateria)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만큼,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내성이 강한 Z염기의 특징은 진화적 이점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Z염기의 이런 특징은 차후 세포를 조작하는 엔지니어링에 사용될 수 있을 거로 전망하기도 한다.

35억 년 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어
한편, 연구자들은 Z염기 합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일부 고세균의 단백질과 유사하다는 것에 비춰, Z염기가 다양한 박테리아들이 분기하기 전인 35억 년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Z염기는 지구에 생명이 태동하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진화의 역사를 함께 해온 것이 된다.

지구상의 생명 정보를 담는 염기 중에 대안 염기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 유래와 특성과 관련해 밝혀야 할 것들이 아직 많지만, 그 신비를 한 꺼풀씩 벗겨가면서 우리는 지구 위 다양한 생명체의 진화 역사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자연 속에 존재해 온 Z염기를 이용해 의학적 치료와 생물질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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