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대륙 인류 진출 수수께끼 풀리나

[금요 포커스] 멕시코 동굴에서 3만 년 전 석기 유물 발굴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진출한 호모 사피엔스의 정체는 약 1만 5000년 전에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로 건너온 한 무리의 동아시아인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당시는 극심한 빙하기로서 시베리아와 북미 지역이 모두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해수면도 낮아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는 베링기아라고 하는 초원으로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 도착한 시기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인류학자들은 언제 최초의 인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는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여왔다.

멕시코 동굴에서 연구진이 고대 DNA를 찾기 위해 샘플을 채집하고 있는 모습. ⓒ Mads Thomsen

그런데 기존 통설보다 1만 5000년 더 이른 시기인 약 3만 년 전에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 인류가 살고 있었다는 증거가 최근에 발견됐다. 멕시코 사카데카스 자치대학의 시프리안 아르델린 교수팀이 아스틸레로 산맥의 해발 2740m에 위치한 치키후이트 동굴에서 1930개에 이르는 석기를 발굴한 것이다.

그중 239개는 2만 5000년 전에서 3만 2000년 전 사이의 탄소로 된 자갈층에 박혀 있었다. 코펜하겐대학의 고고학자 및 DNA 전문가를 포함해 멕시코, 영국, 미국, 브라질 등의 국제공동 연구진이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 7월 22일 자에 발표됐다.

동굴에서 발굴된 석기의 종류는 칼, 가위, 화살촉 등이었는데, 녹색과 검은색의 석회석에 고급 박리 기술을 사용한 공예품 수준의 유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석기를 사용한 고대 인류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동굴 속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인간의 DNA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연구진은 흑곰, 박쥐, 들쥐, 캥거루쥐 등 다양한 동물의 DNA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굴에서 인간 DNA는 발견되지 않아

DNA 분석 작업을 주도한 코펜하겐대학의 에스케 윌러슬레프 교수는 인간 DNA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동굴이 일시적인 대피소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석기의 주인인 고대 인류는 치키후이트 동굴에서 상시 거주한 것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던 때만 사냥의 전초기지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통설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의 석기 유물이 발견된 건 이 연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고고인류학자 데니스 스탠퍼드는 1970년 대서양 중부 연안에 위치한 체사피크만 입구에서 발견된 돌날 석기가 연대 측정 결과 2만 2000년 이전의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댈라웨어대학의 다린 로워리 교수도 메릴랜드주 틸만섬에서 발견한 석기들이 최소한 2만 년 전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들은 확실한 증거가 없어 정설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멕시코 동굴에서 발견된 다양한 석기 유물들. ⓒ Ardelean et al, doi:10.1038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보다 훨씬 더 이른 약 3만 년 전의 석기라서 더 많은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 사실 동굴에서 나온 유물들의 연대를 추정하는 일은 항상 문제의 소지가 될 만큼 어려운 작업 중의 하나다.

때문에 일부 회의론자들은 벌써부터 이번에 발견된 석기 중 일부는 너무 간단해서 인간이 만든 게 아니라 자연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졌을 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땅속에 묻힌 동물들에 의해서나 지질학적 활동으로 동굴의 석기들이 더 깊은 층으로 옮겨져 실제보다 더 오래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가 분명해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아르델린 교수도 일부 석기의 경우 낮은 층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오래된 239개 석기는 마지막 빙하기가 한창일 때 형성돼 통과할 수 없는 진흙층 아래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낮은 층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번에 발견된 석기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몇몇 석기의 경우 초보 제작자들이 전문 장인들로부터 배워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분명한 표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증거는 이들 석기의 주인인 고대 인류의 DNA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DNA 분석을 담당한 월러슬레프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지만 치키후이트 동굴에서 수집한 수백 개의 표본 중에서 앞으로 인간 DNA 몇 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그것들을 모두 분석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발견이 아메리카 대륙에 인류가 최초로 진출한 정확한 시기와 그 주인공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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