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을 하면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가? 운동이나 외출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실내 환기를 해야 하나? 미세먼지 해외유입 비중이 얼마나 되나? 차량 2부제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나?”
이처럼 미세먼지와 관련된 국민들의 많은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답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일 국민생활과학자문단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미세먼지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라는 주제로 미세먼지 국민포럼을 개최했다.
국민들의 미세먼지 관한 궁금증 해소
이번 포럼은 사전에 국민들로부터 미세먼지와 관련된 300여 건의 질문을 받았고, 이것을 △미세먼지의 정의, 기준, 조성, 측정 △미세먼지의 생성과 제거 메커니즘 △인체 위해성 △건강 피해 저감방안 △미세먼지 저감대책 △국제협력 △대국민 홍보 등으로 나눠 14명의 전문가 패널들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특히 관심이 높았던 질문은 인체 위해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미세먼지는 어떻게든 인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1952년 런던스모그 때처럼 미세먼지로 사망에 이르는 급성적 영향과 미세먼지가 쌓여서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만성적 영향으로 나눌 수 있다”며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급성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고, 일반인들은 만성적으로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추적 조사를 한 결과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이 적게 노출된 아이들보다 폐렴에 걸릴 확률이 다섯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홍콩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폐렴으로 입원한 어린이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미세먼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많은 날 운동을 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도 권호장 교수는 “세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10개 도시와 가장 낮은 10개 도시의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농도가 낮은 도시에서는 달리기 수준의 운동을 하면 할수록 사망률이 낮아졌다. 반면에 농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15분까지는 운동으로 인한 효과가 미세먼지를 많이 마셔서 나타나는 나쁜 영향을 넘어서다가 그 이후엔 오히려 나쁜 영향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가 있다”며 “우리나라 정도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에서는 그래도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신동천 교수는 미세먼지 지수를 나눠서 운동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했다. 그는 “미세먼지(PM10)가 높고 초미세먼지(PM2.5)가 낮을 경우엔 마스크를 착용하고 저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이 괜찮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엔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심해도 운동·환기 필요해
환기문제에 관련해 신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우선적으로는 환기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실내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기를 해야 한다면 방별로 돌아가면서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먼지가 전기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미세먼지와 실내 먼지가 만나게 되면 큰 먼지로 뭉쳐져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방별로 환기를 하고, 먼지가 가라앉은 방으로 이동해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마스크 착용 효과와 관련해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 노출을 30% 정도 줄일 수 있고, 혈압 수치도 5㎜Hg가량 낮춰준다’는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여 답변했다.
지현영 국장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5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넘어가면 황사·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며 “다만 호흡 곤란을 겪는다면 마스크 중에서도 방어 계수(KF80, KF94, KF99 등)가 낮은 것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어 계수가 낮은 KF80도 미세먼지의 80% 이상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 정책 실효성 높여야
이 밖에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차량 2부제에 대해서 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는 날이 계속될 때는 중국 기여도가 80%에 이르고, 국내 오염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지 않기 때문에 2부제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40㎍/㎥ 수준일 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대형 미세먼지 타워 설치와 인공강우에 관한 질문에는 강찬수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해외의 실례를 보면 20미터 간격으로 설치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미세먼지 타워는 실효성이 없다. 인공강우도 비행기 1대로 여의도 몇 배 면적에 1mm 수준의 비를 뿌리는 정도여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명자 과총 회장은 “미세먼지가 모든 경제주체의 이해와 동참으로 풀어야 할 재난이고, 미세먼지 저감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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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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