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토마토 vs 벌레’ 전쟁의 결과는

식물의 구조신호, 벌레는 효소로 차단

과학자들은 토마토 과일 벌레라고 불리는 애벌레가 토마토와 잎을 갉아 먹을 뿐만 아니라 효소가 가득한 침을 토마토에 묻혀 토마토가 도움을 청하는 능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마토가 식탁으로 올라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토마토가 얼마나 공포 영화 같은 위험을 지나왔는지 잘 모를 것이다. 토마토를 먹어 치우려는 벌레에 맞서 토마토는 목숨을 걸고 저항하지만, 벌레는 이 저항을 무력화시키려는 반격을 퍼붓는다.

발이 없어 도망치지 못하고, 입이 없어 소리치지 못하지만, 식물도 위험에 빠지면 자기 방식대로 저항한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위험에 빠진 식물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은 토마토에 붙어 기생하는 벌레. © 게티이미지뱅크

공격을 받으면 식물은 화학적인 조난 신호를 방출하여 동료들에게 일종의 방어 태세를 갖추게 한다는 것이 여러 번에 걸쳐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갓 깎은 잔디밭에서 나는 냄새이다. 사람들은 시큼한 풀냄새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냄새는 아직 배지 않은 동료 잔디에 위험하니 빨리 방어용 화합물인 ‘초식동물 유도 식물 휘발성’(HIPV)을 뿜어내라는 다급한 비상 신호라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발견했다.

말벌을 불러 벌레를 제압하는 토마토의 구조신호

심지어 식물은 다른 종에게 비상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것이 토마토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토마토 과일 벌레(tomato fruit worm)는 토마토 농사를 망치는 대표적인 방해꾼이다. 토마토 잎을 갉아 먹을 뿐 아니라, 토마토도 먹어 치우고 심지어 토마토 안으로 기어들어가 기생하기도 한다.

바로 이 벌레가 토마토 잎을 갉아 먹으면, 토마토는 벌레의 천적인 말벌을 끌어들인다. 토마토는 말벌이 좋아하는 휘발성 화학물질을 토마토 모공을 통해 방출한다. 말벌은 벌레 안에 알을 낳는다. 영특한 토마토는 벌레를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여기까지는 알아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Pen State) 과학자들은 토마토 벌레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고 ‘반격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졌다. 일련의 실험에서, 그들은 예스라는 답을 발견했고, 포식자와 먹이간의 알려지지 않았던 전쟁에 놀랐다.

뉴 피톨로지스트(New Phytologis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저자인 포안 린(Po-An Lin)은 “벌레는 토마토 잎의 모공이 열리는 것을 억제하는 효소가 들어있는 침을 쏜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으로 벌레는 토마토 잎이 조난 신호를 덜 방출해서, 토마토 잎을 구조할 말벌의 유인을 억제할 수 있다고 포안 린은 말했다.

연구팀은 침에 그 효소를 함유한 벌레와, 크리스퍼 편집 기술을 사용해서 그 같은 효소를 함유하지 않은 침을 가진 벌레를 이용해서 실험했다. 그랬더니 효소가 결핍된 벌레는 토마토의 조난신호를 잠재우지 못했다.

연구팀은 벌레에서 분비되는 침 효소인 ‘포도당 산화효소’(GOX)가 토마토와 콩의 기공을 5분 안에 폐쇄해 최소 48시간 동안 기공 폐쇄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방식으로 포도당 산화효소는 HIPV의 배출을 억제한다고 연구팀은 논문에서 밝혔다.

초식동물 유도 식물 휘발성(HIPV)은 식물이 가진 중요한 방어 반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벌레 같은 초식동물이 HIPV 억제를 조사한 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초식동물이 HIPV의 방출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토마토 밭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진다. © 픽사베이

이번 발견이 어떻게 농업에 사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토마토 벌레를 억제해 토마토나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에게는 크게 환영받을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토마토 벌레는 토마토뿐 아니라 옥수수, 목화, 콩, 딸기, 대마초도 먹으며.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많이 서식한다. 농사를 망치는 원흉이다. 토마토 과일 벌레는 작물에 따라 옥수수 벌레(corn earworm), 목화 벌레(cotton bollworm)라는 이름을 갖는다.

효과적인 토마토 방제에 활용 가능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개리 W 펠튼(Gary W. Felton) 곤충학 교수는 이 벌레를 예방하는 전략으로는 효소의 효과에 덜 민감한 식물을 키우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펠튼은 이 벌레의 침 효소를 20년 이상 연구해왔다. 이전 연구에서, 펠튼 교수 연구팀은 그 벌레가 담배 식물에서 니코틴의 생산을 억제하고, 담배 식물이 벌레에 대한 내성을 줄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벌레가 침으로 토마토 잎 모공을 폐쇄하는 것이 단순히 긴급 구조 신호를 차단하는 효과만 낳는 것이 아니다. 펠튼 교수는 비상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 폐쇄된 모공은 식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펠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벌레가 방출하는 효소가 식물의 구조 요청을 방해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증거”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한 홍보 전문가는 토마토와 토마토 벌레 사이에 벌어지는 이 음모와 생사를 건 암투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표현하면서 논문 제목 역시 ‘비상경보기의 침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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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허혜경 2021년 3월 7일6:48 오전

    알수록 대단한 것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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