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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6-06-15

물고기와 꿀벌, 사람 얼굴 구분한다 열대성 어류인 물총고기 실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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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뜻하는 영어 단어 ‘페이스(face)’는 널빤지란 뜻의 라틴어 ‘파키에스(facies)’에서 유래했다. 동물들의 경우 입이 툭 튀어나온 입체적인 형상인데 비해 인간의 얼굴만이 평평하고 넓적한 형태를 띠어서 붙여진 말로 추정된다.

평평함은 동물의 얼굴과 인간의 얼굴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차이다. 동물의 얼굴이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주둥이를 옹립하는 구조라면, 인간은 툭 튀어나온 입을 퇴화시켜 다른 기관과 평등을 이룬 형태다.

이처럼 평평한 얼굴은 인간에게 고유성을 부여해 개체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종인 동물의 경우 얼굴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닮았지만 사람은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곤 모두 각기 다른 얼굴을 가졌다.

얼굴을 구분하는 능력은 인간 생존의 핵심 기능이다. 적인지 동지인지의 여부를 얼굴을 통해 판단할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이 하나로 뭉치는 데 얼굴 구분 능력은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한다. 때문에 신생아들의 경우 출생 뒤 이틀만 지나도 60%의 확률로 친어머니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열대성 어류인 물총고기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열대성 어류인 물총고기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그런데 동물들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줄 안다.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개가 대표적인 사례다. 개는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주인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흔히 개의 이런 능력이 사람보다 훨씬 발달한 후각이나 청각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개는 시각만으로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진이 애완견들에게 모니터에 나타나는 주인 사진을 보여주며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안구 인식 컨트롤 기술’로 실험한 결과, 개들은 사진만 보고도 주인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

물총고기도 사람 얼굴 구분해

도시의 공원에 사는 비둘기들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한다. 프랑스 연구진이 파리 도심의 공원에 사는 야생 비둘기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 반복 실험한 결과, 비둘기들은 체격이나 피부색이 비슷한 실험자들의 정확히 구분해냈다. 비둘기는 옷차림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비둘기 외에도 도시에 사는 까마귀와 지빠귀 같은 새들이 먹이를 주는 사람을 얼굴만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새들도 개처럼 사람과 자주 접하면서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물총고기라는 열대 물고기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길이 10㎝ 정도의 물총고기는 입에서 물을 쏘아 수면 위의 먹잇감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사냥하는 습성을 지닌 물고기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호주 퀸즐랜드대학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모니터를 통해 특정한 사람의 얼굴이 있는 방향으로 물을 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물총고기들을 훈련시켰다. 그 후 수십 명의 사람 얼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결과 최고 80%의 확률로 모니터를 통해 얼굴을 익힌 사람을 향해 물을 뿜는 것으로 나타난 것.

특이한 것은 물총고기들이 사람 얼굴의 특정 부위보다는 얼굴 전체를 구분하는 능력이 더 뛰어났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일부 물총고기에게는 눈, 코, 입 등의 특정 부위만 학습하게 하고 또 다른 물총고기에게는 얼굴 전체를 학습하게 한 결과, 얼굴 전체를 학습한 물고기들이 좀 더 빨리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동물들의 얼굴 인식 능력에 숨어 있는 비밀

어류 중에서 사람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무척추동물인 꿀벌들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이 설탕물을 묻힌 얼굴 사진을 이용해 실험 결과, 일부 개체의 꿀벌들은 이틀 후에도 특정 사람의 얼굴 정보를 정확히 기억해냈다.

사회성 곤충인 꿀벌은 자신의 집과 특정 꽃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발달해 있다. 그런데 이틀 후에도 특정인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얼굴에 대한 인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꿀벌의 경우 인간에 비해 신경세포의 양이 0.01%밖에 되지 않는다. 또 물총고기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는 데 사용된다고 알려진 뇌 부위인 ‘신피질’이 아예 없다. 물총고기는 그들을 돌봐주거나 먹이를 주는 인간을 분별할 필요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 얼굴을 구분할 줄 아는 기존 동물들과 차이가 있다.

꿀벌이나 물총고기 같은 동물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뇌가 얼굴을 인식하는 데 사용하는 부위가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동물의 능력을 좀 더 상세히 연구하면 얼굴 인식 능력에 숨어 있는 새로운 비밀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6-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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