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 곤충의 풍부성을 조사한 최초의 대규모 분석 결과, 땅에 서식하는 곤충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서 곤충들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0.92% 줄어들고 있으며, 이를 30년 동안 집계하면 24%에 달하는 숫자다.
이에 비해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각다귀나 하루살이 같은 담수 곤충 수는 해마다 평균 1.08%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담수 곤충이 늘고 있는 것은 효과적인 식수 보호 정책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구 전체 평균은 위 수치와 같지만 지역에 따라 증감 추세는 매우 가변적이다. 인간의 영향을 덜 받는 곳에서는 이런 추세가 비교적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24일 자에 발표된 이번 국제 협동연구는 독일 라이프치히대 독일 통합 생물다양성 연구센터(iDiv)와 마르틴 루터대(MLU) 연구팀이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최근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곤충 감소’와 관련해 부족했던 핵심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평가다.
전 세계 곤충의 풍부성을 조사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 결과 육서 곤충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듬이를 가진 여러 곤충들. ⓒ 위키미디어 / Chris huh
비행 곤충, 독일에서 27년간 75% 이상 감소
현재 지구상에는 약 150만 종 이상의 곤충이 서식하며, 이는 전체 동물 종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식물을 분해하고 동물의 먹이가 되는 등 동물과 식물 사이에서 생태계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곤충의 감소는 지구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으로 간주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곤충 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서부 독일의 자연보호 구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날아다니는 비행 곤충 생물자원(biomass)이 지난 27년간 75% 이상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이 같은 사실이 발표되자 신문 방송 등 미디어에서는 광범위한 ‘곤충의 종말(insect apocalypse)’을 시사하는 기사들이 봇물을 이뤘다.
그 뒤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후속 연구들이 발표됐다. 연구의 대부분은 강력한 감소세를 보여준 데 비해 일부는 곤충 수가 증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전 세계의 곤충 풍부성 추세에 관한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결합해, 곤충의 감소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각한지를 보여준 최초의 연구다.
전 세계적으로 육서 곤충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낸 그림. ⓒ Gabriele Rada
최대의 곤충 연구 데이터 편집 활용
이번 연구를 위해 국제 협동연구팀은 1925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1676개 장소에서 수행된 166개의 장기 조사 데이터를 모아 곤충 풍부성(insect abundances) 조사(종이 아닌 개체 수)를 수행했다.
복잡한 분석 결과, 인접 지역들 사이에서도 곤충 풍부성 추세는 크게 달랐다. 예를 들면 곤충에 관한 조사가 많이 이뤄진 독일이나 영국, 미국 같은 나라에서 어떤 곳은 감소한 반면 다른 곳에서는 변화가 없고, 일부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 세계의 모든 추세를 종합해 전체적인 곤충의 풍부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땅에 사는 곤충(나비나 메뚜기, 개미와 같이 평생 육지에서 사는 곤충)의 경우 연평균 0.92%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용히 사라져 가는 곤충들
논문 제1저자인 iDiv 및 라이프치히대의 뢸 반 클링크(Roel van Klink) 박사는 “0.92%라고 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들릴지 모르나 이를 30년 동안 합치면 24%나 되고, 75년이 지나면 곤충 수가 50% 이하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곤충 수는 조용하게 줄어드는데, 우리는 1,2년 정도로는 이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말하고, “이는 마치 우리가 고향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자주 고향에 간다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한참이 지난 뒤에 가보면 크게 변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
곤충 감소는 미국(서부와 중서부)의 일부 지역과 유럽, 특히 독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의 추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냈고, 2005년 이후 곤충 수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육서 곤충 수와 달리 담수 곤충 추는 증가한 것은 효과적인 물 보호 조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짝짓기를 하는 소금쟁이. ⓒ Oliver Thier
날아다니는 곤충 수도 줄어
‘곤충 감소’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 매스미디어에서는 종종 ‘자동차 앞 유리 현상(windscreen phenomenon)’을 언급하곤 한다. 몇 십 년 전에 비해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히는 곤충 수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새로운 연구도 평균적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이 사실임을 확인해 준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iDiv 및 라이프치히대의 요나단 차스(Jonathan Chase) 교수는 “많은 곤충들이 날 수 있으며,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히곤 하는데, 이번 분석에 따르면 비행 곤충들은 실제 평균적으로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곤충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토양과 나무숲, 물속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 같은 숨겨진 서식지 데이터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풀과 땅에 사는 곤충 수는 비행 곤충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나무숲(tree canopies)에 사는 곤충 수는 평균적으로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곤충은 야생 및 재배용 식물의 번식에 필수적인 꽃가루받이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사진은 유럽 과수원의 꿀벌 모습. ⓒ Gabriele Rada
담수 곤충 수는 회복돼
한편 각다귀와 하루살이같이 생애의 일부를 물속에서 사는 곤충들은 연평균 1.0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년 동안 38%가 증가한 것과 같다.
이런 긍정적인 추세는 북유럽과 미국 서부 그리고 1990년대 이래 러시아에서 특히 강하게 두드러졌다. 차스 교수는 이를 좋은 징조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수치는 부정적인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오염된 강과 호수를 청소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취해졌으며, 이를 통해 담수 곤충 개체군이 회복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사한 조치를 통해 현재 줄어들고 있는 곤충 수를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반 클링크 박사는 곤충 개체군이 물 아래로 밀려 내려가는 통나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통나무는 물 위로 올라오려고 해도 우리가 계속 누르고 있으면 올라오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인간이 가하는 압력을 줄이면 곤충 개체 수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며, “담수 곤충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소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식별해 내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은 아니며,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서 곤충과 담수 곤충 수 추세. 자주색 점은 곤충 수 감소, 녹색은 곤충 수 증가를 나타낸다. ⓒ Roel van Klink. Adapted from van Klink et al. (2020), Science.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논문 공저자인 앤 스웽글(Ann Swengel) 박사는 지난 34년 동안 미국 위스콘신과 주변 지역 수백 곳에서 나비 집단을 연구했다.
그는 관측된 곤충의 풍부성이 얼마나 복잡하며, 이것이 효과적인 보존 관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강조했다.
스웽글 박사는 “많은 보호 지역을 포함한 여러 곳에서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관찰한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나비가 계속 잘 보존되고 있다”며, “종별 및 지역별로 실패와 성공을 이해하려면 수년 동안의 연구와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 사람이 많은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각 개별 지역에서 우리 각자가 취하는 선택들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화에 따른 자연 서식지 파괴가 큰 문제
서식지 파괴는 거의 대부분 곤충 수를 감소시킨다.
과학자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왜 그런 추세가 나타나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으나, 몇 가지 가능성을 지적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 서식지의 파괴, 특히 도시화를 통한 서식지 파괴가 육상 곤충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점이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의 핵심 연구과제인 IPBES 글로벌 평가(IPBES Global Assessment) 같은 다른 보고서들도 토지 이용 변화와 서식지 파괴가 전 세계 생물다양성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iDiv의 종합 센터 sDiv가 주도한 이번의 새로운 연구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포괄적인 분석으로서, 전 세계에서 곤충의 현 상태를 기술하고, 어디에서 곤충 보호를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13054)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한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건설할 우주정거장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한 군사 산업 전시회에서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형을 선보였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이 모형을 '로스'(Ross)라고 불렀다. 새로운 우주정거장은 2단계로 발사될 예정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남극 앞바다의 기후 변화가 태평양 수온과 열대 지역 비구름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16일 UNIST에 따르면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특히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비구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온이 같아도 습도가 높으면 더 덥고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상대습도를 반영해 산정하는 체감온도인 '열파 지수'(HI)가 최근 잦아진 극단적인 기온에서 실제 인체가 느끼는 온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열파 지수를 토대로 여름철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데 인체가 느끼는 온도와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기후학자 데이비드 롬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NWS가 이용해온 기존 열파 지수의 한계를 보완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환경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글루코스(포도당)는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암세포도 자기 복제를 하는 데 엄청난 양의 포도당이 필요하다. 종양이 성장하려면 암세포의 복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합성 작용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암세포가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암세포가 흡수한 포도당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지 않고 대부분 폐기물로 반출한다고 여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배중면·이강택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이찬우 박사 공동 연구팀이 상용 디젤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개질(Reforming) 촉매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디젤은 수소 저장 밀도가 높고 운반·저장이 쉬워, 개질을 통한 수소 공급 장치를 트럭 보조전원장치 등 모바일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지속돼왔다. 연구팀은 촉매 입자 내부의 금속 나노입자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용출 현상을 통해 합금 나노입자를 형성해 촉매 성능을 향상하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광도(밝기)가 급격히 떨어졌던 오리온자리의 가장 밝은 α별인 적색초거성 '베텔게우스'가 별의 표면인 광구(光球)의 일부가 대형 폭발로 날아가는 '표면질량분출'(SME)을 겪고 서서히 회복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텔게우스의 SME는 태양의 바깥 대기에서 플라스마를 대량 방출하는 '코로나질량분출'(CME)의 약 4천억 배에 달하는 관측 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체료제인 '로미타피드'가 항암 효과까지 있음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해 이런 성과를 냈다.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은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지만, 모든 약물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